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이 연인에게 사랑의 메신저로 건넨 ‘나비여신’ 꽃창포[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정충신 기자 2023. 5. 2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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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천룡사 주지이자 시조 시인으로, 지난해 첫 시집 '능소화가 피는 날'을 펴낸 무등스님의 '초여름의 열정'에는 석가탄신일 즈음에 피고 부처님 머리를 닮은 불두화부터 시작해 들장미, 아까시 나무, 꽃창포 꽃까지 초여름의 꽃들이 이어진다.

꽃창포는 습지나 물가에서 자라는 창포의 서식지 특성과 잎이 비슷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꽃이 피는 창포'라는 뜻이다.

꽃창포의 꽃잎이 바람에 하늘거리면 나비가 너울너울 춤추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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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창포는 프랑스 국화. 신화 속 ‘신들의 심부름꾼’ ‘나비 여신’
노랑꽃창포는 수질정화 귀화식물…생태계 교란종이기도
꽃창포는 외화피에 노란색 역삼각형 무늬... 꽃창포는 화려한 무늬
서울 서대문구 안산 생태연못을 초여름 칼날 같은 푸른잎과 노랑꽃으로 물들인 노랑꽃창포. 5월 26일 촬영

<여름이 큰소리로/노래 불러 찾아오면//물보라 뿜어 올려/춤을 추는 호수 가에//하얀 꽃 곱게 피어난/불두화(佛頭花)를 보았네//초여름 마음 밭에/뿌린 씨앗 싹을 틔워

//행복한 웃음으로/고운사랑 나눌 때면//어여쁜 꽃망울들은/노래하며 춤추네//

마음씨 고운 얼굴/꽃 보라로 휘날리니//화려한 들꽃 장미/송이송이 피운 뒤에//그대가 지나는 길목/꽃비 되어 내리네//향기를 가득채운/아카시아 숲 그늘에//무성한 초록 잎이/햇살 불러 춤을 추면//만물은 가슴을 열고/아름다운 꽃피네//초여름 꽃잎 사이/봄바람은 멀어지고//향기를 풍기면서/춤을 추던 꽃창포는//물안개 피어오르는

아침 햇살 품었네>

경기 남양주 프라움박물관 뜨락의 노랑꽃창포. 하루살이 유충이 앉아 있다. 2019년 5월18 일

광주 천룡사 주지이자 시조 시인으로, 지난해 첫 시집 ‘능소화가 피는 날’을 펴낸 무등스님의 ‘초여름의 열정’에는 석가탄신일 즈음에 피고 부처님 머리를 닮은 불두화부터 시작해 들장미, 아까시 나무, 꽃창포 꽃까지 초여름의 꽃들이 이어진다.

꽃창포는

꽃창포는 습지나 물가에서 자라는 창포의 서식지 특성과 잎이 비슷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꽃이 피는 창포’라는 뜻이다. 물안개 피는 산사의 연못에서 아침햇살 받아 산들바람에 나비처럼 하늘거리는 꽃창포의 우아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서울 서대문구 안산읜 생태연못을 온통 뒤덮은 노랑꽃창포. 5월26일 촬영

꽃창포는 음악가 베토벤이 굉장히 좋아한 꽃이었다고 한다.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러 가는 길에 항상 꽃창포를 들고 갔다고 한다. 연인에게 전하는 아름다운 사랑의 메시지이다.

꽃창포는 ‘아이리스(Iris)’로 불리는 붓꽃의 일종으로 천남성과인 ‘창포’와는 꽃 모양이 전혀 다르지만 잎의 크기가 대형이며 창포와 비슷하게 생겼다. 학명은 Iris ensatavar. spontanea (Makino) Nakai다. 아이리스는 그리스 신화 속 나비의 여신 ‘이리스(Iris)’에서 나왔다. 신화 속 신들의 심부름꾼인 이리스는 나비를 통해 하늘과 지상을 오가는 ‘신의 전령’이자 무지개 ‘나비여신’이다. 꽃창포의 꽃잎이 바람에 하늘거리면 나비가 너울너울 춤추는 듯하다.

오월 청계천변을 우아한 노란 꽃으로 물들이는 노랑꽃창포. 2022년 5월15일 촬영

꽃창포 줄기는 60∼120cm 정도 자라고 잎은 날카로운 칼 모양으로 어긋난다. 초여름 적자색 꽃이 줄기나 가지 끝에 핀다. 가운데 노란점이 특이하고 매력 포인트이다. 3장의 꽃잎을 믿음, 지혜, 용기로 통치자의 절대적인 권력의 상징으로 여겼다고 한다. 잎은 검(劍)과 같다고 하여 ‘검의 백합’으로 기사정신과 기사의 꽃이라고도 하였다.

창포꽃은 홀쭉한 핫도그 모양으로 옹색한 데 비해, 꽃창포는 보라빛 화려한 꽃이 핀다. 창포는 줄기와 뿌리에 특유의 은은한 향이 난다. 창포물로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잘 빠지지 않고 윤기가 나며 향기가 난다. 창포물로 머리를 감으면 몸과 마음이 정화되고 잡기를 쫓아 단오날 창포물로 머리를 감는 풍습이 생렸다.꽃창포는 꽃은 우아하지만 향기가 미약하다.

꽃창포는 붓꽃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우리나라 자생종이다. 붓꽃류보다는 꽃잎이 진한 보라색에 가깝고 바깥 꽃잎의 안쪽에 노란 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안쪽 3장의 꽃잎은 붓꽃류보다 작다. 꽃창포의 잎은 중앙의 흰 잎맥이 뚜렷하므로 꽃이 피기 전에는 잎을 보고 구분하기 쉽다. 꽃창포는 야생의 들꽃창포를 오랜 옛날부터 재배해 오며 모양과 색깔이 다양한 품종으로 개발됐다고 한다. 붓꽃과 꽃창포를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외화피에 노란색의 역삼각형 무늬가 있으면 꽃창포, 없으면 붓꽃이다.

경기 남양주 북한강변 한 화랑 뜨락의 보라빛 붓꽃. 2022년 5월22일

노랑꽃창포(Iris pseudacorus)는 노란색 꽃이 피는 꽃창포 종류이다. 적자색 또는 자색 꽃이 피는 자생종 꽃창포와 달리 황금빛 선명한 황색 꽃으로 유럽이 원산지인 귀화식물이다. 노란색 꽃무리가 아릅답고, 갈색의 수염뿌리가 길게 나와 수질정화에 탁월한 능력이 있는 수변식물로 적합하다. 하지만 귀화식물인 노랑꽃창포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우리 토착 생물의 터전을 빼앗는 탓에 생태계 교란종으로 분류된다.꽃창포는 6~7월에 적자색으로 피고 꽃잎 가운데에 노란색 반점이 있다.

노랑꽃창포는 영국 식물 조사에서 꽃당 꿀 생산량 2위를 차지한 식물이다. 기후가 온화한 지역에선 관상용 식물로 널리 기른다. 노랑꽃창포는 꽃봉오리에서 꽃이 활짝 피기까지 5분 남짓 걸리는 신기한 꽃이기도 하다. 꽃창포 꽃말은 ‘우아한 마음’‘심부름’이다.

글·사진=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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