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늦어도 맛 못 봐요”...한달에 3억씩 팔린다는 이 베이글의 비밀 [남돈남산]
천홍원 코끼리베이글 대표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가면 줄서서 사먹는 베이글 가게로 유명한 곳이 있다. 2개 층으로 이뤄진 단독 매장인 ‘코끼리베이글’이다.
기자가 지난달 19일 오전 방문한 코끼리베이글 매장에는 베이글을 사려고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점심시간 무렵에는 플레인 베이글, 크림치즈 베이글 등 인기 메뉴는 이미 품절된 상태였다. 기자도 실제로 15분가량 줄서서 기다린 끝에 겨우 몇 개의 베이글을 구입할 수 있었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천홍원 코끼리베이글 대표는 성공 비결은 실패라고 담담히 말했다.
“20~30대 때의 삶은 실패로 얼룩져 있어요. 하지만 실패의 원인을 찾고 다시 실패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 없던 베이글을 내놓겠다며 최선을 다했던 진심이 고객들에게 전달된 것 같아요.”
지난해 10월 문을 연 코끼리베이글 성수점의 한 달 매출액은 약 2억5000만원~3억원대로, 매장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베이글은 매장에 진열되자마자 거의 곧바로 팔린다. 인기가 많아서 한 사람이 한 번에 구입할 수 있는 베이글 수량도 한 종류 당 최대 5개, 총 15개로 제한돼 있다.
코끼리베이글은 2017년 5월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서 출발했다. 영등포구에 있는 매장이 1호점이며, 용산점, 성수점 등 총 3개의 매장이 있다. 전부 직영점이다.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성수점이다.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행복하기에 서두르지 않을 겁니다. 급하게 4, 5호점을 낼 계획은 없어요. 코끼리베이글의 브랜드 가치를 더 높이고, 고객이 어느 매장에서 베이글을 사먹어도 맛이 같다고 느낄 수 있도록 품질을 유지하고 싶기 때문에 당장 가맹 사업에 뛰어들 의향이 없습니다.”
코끼리베이글은 손님들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베이글 사진, 매장 사진 등을 올리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매장에 마련된 참나무로 불을 지핀 화덕에서 베이글을 직접 구우면서 자연스럽게 손님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결과다.
“다른 매장에서 판매하는 베이글과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코끼리베이글은 전기 오븐이 아닌 화덕에서 베이글을 굽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화덕에서 굽기 때문에 베이글 모양이 투박해 보일 수 있지만, 불향이 입혀져서 풍미가 뛰어나고,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하고 식감도 쫀득한 게 장점이죠.”
코끼리베이글이 고객들에게 호감을 얻게 된 두 번째 매력 포인트는 넓은 선택폭이다. 코끼리베이글은 베이글 반죽 안에 시금치, 베이컨, 초코릿, 바질, 호두 등을 넣고 여러 베이글을 선보였다.
“크림치즈 같은 스프레드(빵 등에 발라 먹는 식품)를 얹어서 스프레드 맛으로 먹는 베이글이 아니라, 베이글 자체가 맛있어야 진짜 베이글이라고 생각하고 베이글을 연구했어요. 코끼리베이글은 스프레드를 판매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매장 곳곳에는 다양한 그림 등 미술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작품 앞이나 옆에서 사진을 찍는 고객들도 보였다.


천 대표는 20대 중반부터 30대 후반까지 의류업에 종사했다. 어렸을 때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의류 디자인, 의류 판매업 등 의류와 관련된 일을 했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의류 온라인 쇼핑몰을 하면서 큰 빚을 지게 됐다.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다.
“나이는 많고, 취업은 안 되고, 배운 것이라고는 옷뿐이고, 살 길이 막막했습니다. 제 처지를 안타깝게 여긴 지인 중 한 명이 빵집을 갖고 있었는데, 그 빵집에서 직원으로 일을 해보라고 했어요. 감사했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빵 세계에 발을 들여 놓게 됐어요. 매장에 매일 아침 일찍 나가서 매장 운영·관리·생산 등 여러 일을 하면서 약 7년 동안 빵을 배웠습니다.”
천 대표는 2015년 말 빵집을 그만둔 후 베이글 가게를 내기 위해 준비했다. 커피 전문점, 빵집 등에서 베이글을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에 차별화된 베이글로 승부해야만 했다. 고심 끝에 찾은 전략이 화덕이었다. 화덕을 덜컥 구입했지만 사용법을 몰랐기 때문에 화덕 연구, 제빵사 모집, 매장을 구하고 인테리어 등 준비하는 데 시간이 꽤 소요됐다. 창업자금이 거의 없어서 비용을 최소화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1호점(영등포점)을 낼 때만 해도 그 주변이 커피숍, 음식점 등이 들어갈 만한 곳은 아니었어요. 이곳에 매장을 내면 망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상업시설이 거의 없던 외진 곳이었어요. 대신 임차료는 저렴했죠. 여의도, 홍대, 목동이랑 가깝고, 베이글이 맛있으면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라고 믿었어요. 그리고 부근에 코스트코가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이 언젠가는 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했죠.”
천 대표의 굳은 믿음은 매장을 낸지 한 달 만에 무너졌다. 인건비, 월세, 재료값 등을 정산한 후 천 대표가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별로 없었다.
“오늘 운이 좋아서 베이글을 조금 팔았는데, 내일 손님이 안 오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날마다 했어요. 비나 눈이 오면 손님이 덜 올까봐 걱정했고요. 이번에도 실패할까봐 두려웠어요. 그 불안감이 긴장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천 대표는 발로 뛰면서 가게를 홍보하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코스트코 주차장에 가려고 정차하며 기다리는 차들 앞에 가서 차에 탄 사람들에게 갓 구워진 베이글을 무료로 시식해보라고 줬다. 매장 주변 사람들에게 찾아가서 베이글을 건네주면서 베이글을 적극 홍보하고 다녔다. 맛을 본 많은 사람들이 매장을 찾기 시작했고 매출액이 조금씩 늘면서 코끼리베이글이 유명해졌다.
“코끼리베이글의 인기가 100년, 1000년 동안 지속되기는 힘들겠죠. 베이글 전문 가게가 많아졌는데 다 살아남지는 못할 것 같아요. 코끼리베이글은 내실 있고, 세월이 흘러도 손님들이 꾸준히 찾아올 수 있는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겁니다. 오랫동안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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