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청국장 향기… 아련한 추억을 한 숟갈 뜨다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어릴 적 시골 할머니댁서 맡던 쿰쿰한 냄새
호불호는 강하지만 추억으로 기억되는 맛
참기름의 고소함도 식사 끝까지 입맛 자극
생선구이·조림·제육볶음과 궁합도 찰떡
열무김치 잘라 쓱쓱 비비면 마음도 풍족
40년 동안 2대째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어머니 청국장’은
한 동네에서 많은 이들에게 누군가에게는 어머니의 손맛으로,
누군가에게는 할머니에 대한 추억으로 기억되는 사랑받는 장소다.

노을빛이 내려오는 저녁, 음식점이 즐비한 골목길을 지날 때마다 발길을 멈추게 만드는 냄새가 있다. 밥짓는 냄새, 고기 굽는 냄새, 김치찌개 냄새 등 익숙한 그 냄새들은 매일 맡아도 질리지가 않는다. 그중 청국장 냄새는 누군가에게는 고향의 냄새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고욕의 추억일 수도 있다. 나는 어릴 적 청국장을 즐겨 먹고 자란 세대는 아니다. 어머니의 메주 된장을 넣어 끓인 청국장은 ‘특식’으로 집에서 한번 끓여 먹은 날에는 온 집안에 그 냄새가 하루 종일 떠나지 않아 한겨울에도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시키기도 했다. 시골 할머니가 아직 정정하실 적엔 작은방 구들장 뜨끈한 구석에선 늘 쿰쿰한 냄새가 새어 나왔던 기억이 난다. 종종 맡아왔던 그 쿰쿰한 향은 내 추억의 한 자락을 확실히 잡고 있다.
근처에 가까운 전철역이나 버스정류장도 없는 서울 중랑구 면목동 골목길. ‘어머니 청국장’은 이 한자리에서 20년을 영업을 해왔다. 이 자리 이전엔 같은 동네 근처에서 20년 동안 자리를 지켜왔고 초대 사장님과 지금의 사장님까지 2대째 40년간 가업을 이어가는 명실상부 터줏대감 노포다. 청국장에 관심이 없으면 무심코 지나갈 법한 소박한 간판과 외관은 세월의 흔적이 이젠 역사가 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내 어린 기억에 할머니의 집은 화장실이 밖에 있고 툇마루가 있는 옛날 집이었다. 미닫이문 넘어 구석 작은 방에는 늘 쿰쿰한 냄새가 새어 나왔는데 그게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다. 메주 냄새는 어린 시절 누구나 다 맡아본 즐겁든 괴롭든 그런 추억의 냄새 아닐까 싶다. 메주콩인 대두는 정성껏 삶아서 으깨준다. 메주 틀에 꾹꾹 눌러 모양을 잡아 주고 짚으로 엮어 구들장 위에 따뜻하게 띄어주는데 이렇게 만든 메주를 장독에 넣고 소금물을 부어 100일 동안 불린 뒤 건더기는 건져 치대어 된장을 만든다. 남은 물로는 간장이 만들어진다. 장독에 숯과 건고추를 넣어 벌레가 꼬이지 않게 해주는 것이 좋다. 할머니는 된장을 음력 정월에 만드는 정월 된장으로 만드셨다. 어머니 옛날 기억엔 따뜻한 햇빛이 내리쬐는 봄이 되면, 메주 건져 간장 끓이는 냄새가 집집마다 진동했다고 한다. 그땐 그 냄새가 꽤나 고역이었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미소가 참 푸근하다.

<재료>
청국장 100㎖, 치킨 스톡 100㎖, 가루 파마산 치즈 15g, 버터 1Ts, 보리밥 100g, 밀가루 50g, 빵가루 50g, 계란물 some, 소금 some, 튀김기름 넉넉히, 날치알 30g
<만들기>
①버터를 두르고 보리밥을 볶아준다. ②치킨 스톡을 넣고 끓이다 청국장을 넣고 되직하게 농도를 잡아준다. ③가루 파마산 치즈를 넣어 풍미를 더해준다. ④리소토가 식으면 둥글게 빚어 준 후 밀가루, 계란물, 빵가루를 입혀 노릇하게 튀겨준다. ⑤날치알 또는 가성비 좋은 캐비어를 얹으면 별미가 된다. 마요네즈나 허니 머스타드를 곁들여 먹는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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