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팔려나간다…2030 ‘아트슈머’가 먼저 찾는 작가는 [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byd@mk.co.kr) 2023. 5. 27. 14: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Z세대 인기 아티스트 ‘갑빠오’ 인터뷰
작가 갑빠오
아침에 눈뜰 때부터 잠들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달고 삽니다. 수많은 자극에 노출되다보니 피로감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잠시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멍 때리며 정신 건강을 챙기고 싶을 때 문득 생각나는 작가가 있습니다. 도예, 페인팅, 설치 작품 등 다양한 작업을 펼치고 있는 작가 ‘갑빠오’입니다.

본명인 고명신보다 필명인 갑빠오로 더 유명한 그는 ‘아트슈머(소비활동을 통해 문화적 만족감을 충족하려는 소비자층을 일컫는 말)’로 통하는 2030 세대에게 특히 인기입니다.

그의 작품은 전시되기가 무섭게 팔려나가는데요. 그러다보니 젊은층이 ‘큰 손’으로 부상한 유통업계에서 서로 모셔가려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백화점, 가구, 생활용품, 가전업계 등 분야를 가리지 않습니다.

최근엔 파라다이스 호텔앤리조트에서 내놓은 막걸리 ‘미심’ 라벨을 디자인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작가의 트레이드마크인 무표정하면서도 어딘가 정감있는 표정의 캐릭터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사진출처 = 갑빠오 스튜디오]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다양한 작품 활동을 펼치느라 바쁜 그를 멍 때리기 좋은 날,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만나봤습니다.

참고로 갑빠오란 이름은 그가 이탈리아 유학파 출신이란 점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본명 고명신에서 고는 영어로 ‘KO’입니다. KO를 이탈리아에서는 ‘갑빠오(K=갑빠, O=오)’라고 읽는다고 합니다. 자신의 성만 이탈리아어로 바꾼 것 뿐인데, 발음이 독특해서인지 입에 착착 감깁니다.

-파라다이스 호텔앤리조트 막걸리 ‘미심’ 라벨을 디자인하며 중점을 둔 부분은.

▷막걸리는 막 걸러 마신다는 이름의 유래와 이미지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지만, 대부분의 음식과 조화로운 술입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기본 재료에 대한 탐구를 한 후, 새로운 맛과 향을 만들어낸 젊은 감각을 가진 막걸리 장인을 캐릭터로 잡았습니다. 기존에 없던 맛을 만들어낸 설레임과 재료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을 밝고 경쾌한 색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작업 중인 작가 갑빠오의 모습.
-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가 있다면.

▷아무래도 친숙한 캐릭터적인 인물상과 밝은 색상이 주는 에너지가 경계를 낮춰주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분야의 최전방 경계에서 문턱을 넘어오기 쉽도록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여기 재미있으니 당신도 한번 놀러와 보시라’는 안내인은 호감이 없으면 안되는 역할이니까요.

그는 실제로 흙을 소재로 한 세라믹 작업을 하면서 다양한 소재와의 접목을 통해 장르 확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친근한 일상의 단상들을 담아낸 작품은 각박한 현실 속에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작품 속 인물들의 표정이 수수께끼처럼 묘할 때가 많다. 의도한 바가 있나.

▷ 수많은 관계 맺음 속에서 정체불명의 표정을 한 사람들은 딱히 누구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디엔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우리들, 나, 혹은 당신의 얼굴입니다. 오묘한 표정의 수수께끼의 답은 감상자의 몫이지요.

단지, 저는 붉어진 뺨의 표현은 거의 하는데, 수줍음과는 또 다른 부끄럽다라는 기분은 사람에게는 중요한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에게 일어나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지는 화학반응은 그래도 우리에게 미래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 세상에 부끄러움을 느껴 얼굴이 빨개지는 어른이 많아질수록 좋은 세상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의 형태도 독특하지만, 작품의 색깔 배치를 어떻게 하는지도 궁금하다.

▷ 제가 좋아하는 색 조합 세트가 몇 개 있긴 하지만, 도자기 작업은 생각했던 색과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그럴 때는 의도치 않게 발견하게 됩니다. 결국은 제가 좋아하는 색 선택 33% 우연히 발견하는 색 조합 33% 주위를 관찰하면서 기록, 수집한 색 조합33% 로 배치하는 것 같아요.

[사진출처 = 갑빠오 스튜디오]
-작품을 보면 재치와 유머가 넘친다. 덕분에 요즘 젊은 층에게 많이 어필하는 것 같은데, 어떤가.

▷ (요즘 젊은 층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 완벽하게 착지해야 한다는 불안과 공포감을 주는 사회이다 보니 우울감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세대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작품은)조금은 투박하고 매끈해 보이지 않는 형태와 느낌 때문에 마음을 내어주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갑빠오 역시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제주 출신인 그는 본래 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는데요. 사회학도 시절, 그는 학교에 가서도 대부분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한 고민을 끝없이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늦은 나이 미대에 들어갔고요.

대학 졸업 후 갤러리 큐레이터로 활약하기도 했는데, 큐레이터로 일하며 또 갈증이 생겼습니다. 나만의 작품에 열중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그러합니다. 갈증 해소를 위해 불현듯 유학을 떠났습니다.

그는 이탈리아 브레라 국립미술대학교에서 장식미술을 전공했습니다. 브레라 국립미술대학교는 회화는 물론, 공예, 조각 등을 두루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는 곳입니다. 덕분에 갑빠오 작가는 미술 전반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Pacemaker⠀[사진출처 = 갑빠오 스튜디오]
-작품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고,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나

▷영감은 특별한 곳에서 받는다기 보다는 일상을 살피는 일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일상의 모습들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상상하고 관찰하려고 노력합니다. 작고 사소한 것들 안에 우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보이지 않는 것들 속에도 아름답고 소중한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우리의 일상은 커다란 영감 덩어리입니다.

평소에 스케치는 어떤 모양이나 색깔들이 생각났을 때 해놓지만, 거기에 얽매일까봐 작품을 하기 전에는 정밀하게 스케치를 하고 작업을 하는 편이 아닙니다. 직관에 의존한 작업 방식이 저에게 맞더라구요. 어떠한 결과물이 나올지 모르는 화면을 집중해 그리다 보면 어느 순간 발견되는 되는 무엇들이 있어요. 그 지점들이 작업자로서 흥미로운 요소입니다. 작업자와 감상자 역할을 반복하며 작업을 하는 거죠.

- 작품을 좋아해주는 팬층은 주로 어떤 분들인가.

▷순수한 시절 기억의 조각을 잃지 않고, 여지의 유머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앞으로 열릴 전시회나 작품계획이 있다면.

▷5월 27일부터 8월 20일까지 파라다이스시티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투게더’ 전시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파라다이스시티와 한국 컴패션이 함께 준비한 전시로, 입장료 대신 관람객들의 자율 기부를 받아 전 세계 식량위기로 어려움에 처한 전 세계 어린이들을 돕는다는 따뜻한 취지에 공감해 동참하게 됐습니다. 또 올해 하반기에 세종시에 개관하는 어린이 박물관 협업공간 작업이 한창 마무리 중이며, 이후에는 서울과 부산에서 예정된 그룹전과 개인전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