행인 2명이 “무슨 일?” 묻자… 금천 살인 피의자 “여친 병원 데려가려고”
데이트 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지 1시간 만에 동거녀를 흉기로 살해한 이른바 ‘금천 살인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인 40대 여성이 사고 발생 당일인 지난 26일 폭력과 재물 손괴 혐의로 피의자인 30대 남성 김모씨를 신고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은 이날 오후 김씨에 대해 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날 최진태 금천경찰서장은 브리핑을 통해 “사고 발생 당일 새벽에 A씨가 B씨의 집에 있는 텔레비전을 부쉈다”며 “이후 신고가 오전 5시 37분에 들어왔고 A씨가 B씨와 이야기하자며 팔을 끌었다”고 했다.
A씨는 지난 26일 오전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상가 지하주차장에서 동거녀 B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범행 직후 의식이 없는 B씨를 렌터카에 태우고 경기 파주시의 주거지 근처로 도주했고, 범행 약 8시간 만에 붙잡혔다. 검거 당시 차량 뒷좌석에서 발견된 B씨는 이미 사망해 있었다.
경찰은 사건 당일 데이트 폭력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실시한 위험성 평가 결과, 당시 현장 상황을 총 5단계 중 ‘낮음’으로 평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주관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체크리스트를 점검해 점수를 매긴다”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 진술을 들은 후 폭행 상황이 종료됐으며 팔을 잡아당긴 상황에서 폭행이 경미하다는 진술은 양쪽이 일치했다”고 했다. 살인 사건 발생 전 B씨가 지구대에서 조사 받는 과정에서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밝혔다고도 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가 범행 이후 B씨를 차에 태우고 파주까지 가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초기 경기 시흥과 일산 등의 대형 병원으로 향하려 했지만, 경기도 진입 즈음 B씨가 숨진 것을 확인하고 본인 주거지가 있는 파주로 이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서울을 벗어난 시각이 26일 오전 9시 전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건 당시 A씨가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 이전 27~28시간의 CCTV 등으로 A씨의 동선을 파악했으나 술을 마시거나 구매한 것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 수사 결과, 사건 당일 행인들과 A씨의 대화 내용도 드러났는데 A씨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변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하주차장에서 B씨를 흉기로 가격한 이후 행인 2명을 마주쳤다. 그러나 두명의 행인은 가격 장면을 보지는 못했다. 한 여성 행인이 A씨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자, A씨는 “여자친구가 다쳐서 병원에 가려고 차에 태우는 중”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여성 행인이 ‘여자친구가 임신한 것이냐’고 묻자 A씨는 “임산부가 맞다”고 둘러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행인들에 대한 추가 조사는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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