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없으면 모르쇠…변호사 끼어든 학폭위, 반성은 어디에

김도균 기자 2023. 5.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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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서 처분을 받은 가해자 상당수가 처분에 불복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폭위 차원에서 처분유예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학폭위 처분은 △1호 서면사과 △2호 접촉, 협박·보복행위 금지 △3호 교내봉사 △4호 사회봉사 △5호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6호 출석정지 △7호 학급교체 △8호 전학 △9호 퇴학으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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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법정 가는 학폭 ③
서울 방배경찰서 소속 이신정 학교전담경찰관 인터뷰
[편집자주]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서 처분을 받은 가해자 상당수가 처분에 불복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포털에는 학폭위 처벌 수위를 낮춘 사례를 광고하는 학폭 전문 로펌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실제 법원이나 교육청에서 결과가 바뀐 사례는 흔하지 않다. 다툼이 장기화하면서 피해학생의 상처는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오전 10시쯤 서울 방배경찰서. 방배서 여성청소년과 소속 이선정 학교전담경찰관(43·경위)의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 소환 되는 학생들은 재판 받으러 오는 것처럼 준비를 해와요."

머니투데이가 지난 24일 만난 서울 방배경찰서 소속 이신정 학교전담경찰관(SPO·43·이하 이 경위)은 학폭위를 '재판'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이 경위는 "부모들이 아이들한테 '증거 있는 것만 인정하고 없는 것은 부인하라'고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방배서 SPO로 근무하고 있는 이 경위는 학생간의 모든 갈등이 학폭위에 제소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사안의 경중을 따지고 대처를 달리 해야 하는데 현행 학폭위 제도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특히 학폭위 제도에서는 가해 학생을 인정과 반성으로 유도하는 게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경위는 "인정하면 아웃인데 어떻게 스스로 인정을 할 수 있겠냐"며 "재판처럼 돼버린 학폭위에서 가해 학생은 사실을 왜곡하고 피해 학생은 피해를 부풀린다"고 말했다.

최근 학폭위에는 변호사가 조력인으로 동참하는 경우도 등장했다고 한다. 또 상당수 학생들이 학폭위 소환 이전 변호사로부터 훈련을 받은 듯한 모습도 눈에 띈다고 한다. 이 경위는 "아이들 싸움에서 어른이 돈을 버는 꼴"이라고 밝혔다.

이 경위는 학폭위 제소가 남발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학폭위 심의 건수는 증가 추세에 있다. 전병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소재 고교 학폭위 심의 건수는 2020년 270건, 2021년 456건, 지난해 562건이다.

이 경위는 "학폭위에 제소되면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이 피해 학생에게 받은 다른 피해를 모아 반대로 또 제소하는 경우도 있다"며 "아이들 사이에서 학폭위 처분이 당연한 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24일 오전 10시쯤 서울 방배경찰서. 방배서 여성청소년과 소속 이선정 학교전담경찰관(43·경위)의 자리./사진=김도균 기자


이 경위는 처벌에 중점을 둔 학폭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폭위 차원에서 처분유예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경미한 사안이라면 가해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처분 없이 종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상 기소유예나 선고유예에 해당하는 조치다.

현재 학폭위 처분은 △1호 서면사과 △2호 접촉, 협박·보복행위 금지 △3호 교내봉사 △4호 사회봉사 △5호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6호 출석정지 △7호 학급교체 △8호 전학 △9호 퇴학으로 구분된다. 학폭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에만 '조치없음'이 내려진다.

이에 더해 이 경위는 학폭위 처분을 받은 학생들을 사후에 관리하는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경위는 "학폭위 이후에 가해학생이나 피해학생이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한데 그런 자료가 없다"며 "처분하고 끝인 지금의 학폭위는 갈등 회복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고 했다.

이 경위는 또 학폭 문제를 다룰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 '교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초등학교 학생들까지 학폭위에 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 시기는 상대에 대한 배려를 학습해야 하는 시기가 아니냐"며 "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상대방이 싫어하는지 배우는 것도 하나의 권리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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