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자의 숨트뷰] 카톡 '조용히 나가기',어떻게 나왔냐면요

구희령 기자 2023. 5. 27.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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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카카오톡에 추가된 '조용히 나가기' 기능은 퇴장 메시지 없이 채팅방을 나가고 싶은 사용자에게 뜨거운 호응을 받았습니다.
휴가 간 부장님을 대신해 잠시 들어갔던 회사 간부 단톡방. “이만 나가겠습니다” 인사하기도 머쓱하고, 퇴장 알림만 뜨게 되는 것도 부담스럽습니다. 퇴장 메시지가 떠도 아무도 안 볼 것 같은 새벽 3시쯤이 좋을지, 다른 톡이 쏟아져서 묻힐 수 있는 타이밍을 노려야 할지, 이런 고민하던 분들이 정말 많았나 봅니다. 얼마 전 카카오톡 채팅에 '조용히 나가기' 기능이 추가되자 “왜 이제서야 나왔느냐”고 뜨거운 반응이 쏟아진 걸 보면요.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살짝 톡방을 나갈 수 있는 이 기능,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로 찾아갔습니다.

'카톡 공지사항' 담당자를 만나다

앗, 그런데 카톡 기능은 기획부터 개발, 디자인까지 함께 만드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누구 한 명을 꼽기가 어렵다는군요. 의논 끝에 톡서비스 기획을 담당하는 입사 3년 차 정창민 매니저가 인터뷰에 나섰습니다. '카톡 공지사항' 담당도 맡고 있기 때문일까요. 정 매니저는 패션디자인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15학번, 스마트폰을 처음 쓸 때부터 카카오톡(2010년 출시)이 “원래 있었다”는 '카톡 세대'입니다. 100% 재택근무제라서 회사엔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나오고, 업무도 대부분 카톡으로 합니다.


카카오 톡기획 서비스와 공지사항을 담당하고 있는 정창민 매니저. 일할 때 듣는 '노동요'는 ″뉴진스의 하입보이요~″. 지난해 히트곡이지만 ″여름이 다가올 수록 더 듣고 싶어진다″고 했습니다.

'조용히 나가기' 기능은 왜 이제서야 도입되었을까요. 이런 기능을 만들어달라는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될 정도로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도요.


“도입하기까지 가장 우여곡절이 많았던 기능이에요. 각 부문 담당자들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회의를 계속했어요. 기술적으로 더 어렵거나 하진 않았는데, 과연 이 기능이 카카오톡의 취지에 맞는지가 고민이었죠.”

채팅방 입장과 퇴장을 알리는 메시지가 뜨는 건 카카오톡이 '소통 수단'으로 처음 나왔을 때부터 있었던, 마치 정체성 같은 기능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합니다. 상대방이 나간 줄도 모르고 계속 얘기를 하거나 어디까지 듣고 나갔는지 알 수 없어서 답답한 상황 없이 서로 대화할 수 있도록요.


실제로 지난해 연말 유료 팀 채팅방을 대상으로 먼저 이 기능이 도입됐을 때 낭패를 본 사례도 있다고 해요. 퇴사하는 직원 송별회 장소를 팀방에 공지했는데, 정작 송별회 주인공은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나가기'를 한 뒤라서 엉뚱한 장소에 가 버린 바람에요.

" “채팅방을 언제 나갔는지 모르면 의사소통이 불편해질 수 있고, 상대가 듣고 있는지 상황을 알고 싶은 '말하는 사람의 권리'도 중요하죠. 하지만 조용히 나가고 싶어하는 '듣는 사람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국 의견이 모였어요.” "

단톡방에 '불려가지 않을 권리'

정창민 매니저는 '듣는 사람의 권리'를 보호하는 또 다른 기능을 만드는데도 참여했습니다. 단톡방(그룹채팅방)에 초대됐을 때 거절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어떻게든 전화번호만 알아내면 누구나 단톡방으로 부를 수 있잖아요. 그걸 악용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초대해서 광고를 보내거나 하는 일이 종종 있거든요. 저희 부모님도 이런 일을 겪고 당황하셨대요. 하지만 이제는 친구 목록에 없는 사람이 부른 단톡방엔 아예 안 들어갈 수 있게 됐죠.


친구 목록에 없는 사람이 단톡방에 초대하면 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지난달 카카오톡에 정식으로 추가되자 칭찬글이 쏟아졌습니다.

'불려가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주는 이 기능이 올봄에 정식으로 도입된 뒤 칭찬 글이 쏟아져서 정 매니저도 놀랐다고 합니다.
“부모님께서도 불편을 겪으시긴 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르는 초대'에 부담을 느꼈는지는 저도 미처 몰랐거든요.”

이런 기능을 개발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보통 두 달 정도 걸려요. 기획ㆍ개발ㆍ디자인 등 부문별 담당자가 계속 의견을 서로 주고받고 일해요. 기술적으로 어려워서 못한 경우는 없어요. 가장 큰 과제는 어떤 기능을 먼저 도입할지, 어떤 방식으로 할지 결정하는 거죠.”

4800만 명 입맛 맞추기, 어렵다 어려워

지난 1분기에 카카오톡 이용자가 48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만큼 요구도 다양할 수밖에 없겠지요. 사실 저도 “PC 카톡에는 왜 특정 부분을 표시해 놓는 '책갈피 설정' 기능이 없느냐”고 물어봤는데요, “PC 카톡이랑 스마트폰 카톡 책갈피가 똑같이 설정되는 게 좋을까요, 각각 다르게 설정되는 게 좋을까요”라는 반문이 돌아왔습니다.


사람마다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작은 기능 하나를 넣는 것도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

“뭘 고쳐달라는 의견은 주변에서 정말 많이 받아요. 고객 서비스 센터에도 매일 쏟아지고요. 그중에서 우선순위를 고르고, 여러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내는 일이 가장 어려워요.”


사용자가 워낙 많다보니 나이나 성별, 지역이나 직업 등을 고려한 '맞춤 서비스'가 아니라 누구라도 쓸 수 있는 '보편적인 서비스'여야만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용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개발한 기능도 있습니다. 돌아가신 분을 애도할 수 있는 '추모 프로필' 기능입니다.

하늘나라로 보내는 카톡

카카오톡 계정은 1년 이상 접속 안 하거나 휴대전화 번호를 해지하면 쓸 수 없게 됩니다. 이용자의 안전을 위한 장치죠. 하지만 이런 이유로 사라지게 될 고인의 카톡을 유지할 수 없는지 길게 사연을 보내는 유족들이 있었습니다.

꾸준한 요청에 카톡 기능 담당자들이 의견을 모았습니다.

" “이용자가 많지는 않더라도 이 기능은 꼭 만들어야 한다고, 모두가 다 동의했어요. 참고할만한 다른 앱도 별로 없어서 만들기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유족분들이 소중한 의견을 주셨는데 이대로 꼭 잘 만들어야 한다고, 이건 우리 밖에 못한다고 힘을 냈어요.” "

지금은 직계 가족이 요청하면 5년, 10년씩 고인의 계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생전에 고인이 있던 모든 단톡방에 “OO님이 기억할 친구로 전환됐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뜹니다.


이젠 고인의 프로필이 '(알 수 없음)'으로 바뀌는 대신 사진 옆엔 국화꽃이 달리고, 추모 메시지도 보낼 수 있습니다. 고인을 기리며 그리움을 담아 보낸 개인적인 메시지는 보낸 사람 말고는 누구도 볼 수 없습니다. 고인의 유족이라고 하더라도요.



고인은 더이상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 없지만, 계정만은 계속 살려서 언제든지 추모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바꾸었습니다.

“고인을 꼭 기억하고 싶은데 소식을 전할 수 없던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정말 필요한 기능이라서, 지금까지 한 일 중에 가장 뿌듯했어요. 유족분들이 감사 인사를 길게 보내주셨는데, 그걸 보고 마음이 정말 따뜻해졌어요.”

정창민 매니저는 이제 입사 3년 차입니다. 앞으로 꼭 만들어보고 싶은 기능은 어떤 걸까요.

“제가 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엄청난 신기술을 쓴 기능을 선보여야지, 막 그런 꿈이 있었거든요. 막상 일하면서 이용자분들 의견을 매일 보다 보니까 달라졌어요. 초대 거부 기능처럼 일상에서 겪는 스트레스나 불편을 없애는 기능, '이런 거 필요했었는데…' 하는 걸 잘 만들고 싶어요. 댓글 대신에 하트나 웃는 얼굴 아이콘으로 공감을 표시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을 땐데요. 어린 이용자분들이 ”이렇게 재미있는 기능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을 편지처럼 써서 고객 서비스 센터로 접수해 주셨는데, 정말 기운이 났어요.”

댓글 공감 기능이 나오자 어린 이용자들이 ″재미있는 걸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편지를 보냈습니다.

나만 모르는 카톡 기능 있나요

이미 있는 기능도 몰라서 잘 못 쓰는 경우도 많을 텐데, '카톡 공지 담당'에게 추천을 받아볼까요.

”조용히 나가기도 지금은 '실험실' 탭에서 선택해야 쓸 수 있거든요. 초대 수락 기능도 실험실에 있다가 1년 만에 정식 기능이 된거고요. 여러 기능이 수시로 추가되기 때문에 공지사항에 다 올리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실험실 탭에 주황색 동그라미가 뜨는지 눈여겨봤다가 들어가서 이것저것 써보세요. 이용자 분들께 새로운 활용법을 배우기도해요. 동영상 올릴 때 댓글처럼 설명을 달 수 있는 기능을 넣었는데요, 이걸 마치 꼬리표 붙여놓듯이 '강아지' 이런 식으로 분류를 해서 설명을 적어뒀다가 나중에 검색어 기능을 써서 찾으시더라고요. 아, 지난달 열린 '카톡 설명서' 사이트에 들어가 보시면 더 여러 가지 사용법을 배우실 수 있어요.

남들보다 먼저 새로운 기능을 마음껏 써볼 수 있는 실험실. 기능이 추가될 때마다 매번 공지가 올라오진 않기 때문에, 새로 기능이 추가됐다는 표시인 '주황색 동그라미'가 뜨는지 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 [구기자의 숨트뷰]는 살아 숨 쉬는 트렌드를 봅니다. 그 속에 숨은 사람의 탁 트인 이야기를 시원하게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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