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석탄일 전통사찰 방문, 노인·장애인에겐 숙제입니다”
“종교활동과 주민복지 증진 목적”…일부 사찰에선 “필요성 못 느껴” 반응도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5월27일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불교 신자인 김경환(80)씨는 고민에 빠졌다. 평소 다니던 전통사찰이 차량 통행이 어려운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어서다. 고령의 나이에 무릎 관절까지 좋지 않은 김씨는 매번 힘겹게 사찰로 올라가야 한다. 김씨는 '엘리베이터'라도 있었으면 편할 거라며 한숨만 내쉬었다. 또 김씨가 다니는 사찰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설치돼있지 않다. 김씨는 "거동이 어려워도 사찰에 편히 방문했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마음이 어려울 때 찾는 종교 시설. 하지만 몸이 불편한 이들에게는 종교 활동도 숙제다. 특히 역사를 지닌 전통사찰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있어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일례로 화엄사·범어사·불국사 등 일부 전통사찰의 경우는 높은 계단이나 고지에 위치해, 사찰을 찾는 노인 등이 불편을 겪기도 한다.
현행법은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은 예외시설을 제외하고 개발제한구역 내 건축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전통사찰도 예외시설로 규정돼있지 않다. 이 탓에 경내에 공중화장실이나 노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 등의 설치가 어렵다. 또 사찰 내부 전통시설을 유지·보존하기 위한 시설의 신축도 불가능하다.
이에 국회에선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전통사찰 규제를 완화시키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개발제한구역 내 전통사찰에 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이 통과되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통사찰에 편하게 접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 의원은 법안 발의 취지에 대해 "전통사찰에서 이뤄지는 건축행위는 대부분 종교활동과 주민 편익 및 복지를 목적으로 행하지만, 현행법상 개발제한구역 건축 제한 예외 대상에서 빠져있어 불교 및 전통사찰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전통사찰의 보존과 전통문화의 계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조계종 측 "전통사찰 증축은 주민·등산객 복지 등 공공성과도 연결"
불교 조계종 교단에서도 해당 법안에 대해 화답하는 분위기다. 조계종 기획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그동안 법 시행령 안에 전통사찰 증축 사항들이 사찰의 이익을 위한 부분이 아니라 공공성을 위한 부분도 있다. 공중화장실 등도 사찰을 방문하시는 주민이나 등산객들을 위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개발제한구역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어서 저희도 (전통사찰 규제 완화에 대해) 정부에 요청하고 있었다"라며 "이번 법안을 통해 그런 부분들이 해소될 수 있고, 또 전통사찰이 국민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서도 편의가 증진될 것 같다. 저희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법안의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문화재와 자연 경관 훼손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서다. 한 전통사찰의 관리실 관계자는 "굳이 시설 건축을 하지 않아도 노약자·장애인용 편의를 위해 경사로를 두는 등 충분히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며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야 사찰 내 전통도 보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 개정을 두고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 불교계 일각에선 '시설' 보다 '시선'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시선으로 '종교 활동의 편의성'을 증진시켜가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 불자들의 모임 보리수아래(대표 최명숙)는 지난해 11월 를 발간하고, 장애인 이용이 편리한 사찰을 소개했다. 최 대표는 '불교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종단 차원의 사찰내 편의시설 설치에 세심한 관심을 갖고 사찰 내 장애인 안내를 위한 전담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사찰 스님들과 종무원들의 장애인에 대한 편의시설과 인식개선이 좀더 이루어져 불자장애인들의 신행활동 지원과 포교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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