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도 금기도 한계도 뛰어넘은…현대사진의 거장 윌리엄 클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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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클라인(1926-2022)을 수식하는 단어는 하나같이 묵직하다.
'현대사진의 거장', '20세기 시각예술의 선도자' 등 전통적 미학이 규정하던 금기와 한계에 도전하며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것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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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윌리엄 클라인(1926-2022)을 수식하는 단어는 하나같이 묵직하다. ‘현대사진의 거장’, ‘20세기 시각예술의 선도자’ 등 전통적 미학이 규정하던 금기와 한계에 도전하며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것을 강조한다.
지난해 9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윌리엄 클라인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전시가 뮤지엄한미 삼청에서 열린다. 국내 최대규모이자, 작고 이후 첫 회고전이다. 작품 130여점과 아카이브 40점이 나왔다. 195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까지 작가의 주축을 이루는 기간을 8개 섹션 나누어 선보인다.
작가는 사진이 막 예술의 영역으로 넘어오기 시작하는 시기 회화, 디자인, 사진, 패션, 영화, 책 등 다양한 문야를 넘나들며 독창적이고 파격적인 실험들로 기존의 시각예술 전통과 미학 판도를 전복시켰다. 전시는 작가의 시기별 작업을 따라가며 그의 예술적 성취를 충실하게 담아낸다. 윌리엄 클라인 스튜디오에서 1991년 이후 30년간 함께 일해온 피에로 루이 드니와 프랑스의 독립큐레이터인 라파엘 스토팽이 전시기획에 함께 참여했다.
윌리엄 클라인의 첫 작업은 회화였다. 추상회화에 관심이 많았고, 인상파와 세잔, 피카소를 좋아했다고 한다. 이런 그가 처음 한 사진작업은 카메라 없는 사진이었다. 암실에서 인화지에 빛을 노출해 만들어낸 사진 추상이 그 주인공이다. 사진을 어떤 현상을 기록하기 위한 것이 아닌 회화적 매체로서 사용한 것이다. 작가는 작은 인화지나 캔버스에 자신을 가두지 않았다. 라파엘 스토팽 큐레이터는 “자신의 작업이 도시같은 큰 공간에서 일부가 되어 드러나기를 바랐다”고 설명한다.
현대사진의 도화선으로 꼽히는 ‘뉴욕’ 연작은 틀에 갇히지 않는 그의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난다. 주인공을 세우고 배경을 조율한 뒤 공들여 찍는 당시의 경향과 달리 클라인은 라이카 카메라를 들고 나가 있는 그대로의 현장을 담았다. 초점이 흔들리고, 흑백의 콘트라스트가 강조되며, 요소들이 지워졌다. 원근감이나 구도를 중요시하기보다 날 것 그대로의 뉴욕을 기록하는데 집중했다. 이 작업들은 사진집으로 발간됐다. 보그 편집장이었던 알렉산더 리버만의 도움으로 뉴욕 시리즈가 완성됐고 영어와 프랑스어로 출간됐다. 전시장엔 사진집 ‘뉴욕’ 초판본과 편집구성안이 나왔다. 클라인은 직접 페이지네이션하고 들어갈 사진의 위치를 잡았다. 코믹북처럼 페이지와 페이지의 연결을 고민했고 독자가 페이지를 넘기면서 사진에 빠져들어갈 수 있도록 기획한 부분이 돋보인다.
뉴욕이후 작가는 파리, 도쿄, 모스크바, 로마 등 세계 주요도시의 모습을 담아낸다. 무심한 군중이 아닌 개개인이 살아있는 모습을 포착했다. 전후 정치적 변화의 한 가운데 있었던 도시의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기운이 감돈다.
전시는 보그와 협업으로 시작한 패션사진, 문자와 추상을 결합한 레트리즘 회화, 다큐멘터리 영화, 프린트 위에 색을 칠한 페인티드 콘택트로 이어진다. 다차원적 예술세계를 구성한 작가의 광범위한 기량이 ‘현대사진의 거장’, ‘20세기 시각예술의 선도자’라는 수식어의 본질임을 느낄 수 있다.
뮤지엄한미는 이 전시를 지난 2015년부터 기획했다. 사진가 윌리엄 클라인에서 시작했지만 작업 전반 기저에 흐르는 예술적 감수성과 60년에 달하는 역동적 작업세계를 ‘사진’으로만 담아내기엔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송영숙 뮤지엄한미 관장은 “윌리엄 클라인은 사진사적으로 획기적인 이정표를 세운 한편, 매체의 정형적 범주를 유쾌하게 비틀과 타 장르를 자유분방하게 넘나든 혁신가였다. 가장 사진적이면서도 사진의 틀을 넘어 매체에 대한 치열한 탐색과 자유로운 정신이 융합한 그의 진면모를 마주하고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9월 17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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