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곰탕’ 먹으러 갔다 인생이 바뀌었다 [귀농귀촌애(愛)]
전주에서 기업 컨설팅을 하던 남씨의 마음은 흔들렸다. 이 곳에 ‘문화귀촌’의 둥지를 틀고 싶었다. 45세의 나이에 귀촌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는 그해 가을에 마음에 든 한옥 3채를 샀다. “전주에 살아서 그런지 한옥과 고택의 가치를 바로 알 수 있었어요” 남씨는 인생 후반부를 한옥과 함께 이 곳에서 보내기로 결심했다.
3917마중 오픈까지, 남 대표 부부는 마을 주민들의 텃세와 투기꾼이라는 오해에 시달려야 했다. “처음 한옥을 구입했을 때 투기꾼이 마을에 왔다”는 말에 남 대표 부부는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남 대표 부부는 마을사람들로부터 투기꾼이라는 딱지를 달고 다녔다. 쇠퇴하고 쓰러져가는 옛 도심의 한옥을 구입한 게 마을사람들 눈에는 투기꾼으로 보인 것이다. “읍성이 위치한 이 마을은 상당히 폐쇄적이죠” 남 대표는 3년간 벙어리처럼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묵묵히 문화공간을 조성해 나갔다.
3917마중이 문을 열면서 이런 오해는 점차 풀리기 시작했다. 옛 도심에 3917마중이 외지인을 불러들이고 생기를 불어넣는 활력소 역할을 했다. 남 대표 부부는 3917마중 주변의 한옥을 추가로 매입했다. 사람이 살지않고 비어있는 폐가의 한옥을 구입한 것이다. 어느 새 한옥은 7채로 늘어났다. 한옥 문화공간 규모도 3800평으로 확장됐다.
한옥에 숙박과 체험객이 늘어나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3917마중에서는 나주배로 즐기는 다양한 체험과 한옥 스테이를 할 수 있다. 고택은 ‘경계인’, ‘알고 있지만’ 등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뜨면서 찾는 이들이 많다. 마중 의상실에서는 한복을 입고 3917마중은 물론 나주읍성을 누비면서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거나 인화도 가능하다. 지난해 이런 복합문화공간을 즐기려는 관광객 50만명이 다녀갔다.
카페에는 나주배로 만든 베이커리와 식음료가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나주배 스콘과 나주배 파르떼, 나주배 양갱이 등 나주배로 만들지 못한 것이 없을 정도로 종류가 다양했다. 손님들은 처음 맛보는 나주배의 맛에 푹 빠져들었다.
남 대표 부부는 문화귀촌을 한 지 8년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 바로 수익구조다.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관리비가 만만치 않다. 3917마중을 관리하는 직원만 8명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15명의 직원을 뒀다. 남 대표 부부는 3917마중을 오픈한 이후 이 곳을 하루도 떠난 적이 없다. 풀 한포기와 돌멩이 하나도 남 대표 부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게 없다.
남 대표 부부는 민간의 도시재생 노력에 행정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3917마중은 전남도가 지정한 민간정원 16호다. 또 최근에는 전남도의 유니크 베뉴에 선정됐다. 유니크 베뉴는 지역특색을 잘 반영하고 매력이 있는 회의 장소를 말한다. 지난해에는 기대표가 만든 나주배 양갱이가 나주시 관광기념품 대상을 수상했다. 또 중소기업벤처부가 선정한 호남권 최고의 로컬크리에이터 기업에 선정됐다.
이처럼 3917마중이 다양한 타이틀을 따고 복합문화공간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홍보부족으로 제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나주에 내노라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잡기위해서는 시와 행정의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게 남 대표 부부의 판단이다.
남 대표 부부의 마지막 목표는 민간 주도의 도시재생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역사와 문화 공간에 민간의 창의성을 더해 이를 융복합하면 민간 주도의 도시재생 사업이 가능하다는 게 남 대표의 판단이다. 도시재생은 자연스럽게 지역소멸을 막는 도구역할을 하게된다. 그는 3917마중의 주변을 보면 폐가와 어르신들이 많아 마을 소멸의 시점이 머지않았다고 본다. “도시재생 모델 구축은 여러 분야의 협력이 필요해요” 남 대표는 3917마중 주변에 자신과 같은 다양한 재능을 가진 귀촌인이 함께 한다면 도시재생은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남 대표 부부는 예비귀농귀촌인에게 도시에서 하던 일을 귀농귀촌해서도 계속 할 것을 권유했다. 귀농귀촌을 생각하는 대부분은 시골에서 농사를 짓지만 몇년을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평생 농사를 지은 농민도 수확의 기쁨을 맛보지 못할 때가 있다. 하물며 도시에서 살다가 내려온 초보 귀농귀촌 농사꾼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느냐고 남 대표는 반문했다. 귀농귀촌해도 도시에서 잘하는 일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분야가 많다고 그는 조언했다. ‘귀농귀촌=농사’ 이런 등식은
나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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