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8주차 女 경찰 조사…남편 “인권 침해” 진정 제기

경찰 "휴식 시간 보장, B씨·변호사 동의받아 조사 이어가"
"자발적 의사에 의해 조사 이뤄졌으며 규정 위반 없다"

임신 8주 차 여성이 사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다 남편이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남편 A씨에 따르면 아내 B씨는 지난 8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습니다. 조사는 오후 2시에 시작해 5시간 동안 이어졌으며, 이 사이 10분 정도 휴식이 3번 있었습니다.

오후 7시가 되어도 조사가 끝나지 않자 A씨는 태아와 아내의 건강이 걱정돼 경찰서에 들어가 항의하고 조사를 중단시켰습니다.

B씨는 앞서 2차례에 걸쳐 총 8시간 30분 동안 조사를 받았으며, 이날이 3번째 경찰 출석이었습니다. A씨는 2차 조사 뒤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알게 돼 3차 조사 직전 수사관에게 알렸다고 주장했습니다.

B씨는 조사 도중에도 수차례 경찰에게 "아내가 임신했으니 배려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습니다.

B씨는 조사를 마친 뒤 이틀 동안 집에서 안정을 취했지만,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아 산부인과에서 태아의 건강을 체크하고 수액을 맞았습니다.

B씨는 "조사가 시작되고 한 시간 정도 지나니 식은땀이 흐르고 얼굴이 붉어졌다 창백해졌다 반복했다"며 "경찰서를 나와 몸을 가누기 힘들었지만 배가 너무 고파 밥을 우선 먹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습니다.

A씨는 임신부를 5시간 동안 식사도 없이 수사를 강행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습니다. 또 경찰 청문감사관실에 아내의 인권이 침해당했다며 수사심의 신청도 했습니다.

A씨는 "임신부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수사관의 의식에 대해 철저히 교육하고 기본적인 인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조사 환경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조사 전 임신부라는 사정을 고려해 언제든지 휴식 시간을 보장하겠다는 것을 고지하는 등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경찰 수사 준칙에 따르면 피의자신문 시 총 조사 시간은 12시간을, 실제 조사 시간은 8시간을 초과해서는 안 됩니다. 조사 도중 최소 2시간마다 10분 이상의 휴식 시간을 보장해야 합니다.

논란이 불거진 뒤 당시 조사 시간 등을 확인한 결과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게 경찰의 입장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휴식 시간을 보장하고 B씨 및 동석한 변호사의 동의를 받아 조사를 이어갔다"며 "자발적 의사에 의해 조사가 이뤄졌으며 규정을 위반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혐의없음 결정’을 내린 것으로 29일 확인됐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