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를 스쳐갔던 미스터리한 ‘이것’의 정체는 [김정욱의 별별이야기](24)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우주.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인도 등은 일찌감치 우주의 가치에 눈을 뜨고 그 공간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본격적으로 우주개발에 뛰어들고 있죠. 미지의 우주, 그 광활하고 거대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풀어내려 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2017년 천문학자들을 비롯한 과학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해 9월 6일 지구에서 25광년 떨어진 베가성 방향에서 날아온 한 물체가 우리 태양계로 들어왔습니다.
이 물체는 태양 중력의 도움으로 금성과 지구궤도를 통과하고 다시 태양계 밖으로 날아갔습니다. 이때 하와이의 할레아칼라산 정상에 있는 천문대의 천체망원경이 이 물체를 관측했습니다.
이 물체가 발견됐을 때 천문학자들은 혜성이나 소행성일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리고 이 물체의 궤적, 속도 등을 자세히 분석해보니 태양계 밖에서 날아온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태양계 밖에서 온 물체를 지구에서 관측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이 물체는 인류가 최초로 발견한 태양계 밖에서 온 손님이었던 것입니다.
처음으로 태양계 밖에서 날아온 이 손님에게 과학계는 ‘오우무아무아(Oumuamua)’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오우무아무아는 하와이 원주민 언어로 ‘먼 곳에서 찾아온 메신저’라는 뜻입니다.
인류가 처음 발견한 성간(별과 별 사이) 물질인 오우무아무아의 등장에 과학계는 흥분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 천문학자들이 앞 다퉈 이 물체를 관찰했는데, 오우무아무아는 이미 지구에서 3000만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빠르게 태양계 밖을 향하고 있는 오우무아무아를 지구에서 관측할 수 있는 시간은 11일이었습니다. 당장 오우무아무아를 뒤쫓아 갈 수 있는 탐사선을 보낼 수 없었기에 이 11일은 과학자들이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기간 전부였죠.
그런데 오우무아무아는 그 동안 지구를 찾아 왔던 소행성이나 혜성과는 달랐습니다. 궤도, 크기, 비행속도 등 모든 게 이전에 왔던 물체와는 차이를 보였습니다.
그 동안 관측된 혜성과 소행성의 모양은 대부분 동그란 구의 모양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오우무아무아는 길쭉한 모습이었습니다. 또 태양 주변을 지날 때 다른 물체들과는 달리 태양열 반사에 의한 방출되는 열이 오우무아무아에서는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통해 이 물체는 기존에 지구를 찾아 왔던 다른 물체들 보다 크기가 작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오우무아무아는 작은 크기임에도 다른 혜성이나 소행성보다 더 반짝이게 빛났습니다. 당시 오우무아무아를 관측했던 천문학자들은 오우무아무아가 우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얼음이나 돌덩어리가 아닌 금속과 같이 빛(태양빛)을 반사하고 있었다고 전합니다.
오우무아무아의 궤도 역시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과학자들은 지구로 오는 혜성· 소행성·운석 등에 대해 비행 궤도를 예측(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구를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핼리혜성도 76년만에 우리를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우무아무아의 궤도는 예측이 불가능 했습니다. 오우무아무아는 다른 물체들처럼 태양과 주변 행성(수성, 금성, 지구 등)들의 중력에 의해 비행하는 게 아니라 중력 외 추가적인 힘이 있어야 날 수 있는 궤도를 그렸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오우무아무아는 다른 우주의 물질에서 발견되는 가스, 물(수증기) 등도 주변에서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오우무아무아의 정체는 더욱 미궁으로 빠졌습니다.
이때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천문학자인 에이브러햄 로브 교수는 “오우무아무아는 소행성이나 혜성처럼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물체가 아닌 인위적인 물체, 즉 외계 문명이 보낸 탐사선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하버드대 천문학과의 학과장이자 천문학계의 권위자 중 1명으로 꼽히는 로브 교수는 “우리의 기존 지식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게 있다면 사고의 영역을 과감히 넓혀야 한다”면서 “오우무아무아가 외계의 지적생명체가 만든 물체라면 그 동안 보여줬던 특이성들이 모두 설명된다”며 오우무아무아의 외계문명 물체설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로브 교수는 2018년 11월 12일 우주물리학 저널 회보에 오우무아무아의 특이성을 설명하는 논문을 실으면서 외계 문명이 보낸 물체일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했습니다.
그리고 로브 교수의 주장은 전혀 무시당하지 않고 일부 과학자들은 동의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 넓은 우주에 우리만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과학계의 중론인데, 외계의 지적 생명체가 보낸 탐사선들은 우주에 많이 떠돌아다닐 것입니다.
우리 지구에서도 그 동안 많은 탐사선들을 우주로 보냈고 그 가운데 △뉴 호라이즌호 △보이저 1호 △보이저 2호 △파이어니어 10호 △파이어니어 11호는 이미 성간우주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이 탐사선들은 우주를 떠돌아 언젠가는 지구 외 다른 문명에게 발견될 수 있습니다.
오우무아무아가 우주를 떠돌던 돌맹이나 얼음덩이인지 아니면 정말 외계의 지적생명체가 만들어 보낸 물체인지는 이제 확인할 수 없습니다.
오우무아무아가 우리를 스쳐간지 6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과학계에서는 이 물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류가 관측한 최초의 성간 물질이라는 점과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닐 수 있다는 점은 우주의 시각을 넓히고 있는 우리에게 의미있는 발견과 논쟁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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