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와인 남아 돈다는데…파리서도 구하기 힘든 와인은? [김기정의 와인클럽]
2년 전 뉴욕 맨해튼에 살았을 때는 다양한 와인 시음회를 통해 잘 숙성된 올드 빈티지 부르고뉴 그랑크뤼 와인들을 비교적 쉽게 마실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때 와인과 ‘시간’ 또 ‘숙성’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했었습니다. 왜냐하면 맨해튼 집 근처에 부르고뉴 와인 전문점에서 사서 마신 영 빈티지 와인들은 그랑크뤼라고 해도 올드 빈티지와 완전히 다른 맛의 와인이었기 때문입니다. 부르고뉴의 와인 메이커들은 피노 누아(레드)와 샤르도네(화이트)를 ‘세월’과 함께 와인 병에 담아 놓는 기술이 탁월한 것 같습니다.
반면 한국에선 올드 빈티지 그랑크뤼를 마시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일단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프랑스에 사는 지인들에게는 현지에 있는 동안 부르고뉴 그랑크뤼, 가능하다면 올드 빈티지 그랑크뤼를 많이 마셔보라고 조언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파리를 가보니 올드 빈티지 그랑크뤼는 파리에서도 마시기가 쉽지 않아졌습니다. 막연하게 와인생산지 부르고뉴와 가까운 파리에선 그래도 다양한 종류의 그랑크뤼를 마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판이었습니다.
심지어 전문 와인매장에서도 부르고뉴 그랑크뤼는 진열장에서 사라졌습니다.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그랑크뤼’를 팔려면 업주나 매니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와이너리에서 귀한 부르고뉴 그랑 크뤼와인이 아무에게나 판매되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보던 소리인데요. 맞습니다. 명품 업체들이 이런식으로 판매합니다. 희소성 때문에 실물을 알현하려면 매장의 직원과 상당한 신뢰도를 쌓아야 합니다.
파리에서 부르고뉴 그랑크뤼를 맛 볼 수 있는 방법은 와인판매에 중점을 둔 전문 레스토랑을 찾아가는 겁니다. 와인 리스트를 길게 가지고 있는 레스토랑도 그랑크뤼 다음 등급인 프리미에 크뤼 와인까지는 준비를 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르고뉴 그랑크뤼는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일반 레스로랑에선 마시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주는 곳이 르 그랑 피유 에 피스(Legrand Filles & Fils)입니다. 와인 판매점과 레스토랑을 겸하고 있는 곳인데요. 와인 판매점에선 살 수 없는 올드 빈티지 그랑크뤼도 레스토랑에선 마실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곳은 한국의 와인 애호가들에 잘 알려져 있는 레 클리마(Les Limats)라는 곳으로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입니다. 파리에서 가장 긴 부르고뉴 와인리스트를 보유한 레스토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르셰 미술관 옆에 위치해 있어 오르셰 관람 후 한 잔 마시기 좋습니다.
물론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 처럼 고급 와인을 파는 대형매장에선 올드 빈티지 그랑크뤼를 일부 구할 수 있습니다. 가격이 너무 비싼게 흠입니다. 부르고뉴 그랑크뤼 레드는 ‘넘사벽’ 수준 가격이라 최근 갤러리 라파예트에서 팔고 있는 그랑 크뤼 화이트의 가격 몇 개를 소개합니다. 도멘 프랑스와 하브노 샤블리 그랑크뤼 브랑쇼(Blanchot)는 2013년 빈티지가 910유로, 2012년 빈티지가 980유로, 2011년 빈티지는 1700유로에 달했습니다. 요즘 환율로 계산하면 한 병에 150만원, 정식 수입을 한다면 세금까지 해서 한 병에 300만원 수준이네요.
‘화이트 버건디’도 올드 빈티지는 점점 희소해지면서 가격이 넘사벽을 향해 달려 가고 있습니다. 다은회에서는 ‘맛없는 부르고뉴 그랑크뤼 와인’과 한국에서 ‘부르고뉴 그랑크뤼를 구할수 있는 곳’을 차례로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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