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안 뽑아요” 2천만원짜리 기계에 알바 자리 뺏겼다

2023. 5. 27.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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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아르바이트는 한때 고된 청춘의 상징과 같았다.

최근 셀프식으로 교체한 서울 영등포구 한 주유소 관계자는 "교체 비용이 부담돼 미뤄왔지만, 직원 3명 인건비를 감안하면 차라리 대출받고 교체하는 게 낫겠다싶어 투자했다"고 전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A(35) 씨는 최근 식당 알바 자리를 물어보다 "월급 60만원에 주말·야근도 할 수 있느냐. 더는 사람 안 뽑는다"는 말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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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가장 오래한 게 주유소 아르바이트였죠. 혼자 차 8대까지 주유했다니까요.”(배우 김영광)

“밤 11시부터 새벽까지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치열하게 살았죠.”(개그맨 박준형)

주유소 아르바이트는 한때 고된 청춘의 상징과 같았다. 노년층의 쏠쏠한 노후수단으로도 사랑받았다. 하지만 이젠 낯선 풍경이 되고 있다. 주유소 알바 자리마저 하늘의 별 따기다. 알바 대신 셀프주유기가 대세다.

업주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항변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늘면서 오히려 교체비용이 더 저렴하다는 이유에서다.

[연합]

과거엔 최저임금 인상이 곧 직원 복지였다. 그런데 최근엔 상황이 변하고 있다. 로봇이나 키오스크, 셀프서비스 등 인력을 대체할 수단이 늘고 가격도 저렴해진 탓이다. 업주들은 인건비 부담 대신 셀프 서비스나 로봇으로 눈길을 돌린다. 로봇과 사람의 일자리 경쟁, 최전선에 아르바이트가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전국 지회장단은 25일 세종 고용노동부 청사 앞에서 ‘2024년도 최저임금 동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세희 회장은 “작년 4분기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1020조원에 달할 만큼 위태롭다”며 “최저임금마저 인상되면 소상공인도 더는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유소 아르바이트가 대표적이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2016년 당시 전국 주유소 중 셀프주유소의 비중은 18.9%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4월 기준 비중이 48.9%까지 치솟았다. 이미 전국 주유소 2곳 중 1곳은 셀프주유소인 셈이다.

같은 기간 최저임금은 6030원에서 9620원까지 상승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셀프주유소가 늘어난 건 인건비 부담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전했다.

실제 주유소 업주들도 같은 입장이다. 최근 셀프식으로 교체한 서울 영등포구 한 주유소 관계자는 “교체 비용이 부담돼 미뤄왔지만, 직원 3명 인건비를 감안하면 차라리 대출받고 교체하는 게 낫겠다싶어 투자했다”고 전했다.

대략 한 대당 2000만원 가량 교체 비용이 든다. 현재 최저임금 기준 직원 1인당 월급은 약 20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퇴직금이나 각종 보험비용, 휴가 인력 대체 비용 등까지 감안해야 한다. 직원 1명이 1년간 근무하는 비용이면 대략 1대의 교체 비용이 나온다.

[출처 브이디컴퍼니 유튜브 캡쳐]

식당 알바도 마찬가지.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A(35) 씨는 최근 식당 알바 자리를 물어보다 “월급 60만원에 주말·야근도 할 수 있느냐. 더는 사람 안 뽑는다”는 말까지 들었다. 그는 “단골식당 주인인데 ‘사람에 지쳤고 이젠 서빙로봇을 쓸 예정’이라는 말에 씁쓸했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서빙로봇은 동네 김밥천국까지 파고들었다. 서빙로봇 기술이 크게 진화하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면서 사용업체가 크게 늘고 있다. 업체들은 월 60만원 수준에 로봇을 대여하고 있다.

손님이 테이블에서 직접 태블릿PC로 주문하는 ‘테이블 오더’도 인기다. 소위 ‘먹튀’를 예방할 수 있고, 주문을 받는 직원도 필요없다.

집안일을 하는 집사로봇, 치킨을 튀기는 로봇, 곰탕이나 스테이크를 요리하는 로봇. 박람회가 아닌 실제 일상 속 식당에서 서비스 중인 로봇들이다. 개발·생산단계를 넘어, 이젠 대부분 렌탈로 사용할 수 있다. 대체로 월 100만~200만원대다. 1명 인건비를 넘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리포트를 통해 “기업들이 로봇 도입을 선호하면서 사람 간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엔 ‘일자리 없는 회복’을 맞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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