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위협하는 부도덕한 ‘절임 커피’ [박영순의 커피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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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를 흙으로 빚은 암포라에 보관하다가 오크통으로 바꾼 로마 제국 사람들은 달라진 향미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오크에 들어 있는 향미 물질과 내부를 불로 그을리는 과정에서 생성된 물질들이 와인에 스며들어 전에는 감상할 수 없었던 좋은 맛이 났기 때문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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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를 흙으로 빚은 암포라에 보관하다가 오크통으로 바꾼 로마 제국 사람들은 달라진 향미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오크에 들어 있는 향미 물질과 내부를 불로 그을리는 과정에서 생성된 물질들이 와인에 스며들어 전에는 감상할 수 없었던 좋은 맛이 났기 때문이겠다. 오크 숙성 와인에서 감지되는 바닐라, 토스트, 정향, 시나몬 등의 느낌은 포도알 자체가 아니라 가공 과정에서 부여되는 속성들이다.
이런 사정은 기호 음료로서 와인과 함께 품격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커피에서도 과연 통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향미 성분을 주입한 ‘절임 커피(infused coffee)’를 고급 커피인 양 고가에 팔아 수익을 챙기는 상술이 판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인퓨즈드(infused)’는 사전적으로 특정한 특성을 일부러 ‘스며들게 하다’ 또는 ‘주입하다’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절임 커피는 과일의 향미를 풍성하게 내뿜는 고급 커피인 것처럼 치장하기 위해 커피 열매나 생두를 과일과 버무려 맛 성분을 주입한 인공적인 커피”를 의미한다. 3~4년 전부터 커피 시장에 복숭아맛 커피, 포도맛 커피, 리치맛 커피, 시나몬 커피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드립으로 추출한 원두커피에서 특정한 과일의 향미가 너무나 선명하게 나타나자, 과일 성분을 넣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증폭됐다. 일반적으로 생두의 품질이 좋으면 경쾌한 신맛과 단맛이 감돌면서 한 잔의 커피는 좋은 과일의 인상을 풍기게 된다.
커피 열매나 점액질이 붙은 상태의 씨앗을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일정 시간 서서히 발효시키면 과일의 속성을 지니게 된다. 와인의 탄산침용과 같은 발효 과정을 커피 가공에 적용한 무산소 발효 커피들이 7~8년 전 등장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과정에서 절임 커피가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절임 커피는 가공 과정에서 실제 과일이나 과일 추출액을 생두와 접촉시켜 과일 맛을 주입한 커피들이다. 생두의 품질이 좋아서 과일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것이 아니라 성분을 인위적으로 주입해 과일과 인상을 갖게 한 것이니 생두의 품질과는 무관하다. 일각에서는 품질이 좋지 않은 생두를 비싸게 팔기 위해 과일 맛을 주입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과일 성분을 억지로 집어넣어 좋은 커피인 양 속여도 현행법상 규제할 방법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들의 건강이다. 특정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는 소비자들로서는 절임 커피를 마셨다가 화를 입을 수 있다. 시나몬 성분을 주입한 커피를 마셨다가 병원에 실려 가 겨우 목숨을 구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절임 커피는 가공 과정에 커피가 아닌 성분이 들어가기 때문에 수입 시 검역조건도 강화돼야 옳다. 가공법이 투명하지 않고 정직하지도 않는 절임 커피 때문에 커피 애호가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박영순 커피인문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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