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늦춰진 美 정부 디폴트 시한··· 부채한도 합의는 점점 근접

박준호 기자 2023. 5. 2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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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의회 막판 부채협상
옐런 "내달 5일까지 한도 올려야"
바이든 "합의 매우 근접··· 낙관적"
국방·보훈 뺀 지출은 동결하기로
코로나 불용액 회수, 국세청 예산↓
양당 내부 반대의견 조율이 관건
재정지출 상한, 경제 악영향도 우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캠프 데이비드로 떠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서울경제]

미 재무부가 연방정부 채무불이행(디폴트) 시점으로 예상하는 이른바 ‘X데이트’가 당초 다음 달 1일(이하 현지 시간)에서 5일로 살짝 늦춰졌다. 디폴트를 피하기 위한 미 백악관과 의회 간 부채한도 조정 협상 시한을 나흘가량 번 셈이다. 양측 협상은 계속해서 진척을 보이면서 합의에 시시각각 접근하는 모습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상황이 “매우 낙관적”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26일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다음 달 5일까지 부채한도를 상향하지 않으면 정부가 지불 의무를 이행할 자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음 달 1~2일 만기되는 사회보장 및 군인연금 약 1300억 달러를 지급할 수는 있다며 “이 지출로 재무부 금고가 극도로 낮은 수준에 머무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백악관과 의회 모두 부채한도 조정을 위한 시간을 다소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절대적인 시간은 여전히 부족하다. 일단 미 의회는 메모리얼데이(미국 현충일)인 29일까지 휴회에 들어가며, 하원은 법안 처리를 위한 숙려기간을 3일간 의무적으로 두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메모리얼데이를 앞두고 캠프 데이비드로 떠났다. 그에 앞서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진행하며 “부채한도와 관련해 상황이 좋아 보인다”며 “합의에 아주 근접했고 나는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추가 질문이 이어지자 바이든은 “협상이 계속 되고 있다. 우리가 합의를 할 수 있을지 오늘밤에 알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답변했다. 협상 파트너인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미 하원 의장도 기자들과 만나 협상이 중대한 시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종 타결이 이뤄질 때까지 작업은 계속될 것”이라며 “오늘도 협상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합의안은 부채한도를 2년간 올리는 대신 정부 예산안 중 재량지출에서 국방·보훈 부문을 제외한 항목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는 내용이다. 재량지출은 행정부와 의회가 재량권을 가지고 예산을 편성·심사할 수 있는 지출 항목이다. 미 연방정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미국 정부지출 6조 2700억 달러 가운데 재량지출은 27%인 1조 7000억 달러였으며 이 중 국방 부문이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내년 국방비 증액 수준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요구한 것과 비슷한 3% 선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지원 예산 중 불용액을 환수한다는 데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득자와 기업의 탈세를 단속하기 위해 국세청에 배정한 예산을 지난해 80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 줄이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국세청 예산이 삭감되는 대신 교육·환경 등 다른 분야의 예산은 삭감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케빈 매카시(가운데) 미 하원 의장이 26일(현지 시간) 미 의회 의사당에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협상 참석자들이 국방비를 포함한 재량지출 총액에는 합의하지만 주택·교육 같은 세부 항목은 의회가 구체적으로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경우 공화당은 일부 연방정부 지출을 줄인 것을, 민주당도 국내 예산사업 대부분이 크게 삭감되지 않도록 보호한 것을 각각 자평할 토대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 공화당 보수파인 칩 로이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공화당원들은 나쁜 거래를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내 극우 계파인 프리덤코커스 소속 의원 35명은 매카시 의장에게 부채한도 협상에서 좀 더 보수적인 요구 사항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민주당에서도 진보파 의원들이 재정지출 일부 삭감과 공익적 복지 프로그램 수급 요건 강화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내면서 수정헌법 14조를 발동해 자체적으로 부채한도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언론에서 재정지출 삭감의 위험성을 적극 알리지 않아 협상에서 손해를 본다는 불만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부채한도 상향과 정부지출 관련 합의안에 대해 “디폴트를 피한다 해도 정부지출에 상한을 두는 결정이 미국을 경기침체로 이끄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고 전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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