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S+] 간판 바꾸고 정의선 앞세우고… 전경련, 쇄신 드라이브
27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최근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 행사 1호 총수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내세웠다. 정 회장은 MZ세대 30명과 만나 '갓생(God生)'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갓생이란 목표 달성을 위해 생산적이고 계획적인 바른 생활을 실천한다는 뜻을 담은 MZ세대 유행어로, 정 회장은 "갓생은 정답이 없다고 보고, 본인이 원하는 가치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재계에서는 전경련이 혁신 일환으로 시작한 국민소통 프로젝트의 첫 주자를 4대 그룹 총수 중 한명인 정의선 회장이 맡은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은 전경련이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후 회원사에서 탈퇴했다. 전경련 운영비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4대 그룹의 탈퇴로 전경련은 감원·임금 삭감·복지 축소 등을 거쳤고 위상도 급속도로 추락했다.
그동안 수차례 혁신을 추진했음에도 이렇다 할 결실을 거두지 못한 이유도 4대 그룹의 부재때문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정 회장이 전경련의 쇄신 프로젝트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4대 그룹의 복귀도 빨라지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진다.
앞서 전경련은 지난 18일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기관명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꾸겠다고 선언, 새 출발의 각오를 알린 바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961년 전경련 설립 당시 사용했던 명칭이다. 단체명 변경은 조직 성격을 전환하고 인식을 개선하는 동시에 기능을 전환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실제 전경련은 명칭 변경과 함께 산하 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통합해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기업 관련 이슈가 발생하면 대응하는 수준이었다면 앞으로는 보다 선제적으로 글로벌 수준의 정책개발과 대안을 제시하는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국가별 경제협력위원회(경협위)를 더욱 활성화하고 글로벌 전문가 네트워크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글로벌 싱크탱크로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기존에는 기업 관련 이슈가 발생하면 대응하는 수준이었다면 앞으로는 보다 선제적으로 글로벌 수준의 정책개발과 대안을 제시하는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권단체'라는 인식을 벗어나기 위해 정부와의 관계에 치중하던 관행을 탈피하고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시장경제의 중요성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제고하기로 했다. 정 회장이 참여한 이번 소통프로젝트도 대중적 인식 제고의 일환이다. 낡고 정체된 이미지를 벗기 위해 기존 11개사로 구성된 회장단을 확대해 새로운 산업, 젊은 세대 등 다양한 기업인들을 회장단에 영입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비기업인이 참여하는 윤리경영위원회를 만들어 회장과 사무국의 활동을 감시하고 견제하며 '정경유착', '로비창구'라는 꼬리표도 뗀다는 계획이다.
재계는 이 같은 전경련의 구상이 실현되려면 4대 그룹 복귀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본다. 4대 그룹은 국내 경제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큰 만큼 전경련의 활동과 쇄신 의지에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전경련이 한경연과 통합하면서 4대 그룹이 자연스럽게 복귀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4대 그룹은 전경련은 탈퇴했지만 여전히 한경연의 회원사다. 전경련이 한경연을 흡수하면서 자연스럽게 4대 그룹이 전경련에 재가입할 명분을 마련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다만 전경련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은 "전경련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등을 더욱더 단단히 하고, 회원 서비스를 강화하는 기구로 거듭나면 4대 그룹도 자연스럽게 친화적이고 우호적 입장을 취하고 관심을 많이 가질 것"이라며 "실무자 중심으로 4대 그룹과 상당한 소통을 하고 있고 전경련 기본 개혁 방향에 대해 4대 그룹도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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