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원대 맥주에 5천원대 안주”…잘 나갔던 ‘스몰비어’, 왜 사라졌을까?

이은진 기자 2023. 5. 2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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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특례시 영통구에 위치한 '압구정 봉구비어' 매장 모습. 경기지역의 '봉구비어' 매장 수는 2017년 89개에서 2022년 40개로 5년 사이 절반 가량 줄었다. 이은진기자

 

“9년 전만 해도 동네에 스몰비어 매장이 4개였는데…지금은 저희 빼고 다 사라졌죠.”

성남시 중원구에서 ‘압구정 봉구비어’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 2014년 3월 처음 가게 문을 열었다. 소규모로 운영하면서도 저렴한 맥주와 안주를 강점으로 내세워 손님을 끌어모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A씨의 희망찬 미래에는 이내 ‘먹구름’이 드리웠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쟁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프랜차이즈, 비(非)프랜차이즈 할 것 없이 ‘봉구비어’ 컨셉을 따라하는 생맥주 가게가 늘어났고, 조그만 동네에 어느새 스몰비어 매장만 4개가 됐다.

개업 후 3~4년이 지났을까. 그는 스몰비어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그 시점부터 실제로 주변 스몰비어 매장들은 하나 둘 씩 문을 닫았다. 그렇게 9년이 지난 지금 동네에 살아남은 건 A씨 매장 단 한 곳 뿐이다.

그는 “2014년 봄에 개업한 뒤 가을이 왔을 때 쯤 이미 시장은 포화상태였다. 봉구비어 같은 스몰비어 매장은 특별한 안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소규모로 누구나 운영할 수 있어 유사 매장이 지나치게 많았다”며 “그러다 보니 손님들이 너무 빨리 스몰비어에 대한 피로감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이른바 ‘생맥주의 계절’이 도래한 가운데 저렴한 생맥주와 안주를 강점으로 내세웠던 ‘스몰비어’가 자취를 감춘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걷던 스몰비어는 왜 사라졌을까?

27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스몰비어의 대장 격인 ‘압구정 봉구비어’의 전국 가맹점 수는 2017년 473개에서 2022년 246개로, 5년 사이 절반가량의 가맹점이 문을 닫았다. 같은 기간 경기도내 가맹점 수 역시 89개에서 40개로 반토막 났다.

‘용구비어’ 역시 2017년 163개에서 2021년 43개로 전국 가맹점 수가 급감했다. 특히 가맹본부의 재무상황 또한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용구비어는 2017년 4천만원 남짓의 당기순이익을 낸 뒤 4년 후 무려 2억7천여만원의 당기순손실 기록했다. 이 외에도 청담동말자싸롱, 봉쥬비어, 상구맥주 등 다수의 스몰비어 업체 역시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시장 내 유사 브랜드의 포화와 새 것을 추구하는 소비 심리가 결합돼 발생한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스몰비어는 한 때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각광 받았지만 유사 브랜드로 시장이 포화됐고, 소비자들의 흥미와 만족감이 줄어들게 됐다”며 “여기에 더해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는 소비심리도 반영되며 스몰비어 업계의 몰락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은진 기자 ej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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