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험 선두라던 현대해상…'민간 발달치료' 실비 기준 강화

지웅배 기자 2023. 5.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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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 발달지연을 겪는 자녀의 부모 A씨는 1년가량 자녀와 함께 병원 부설 발달치료센터를 다녔습니다. 1년간 들어간 비용은 약 500만~600만원. 이밖에 언어치료와 감각통합치료까지 합하면 약 4천만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주변 부모들 사이에서 "더 이상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현대해상이 의료행위 자격이 없는 민간치료사의 의료행위에 대해선 보험금을 주지 않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현대해상이 발달지연 아동들이 주로 받는 놀이·미술치료 중 민간치료사에 의한 치료의 실손보험금 청구를 더 꼼꼼히 걸러내기로 했습니다. 일부 과도한 보험금 청구와 무자격자에 의한 치료를 막기 위한 조치지만, 부모들 사이에선 선량한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최근 의료행위 자격이 없는 민간치료사의 심리치료(놀이·미술·음악치료 등) 비용에 대해 실손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병원 부설 센터 등 관련 기관과 고객들에게도 이같은 내용을 고지했습니다. 

민간치료사란 민간단체나 학회 등에서 인정하는 치료사로 놀이치료사, 미술치료사, 음악치료사 등이 포함됩니다. 

현대해상은 의료법상 의료기사로 인정받지 못하는 놀이치료사나 미술치료사 등의 치료행위는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사실상 의료법 위반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현대해상이 발달지연 무자격자 의료행위 심사 강화를 예고하면서 안내한 자료. (자료: 사례자 제공)]
현행법상 의료(보조)행위가 가능한 사람은 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를 비롯해 임상병리사나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치과기공사, 치과위생사 등 의료기사만 해당됩니다.

아울러 심리치료가 실손보험에 적용되는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상의 '급여'나 '비급여' 부분에 해당되지 않는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지난 2월 병원의 부설 언어치료센터가 무면허로 진료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 발견됐다"며 "무자격자에 의한 비용 청구가 다수라는 점을 파악하고 심사기준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현재 발달치료의 일환인 신경발달중재치료(놀이·미술치료)는 의료기사에 해당되는 작업치료사가 행할 수 있다고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현대해상의 발달지연 무자격자 의료행위 심사 강화에 대한 반응. (자료: 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현대해상이 고지한 내용에 따르면 의사 처방이 있어도 무자격자의 치료행위는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부모들은 사실상 심리치료를 실손 보장 대상에서 뺀 것과 다름 없다는 입장입니다.

언어 발달지연 자녀를 둔 B씨는 "실제 현장에선 의사 처방을 받아도 치료행위를 하는 건 대부분 민간치료사"라며 "사실상 민간치료사가 대부분인 상황인데 이번 조치는 치료를 받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습니다. 

현행법상 의료기사인 작업치료사에게 치료를 받는 것도 방법이지만, 대부분 센터엔 민간자격을 취득한 치료사들이 많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대한작업치료사협회 관계자는 "현장에는 확실히 민간치료사들이 많다"며 "각종 협회나 단체에서 민간 면허를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심리치료는 통상 1회에 7만~10만원 수준입니다. 앞선 A씨 사례처럼 치료를 1년 가량 받는다고 가정하면 실손 보장 없이는 수백만원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발달지연 아동의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선 이같은 치료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경숙 한신아동발달상담연구센터장은 "발달지연된 아동들이 사회·정서·언어 등이 복합적으로 치료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심리치료를 거치면서 상호작용도 가능해지고 초등학생에 들어서면서 장애로 심화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발달지연을 겪는 영유아는 지난 2020년 기준 약 4만3천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신생아 2명 중 1명이 가입할 정도로 어린이보험 시장의 선두주자인 현대해상이 이같은 조치에 나서면서 보험업계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발달지연 아동을 둔 200여명 부모들은 강경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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