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되는데 우린 왜 안되나?”...한국이 찬 ‘핵족쇄’, 이대로 괜찮을까 [한중일 톺아보기]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3. 5. 2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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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0-1]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지난달 26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윤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우리는 핵공유라고 보지 않는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직후 최대 관심사였던 ‘워싱턴 선언’에 대해 미국측은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사실상 핵공유”로 해석한 한국과는 분명한 온도차를 보인겁니다. 지난해 북한은 역대 가장 많은 미사일을 쏴댔고 7차 핵실험 준비도 이미 마친 상태 입니다. 최근 동창리에선 새 발사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죠.

한국의 핵무장론은 워싱턴 선언으로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듯 하나, 북한의 폭주가 계속된다면 언제든 재점화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북한전문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워싱턴 선언을 일정부분 평가하면서도 “북핵에 대한 한국의 우려가 불식된 건 전혀 아니다” 라고 강조합니다. 학계의 대표적 핵자강론자로 지난해부터 한국의 자체 핵보유를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그에게 현 상황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발췌.

Q. 왜 지금 한국에 핵이 필요한가? 핵무장론은 극우적 아닌가?
A: 북한이 작년부터 한국에 노골적 핵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전술 핵무기를 전방에 실전 배치했고 법령을 개정해서 핵을 선제 사용할 수 있게 법제화 했죠. 우리 군시설과 항만, 공항 등을 목표로 핵 타격 연습까지 했어요.

한미 확장억제라는 게 있지만 북한이 ICBM을 보유하지 못했을 때나 작동할 수 있는 겁니다.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BM 능력을 갖추게 된 지금으로선 확장억제가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 입니다. 때문에 국가 생존차원에서 핵무장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거죠.

국가 생존 문제는 진영의 문제가 아닙니다. 과거 극우 진영의 핵무장론은 주장만 있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전혀 얘기하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지난해 출범한 핵자강 전략포럼은 기본적으로 중도 성향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고요. 어떤 단계를 거쳐 핵무장으로 나아갈 수 있고 주변국을 어떻게 설득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 각론을 만들고 있습니다. 극우적 핵무장론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봅니다.

Q. 워싱턴 선언을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달 정상회담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 하는 한미 정상.
A: 워싱턴 선언은 ‘핵협의그룹(NCG)’ 설립 등 분명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북핵 대응을 위해 한미간 협의를 더 발전시키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단순한 협의 확대로 북핵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해소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미국은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을 통해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증진시키겠다고 약속했는데요. 과연 이것으로 북한이 얼마나 공포를 느낄지도 의문입니다. 한국 근방에서 북한에 사용하기엔 핵잠수함에 장착한 SLBM의 사거리가 7,400km 이상으로 너무 길거든요.

무엇보다 북한의 대남 전술핵 위협과 핵전력이 증강되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NPT를 탈퇴할 수 있는 권리마저 포기한 건 유감스러운 부분 입니다. 저는 ‘핵협의 확대’ 를 대가로 ‘핵 족쇄’ 를 강화했다고 봅니다.

1955년 미일 원자력 협정에 조인하는 양국 대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과 관련해 한미 원자력협정과 미일 원자력 협정이 허용하는 수준은 차원이 다릅니다. 저농축우라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미국은 플루토늄이 핵무기 개발에 전용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의 재처리 허용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데요. 일본의 경우 이미 30년 전 예외를 인정받아 비핵보유국 중 유일하게 플루토늄을 쌓아놓고 있습니다. 이미 46톤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고 재작년 부터는 매년 8t의 플루토늄을 자체 생산할 수 있죠. 이번에 한미원자력 협정 개정을 적극 추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북핵 우려가 해소 될수 없다는 건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A: 미국이 한국을 지키기 위해 워싱턴이나 뉴욕에 핵미사일이 떨어지는 상황을 감수할 수 있겠냐는 겁니다. 미국내 많은 전문가들 조차 자국 대통령이 그런 결심을 내리기 어려울 거라고 이야기 합니다.

북한의 핵능력은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ICBM이 지금보다 더 늘어난다면 미국 MD로 막기 어렵습니다. 지난달 시험발사한 고체연료 ICBM의 경우 연료주입 없이 즉각 발사가 가능하죠. 또 지금 다탄두 ICBM 개발도 추진중인데 이게 성공하면 더더욱 막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작년부터 미국 내에서도 북한과 핵전쟁을 피하기 위해 핵감축 협상을 해야된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공동선언이 발표됐지만 한국을 안심시키기 위한 사실상 상징적 조치라고 봅니다. 대통령이 바뀌면 언제든 휴지조각이 될 수 있는 거거든요. 지금 한미 양국이 협의를 더 한다는데 핵사용은 미국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이것에 대해선 한국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순 없다, 그냥 믿어라. 이게 미국의 입장 입니다.

만약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해서 가령,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면 미국이 북한이 쓴 것과 같은 종류의 핵무기로 즉각 보복한다 이런 내용이 들어갔다면 설득력이 있겠고 신뢰를 줄 수 있겠죠. 조약은 정권에 따라 맘대로 바꿀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 정권이 바뀌면 사문화 될 수 있는 공동성명 정도로는 결코 안심할 수 없습니다.

Q. 정부정책 때문에 남북 관계가 경색됐고 무력 충돌 가능성이 커졌다는 비판이 있다. 진보정권이었다면 달랐을까?
대남 담화를 발표하고 있는 김여정.
A: 진보정부가 출범했다 하더라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을 것 이라고 봅니다. 지금 한국 정부가 북한을 국방백서에 적으로 표기하고 적대시 하니까 북한도 노골적으로 한국을 적으로 본다는 건데요. 사실 문재인 정부때도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시킬 때 김여정이 남한을 적으로 본다는 걸 숨기지 않는다고 말했잖아요. 이때도 이미 북한은 우리를 적으로 봤던 거에요.

그리고 지금 북한이 유엔 안보리 제재를 일절 받지 않으면서 ICBM 실험 등 하고 싶은거 다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래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에 어느정도 협조를 해줬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후 이들 국가가 제재에 반대하고 있거든요. 북한에겐 맘 놓고 핵무기 실험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긴거죠. 그래서 지난해 북한이 역대 가장 많은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거잖아요.

따라서 지난 대선때 진보 정부가 승리 했더라도 북한은 계속 미사일을 발사했을텐데, 국내 여론 때문에라도 한국 정부는 한미 연합훈련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결국 지금보다 북한의 도발 강도가 조금은 낮아졌을진 몰라도, 큰 틀에서는 북한의 행동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고 볼순 없습니다.

Q.일각선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해소 해주면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데?
A: 북한을 볼때 자꾸 자신들의 희망을 담은 선글라스를 끼고 보니 대북정책이 실패하는 겁니다. 보수는 북한을 더 세게 압박하면 정권이 붕괴될 것이다, 이렇게 접근하면서 제재를 맹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진보는 우리가 선의를 갖고 대하면 북한도 선의로 부응할 것이라고 착각하죠.

예전에도 북한의 비핵화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가 어떤 지경에 처했는지 봤잖아요. 절대 핵을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고 봐야죠. 그리고 김정은 정권이 내세우는 최대 업적이 뭡니까? 핵이잖아요. 자신의 권력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업적을 김정은이 포기한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Q.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북핵 공포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A:과장이 아니라 오히려 과소 평가하고 있다고 봅니다. 정부의 대응을 보면 아직도 안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미 확장억제와 한국이 보유한 첨단 재래식 무기로 북한 핵무기에 대적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 하는데, 이건 북핵 위협 과장이 아니라 과소평가죠.

진보 보수 가릴것 없이 역대 한국 정부 공통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북한이 자신의 핵능력을 실제보다 조금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면 한국 정부는 축소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거칠게 말해, 비핵무기로 북핵에 대응할 수 있다는 주장은 거짓말 입니다.

3축체계 라는게 지금 우리에게 핵이 없으니까 재래식 무기로 대응한다는 건데,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는 게임이 안 됩니다. 재래식 무기로 대량 응징 보복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라는 거에요.

예컨데, 지금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현무-5 미사일은 북한이 최근에 보여준 전술핵탄두 위력의 1천분의 1도 안돼요. 북한이 전술핵을 사용하면 우리는 현무-5 미사일을 1천발 정도는 쏴야지 동일한 효과를 낸다는 건데, 우리에게 현무-5 미사일이 1천발이 있겠습니까? 당연히 아니겠죠. 때문에 북핵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은 결코 될 수 없다는 겁니다.

다음회에선 ‘한국의 핵 잠재력 수준과 핵보유 단계별 시나리오’에 대해 들어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쉽고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 영상은 매일경제 월가월부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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