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희의 차이나 트렌드] 나이키 제치고 1위 등극한 안타…中 시골 소년이 세운 ‘스포츠 제국’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2023. 5. 2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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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태생으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중국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로 출전한 구아이링(에이린 구)이 2022년 2월 15일 장자커우에서 열린 여자 프리스키 슬로프스타일 결승에서 은메달을 딴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구아이링은 중국 안타스포츠 브랜드 홍보대사로서 안타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출전했다. /로이터 연합

중국 베이징 싼리툰 지역의 쇼핑 단지인 타이쿠리엔 온갖 외국 스포츠웨어·스포츠용품 브랜드가 모여 있다. 코로나 대유행을 거치며 젊은 층 사이에 캠핑·등산과 같은 야외 활동이 크게 늘고, 테니스·골프 인구도 증가한 영향이다.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치르면서 스키·스노보드 등 동계 스포츠를 즐기기 시작한 사람도 확 늘었다. 타이쿠리 쇼핑몰엔 전엔 보이지 않았던 아웃도어·애슬레저 스포츠 패션 브랜드 매장이 동계올림픽 전후로 속속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프랑스 살로몬(Salomon), 스웨덴 피크 퍼포먼스(Peak Performance), 미국 윌슨(Wilson), 일본 데상트(Descente) 같은 매장에 발길이 이어지는데, 이들 브랜드엔 공통점이 있다. 주인이 같다는 것이다. 바로 중국 최대 스포츠웨어 기업 안타스포츠(安踏體育 Anta Sports Products Limited)다. MZ 세대에서 인기가 많은 이 브랜드들이 중국 기업 소유라는 것은 외국 소비자뿐 아니라 중국 소비자에게도 낯선 사실이다. 한국 스포츠 패션 기업 휠라(FILA)와 코오롱스포츠(Kolon Sport)의 중국 사업 운영권도 안타스포츠가 갖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 있는 안타스포츠 매장.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안타스포츠는 지난해 설립 30여 년 만에 세계 최대 스포츠웨어 기업인 미국 나이키를 누르고 중국 시장을 제패했다. 오랫동안 중국 스포츠웨어 시장을 지배했던 나이키와 독일 아디다스를 모두 제쳤다. 2022년 안타스포츠 그룹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8.8% 늘어난 536억5000만 위안(약 10조700억 원)으로, 나이키의 중국 매출(514억 위안)을 앞질렀다. 안타스포츠 그룹은 크게 안타, 휠라, 데상트, 코오롱스포츠, 아머스포츠(아크테릭스·살로몬 등 12개 브랜드)로 이뤄져 있다. 안타 그룹이 자국 시장인 중국에서 나이키 매출을 추월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 스포츠용품 기업 전체 중에서도 처음이다.

안타 그룹은 이미 2021년 상반기(1~6월) 중국 시장에서 아디다스 매출을 추월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기세를 몰아 나이키마저 제치고 2022년 중국 시장 1위로 등극했다. 안타스포츠 시가총액은 홍콩증권거래소에서 5월 25일 종가 기준 2358억2000만 홍콩달러(약 40조 원)로, 세계 스포츠용품 기업 중 나이키와 캐나다 룰루레몬에 이어 세계 3위다. 아디다스는 안타에 밀려 4위로 내려간 지 꽤 됐다.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 안에 있는 안타(ANTA) 매장.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 아버지가 만든 신발 팔던 10대 소년…자산 10조 원 부호로

중국에선 안타스포츠를 토종 브랜드의 세계화 성공 모델로 추켜세운다. 이젠 세계 시장에서도 나이키를 위협하는 안타를 만든 사람은 10대 때부터 신발을 판 딩스중(丁世忠·53). 그는 ‘중국판 나이키’라 불리길 거부하며 외국 스포츠 브랜드를 잇따라 집어삼키며 ‘스포츠 제국’을 일궜다.

대만과 가까운 중국 동남부 푸젠성 진장시 태생인 딩스중은 아버지가 집에서 만든 신발을 내다팔며 가족 생계를 도왔다. 진장은 중국에서 신발 수도로 불린다. 운동화를 비롯한 온갖 종류의 신발이 이곳에서 생산됐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도 1980년대 이곳에 운동화 제조 공장을 열었다. 2017년엔 신발 제조업체가 약 5000개에 달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19년 10월 29일 스위스 로잔에서 중국 안타스포츠를 공식 스포츠웨어 유니폼 제공업체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22년 12월 말까지다. 왼쪽이 안타스포츠 창업자인 딩스중 당시 최고경영자. /IOC

딩스중은 열일곱 살이던 1987년 신발 600켤레를 들고 수도 베이징으로 가 본격적으로 신발을 팔았다. 이후 창업을 결심하고 1991년 아버지, 형 딩스자(丁世家·59)와 진장에서 안타스포츠를 공동 설립했다. 딩스중은 세계 1위 나이키의 성공 공식을 모방했다. 스포츠 스타를 광고 모델로 쓰며 브랜드를 알리는 스포츠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당시 중국에선 드문 행보였다. 1999년 중국 탁구 메달리스트인 쿵링후이를 브랜드 대변인으로 기용했다. 중국 관영 방송 CCTV의 스포츠 채널에 광고 영상도 내보냈다. 2002년엔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미국프로농구(NBA) 마케팅에도 뛰어들었다. NBA에서 뛰던 중국인 선수 바텔(Battelle)과 손을 잡았다. 이듬해 바텔 소속팀이 NBA 챔피언십을 거머쥐면서 안타의 NBA 마케팅이 빛을 봤다. 딩스중은 2007년 안타를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켰다.

왼쪽) 중국 스포츠웨어 브랜드 안타는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클레이 톰슨, 케본 루니와 후원 계약을 맺었다. /안타 오른쪽) 안타가 2023년 6·18 쇼핑 축제를 앞두고 중국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판매 중인 운동화 제품들. /안타

베이징 하계올림픽이 열린 2008년, 위기가 닥쳤다. 당시 중국 스포츠용품업체들은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며 생산량을 크게 늘렸는데,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않아 재고 부메랑을 맞았다. 안타 역시 2009년 매장 600곳 이상을 닫아야 할 정도로 상황이 나빠졌다. 딩스중은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떨이 판매에 나섰는데, 최악의 수였다. 재고 정리에 집착해 싼 가격에 많이 파는 방식을 쓰다 보니, 어느덧 소비자 머릿속에 안타가 저가의 싸구려 브랜드로 각인된 것이다. 딩스중은 잘못된 판단이었단 것을 깨닫고, 사업 모델을 도매 위주에서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소매 방식으로 바꿨다. 연구개발부터 디자인, 제조, 유통까지 모두 직접 통제했다.

딩스중은 2022년 미국 포브스가 집계한 ‘중국 부호 100명(China’s 100 Richest)’ 명단에서 순자산(가족 합산) 가치 59억5000만 달러(약 7조8900억 원)로 56위에 올랐다. 올해 4월 공개된 ‘포브스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Forbes World’s Billionaires List)’에선 순자산 가치 79억 달러(약 10조5000억 원)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과 함께 공동 268위에 올랐다. 형 딩스자도 순자산 가치 75억 달러로, 이 리스트에서 공동 299위에 올랐다. 딩스중은 올해 1월 최고경영자(CEO)직을 내려놓고 이사회 회장직만 맡고 있다.

중국 스포츠웨어 기업 안타스포츠가 보유한 브랜드. 크게 안타, 휠라, 데상트, 코오롱스포츠, 아머스포츠 그룹(12개 브랜드 보유)으로 구성됨. /안타
중국 스포츠웨어 기업 안타스포츠는 2019년 핀란드 아머스포츠(Amer Sports) 그룹을 46억 유로(약 6조5400억 원)에 인수했다. 아머스포츠는 산하에 아크테릭스, 살로몬, 윌슨, 아토믹, 피크 퍼포먼스 등 스포츠 전문 브랜드 12개를 보유하고 있다. /아머스포츠

◇ ‘중국판 나이키 싫다’…외국 유명 브랜드 사들여 내 것으로

딩스중은 10여 년간 중국 국내에서만 사업을 키우다가 2000년대 들어 해외로 눈을 돌렸다. ‘중국판 나이키’로 머물긴 싫다고 했다. 안타를 나이키·아디다스처럼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실현하기로 했다. 방법은 외국 유명 브랜드를 사들이는 것이었다. 딩스중은 중국 언론 인터뷰에서 “브랜드 한 개로는 나이키나 아디다스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여러 브랜드로 중국과 해외 시장의 다각적 수요에 대응하는 멀티 브랜드 전략을 택했다”고 했다.

첫 단계가 2009년 휠라의 중국 상표 사용권과 경영권을 사들인 것이다. 휠라는 1911년 이탈리아에서 등장한 스포츠 의류 회사로, 한국 지사였던 휠라코리아가 2003년 휠라 본사를 인수해 한국 기업이 됐다. 휠라코리아는 2007년 전 세계 휠라 상표권을 인수해 휠라 브랜드를 완전히 소유하게 됐다. 딩스중은 이 중 중국에서 휠라 브랜드를 사용할 권리를 따냈다. 안타스포츠가 중국 합작 법인(풀 프로스펙트) 지분 85%를 갖고 있고, 휠라코리아가 나머지 15% 지분을 보유 중이다. 실질적으로 안타스포츠가 중국 내 휠라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휠라코리아는 매년 중국 합작 법인 매출의 3%를 디자인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간다.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 안에 있는 휠라(FILA) 매장. 중국 안타스포츠가 휠라의 중국 상표권을 갖고 있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안타스포츠는 중국에서 휠라를 ‘이탈리아 운동 브랜드’로 광고한다. 중국 시장에서 휠라를 고급 브랜드로 포지셔닝했다. 당시 나이키·아디다스 등 외국 브랜드 매장은 소득 수준이 높은 대도시에 집중돼 있고, 안타 매장은 2~3선 중소도시 위주로 깔려 있었다. 안타는 휠라를 통해 중국 최일선 대도시로 영역을 넓혀 나갔다. 휠라는 2020년 안타스포츠 그룹 전체 매출에서 49.1%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핵심 브랜드로 성장했다. 현재 안타 그룹 소속 브랜드 중 안타와 휠라가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양대 축이다.

휠라 성공을 발판으로 딩스중은 세계 각국의 스포츠 브랜드 사냥에 나섰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외국의 유명 브랜드를 아예 사버리기로 한 것이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 완전한 카테고리를 구축한 외국 브랜드를 겨냥했다. 2015년 러시아 스프란디(Sprandi) 인수에 이어, 2016년 일본 데상트, 2017년 한국 코오롱스포츠의 중국 사업권을 확보했다.

중국 베이징 싼리툰 타이쿠리 쇼핑몰의 살로몬(Salomon) 매장. 중국 안타스포츠는 2019년 살로몬 브랜드를 보유한 핀란드 아머스포츠를 46억 유로(약 6조5400억 원)에 인수했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 동계올림픽 겨냥해 핀란드 아머 인수…겨울 포트폴리오 완성

딩스중은 2019년 동계 스포츠 분야에 특히 강점을 가진 핀란드 스포츠 의류·장비 그룹 아머스포츠(Amer Sports)를 인수해 세계 스포츠계와 패션계를 놀라게 했다. 전문적이고 가격대가 비싼 하이엔드 스포츠 시장으로 진격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 전후로 중국에서 스키·스노보드 같은 겨울 스포츠에 관심이 커질 것을 예측한 행보다.

안타 그룹은 2019년 3월 아머스포츠를 46억 유로(약 6조5400억 원)에 인수했다. 2018년 9월 중국 최대 인터넷 기술 기업 텐센트, 중국 사모펀드 파운틴베스트 파트너스, 캐나다 요가복 브랜드 룰루레몬 창업자인 칩 윌슨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아머스포츠에 인수 제안을 했고, 아머스포츠가 제안에 응했다.

아머스포츠는 캐나다 산악 아웃도어 의류·장비 브랜드 아크테릭스(Arc’teryx), 프랑스 겨울 스포츠용품 브랜드 살로몬(Salomon), 스웨덴 스키웨어 브랜드 피크 퍼포먼스(Peak Performance), 오스트리아 스키 장비 브랜드 아토믹(Atomic), 테니스용품으로 유명한 미국 윌슨(Wilson), 미국 MLB 공식 배트를 생산하는 미국 루이스빌 슬러거(Louisville Slugger) 등 12개(2023년 5월 기준) 다국적 스포츠용품 브랜드를 보유한 회사다.

중국 베이징 싼리툰 타이쿠리 쇼핑몰의 윌슨(Wilson) 매장. 중국 안타스포츠는 2019년 윌슨 브랜드를 보유한 핀란드 아머스포츠를 46억 유로(약 6조5400억 원)에 인수했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안타 그룹은 아머스포츠 인수로 각 스포츠 분야에서 마니아층을 거느린 외국 브랜드를 한꺼번에 손에 넣었다. 특히 유독 뒤처졌던 겨울 스포츠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채웠다. 아머스포츠의 2022년 연매출은 전년 대비 21.8% 증가한 240억 3000만 위안(약 4조5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인수 후 처음으로 흑자도 냈다. 중국 정부가 2020년부터 3년간 강경한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시행하는 와중에도 소속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에서 급속 확장한 결과다. 윌슨은 2021년 8월 후베이성 우한시에 중국 첫 매장을 열었고, 피크 퍼포먼스는 지난해 10월 베이징시 타이쿠리 쇼핑몰에 중국 첫 매장을 냈다. 소비력이 커진 중국 중산층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겠다는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 후인 2022년 3월 23일, 중국 스포츠웨어 브랜드 안타스포츠가 베이징 싼리툰 타이쿠리 쇼핑몰 광장에 안타 브랜드 홍보대사이자 베이징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프리스타일 스키)인 구아이링(에이린 구)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 구아이링으로 대박 난 올림픽 마케팅…‘궈차오’ 열풍 덕도

안타 그룹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스포츠 의류 공식 후원사로 선정됐다. 안타가 중국 선수단 공식 단복을 맡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1년 1월 18일 동계올림픽 경기가 치러질 경기장을 방문해 준비 현황을 시찰했는데, 당시 입은 짙은 남색 패딩이 안타 그룹 산하 아크테릭스 제품으로 밝혀졌다. 뒤따르던 수행단은 안타 로고가 그려진 패딩을 입었다. 시 주석과 수행단의 사진이 공개된 후 안타스포츠 주가가 크게 오르기도 했다. 안타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부터 리닝을 꺾고 중국 국가대표팀 ‘팀 차이나’를 후원했다.

안타의 올림픽 마케팅은 구아이링(穀愛凌 Eileen Gu)과 만나 대박을 터뜨렸다. 안타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 후 한 달 뒤인 2022년 3월, 타이쿠리 몰 광장에 ‘안타 구아이링의 집’ 팝업 스토어를 열어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인 구아이링(穀愛凌 Eileen Gu)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탄생한 초특급 수퍼스타다. 안타는 올림픽을 앞두고 2020년 1월 당시 15세이던 구아이링과 브랜드 앰배서더(홍보대사) 활동 계약을 맺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태생인 구아링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중국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 두 개와 은메달 한 개를 연달아 따내며 인기가 치솟자, 안타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도 수직 상승했다.

중국 안타(ANTA)가 제작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중국 국가대표팀 유니폼. /안타

안타는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 거세게 분 민족주의와 애국주의 바람의 최대 수혜자로도 꼽힌다. 2021년 초 중국 신장 지역 면화 사용을 둘러싼 논란이 중국 스포츠 의류 시장 판도를 뒤집어 놨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일본 아식스 등 외국 기업이 중국 무슬림 소수 민족인 위구르족의 강제 노동 의혹을 이유로 중국 북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 생산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중국 소비자들은 ‘건방진’ 서구 브랜드 불매 운동을 벌이며 국산 브랜드로 돌아섰다. 안타를 비롯해 리닝(李宁 Li-Ning), 엑스텝(XTEP) 등 중국 스포츠웨어 브랜드는 국산 브랜드를 쓰자는 애국 소비 트렌드, 이른바 궈차오(國潮)의 덕을 톡톡히 봤다. 중국이 미국과 맞붙는 세계 최강 국가가 됐다는 국가적 자부심과 맞물렸다. 제품 디자인에도 중국 문화 요소를 적극적으 반영했다. 안타 그룹 전체 매출에서 안타 브랜드 비중은 2020년 44.3%에서 2022년 51.7%(277억2000만 위안)까지 높아졌다.

중국 체조 금메달리스트 리닝이 설립한 스포츠웨어 브랜드 리닝. 리닝은 브랜드 정체성으로 '중국'을 강조해 중국 젊은 층 사이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김남희 특파원

반면 아디다스는 중국 젊은 층을 휘감은 애국주의에 세게 맞았다. 한때 나이키에 이어 중국 스포츠웨어 시장 매출 2위였던 아디다스는 중국 리닝에도 밀려 4위로 떨어졌다. 2022년 리닝 매출은 258억 위안, 아디다스 중국 매출은 236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리닝은 중국 체조 금메달리스트 리닝이 1989년 설립한 회사다. 리닝은 2018년 뉴욕패션위크에서 중국 스포츠웨어 브랜드 중 처음으로 패션쇼를 열며 옷에 한자로 ‘중국’을 크게 집어 넣어 중국 젊은 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과거 중국 기업조차도 제품에서 국가명을 가리기 급급했는데, 리닝은 오히려 중국이란 정체성을 디자인 포인트로 승화시켰다. 궈차오 트렌드가 ‘중국 리닝’에서 시작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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