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인습에 맞서 통념 초월… 키신저가 본 리더 6인의 전략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2023. 5. 2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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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10년 안에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 인공지능(AI)의 빠른 발전이 위험을 더욱 높이고 있다. 대만 관련 갈등을 서둘러 완화해야 한다." 최근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은 헨리 키신저의 이런 발언으로 뒤덮였다.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한 이 책에서 키신저는 2차대전 이후 세계를 만들어낸 여섯 리더의 전략을 고찰하고 오늘날 던지는 시사점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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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 생존한 노정치인의 통찰… 신중하게 변화 이끄는 정치인형
현상 뛰어넘는 예언자형 분류해… 드골, 닉슨, 리콴유, 대처 등 분석
출신 아닌 능력이 낳은 지도자들… 정파 논리 맞서 과감한 정책 펼쳐
◇헨리 키신저 리더십/헨리 키신저 지음·서종민 옮김/604쪽·3만3000원·민음사
현상 뛰어넘는 예언자형 분류해… 드골, 닉슨, 리콴유, 대처 등 분석
출신 아닌 능력이 낳은 지도자들… 정파 논리 맞서 과감한 정책 펼쳐
◇헨리 키신저 리더십/헨리 키신저 지음·서종민 옮김/604쪽·3만3000원·민음사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10년 안에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 인공지능(AI)의 빠른 발전이 위험을 더욱 높이고 있다. 대만 관련 갈등을 서둘러 완화해야 한다.”
최근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은 헨리 키신저의 이런 발언으로 뒤덮였다. 반세기 전인 1969∼1975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1973∼1977년 국무장관으로 재임(일부 시기 겸임)했던 노정치인의 통찰이 지금도 거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였다.
키신저는 27일 만 100세를 맞이했다. 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유년기를 보내다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에 정착한 후 초강대국의 외교안보정책을 집행한 그의 삶은 그 자체로 현대사의 거대한 궤적을 보여준다.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한 이 책에서 키신저는 2차대전 이후 세계를 만들어낸 여섯 리더의 전략을 고찰하고 오늘날 던지는 시사점을 조명한다.
그가 보는 리더의 자질은 정치인형과 예언자형의 두 가지다. 정치인형 리더는 사회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신중하게 변화를 겪도록 이끈다. 예언자형 리더는 현상을 관리하기보다 뛰어넘으려 한다. 훌륭한 리더들은 두 속성을 종합했고, 필요한 순간에 반대되는 속성을 빌렸다. “여섯 리더 모두 물려받은 상황을 뛰어넘고 사회를 가능성의 한계까지 밀어붙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서독의 초대 총리를 지닌 콘라트 아데나워(1876∼1967)를 그는 ‘겸손의 전략’으로 설명한다. 정치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요원한 통일의 가능성보다 서독의 통합을 선호해 경제 기적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 프랑스의 샤를 드골(1890∼1970)은 ‘의지의 전략’으로 요약된다. 망명 중 자유 프랑스의 지도자가 된 그는 프랑스의 정치뿐 아니라 사회적 쇄신까지 주도했다.
자신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1913∼1994)에게 저자가 부여한 키워드는 ‘평형의 전략’이다. 키신저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수사일 것이다. 닉슨은 1972년 중국을 방문해 핑퐁외교를 시작했고, 소련을 견제하는 힘의 평형을 이뤘다.
이스라엘과 손을 잡았던 안와르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1918∼1981)은 ‘초월의 전략’으로 설명한다. 아시아 경제발전의 모델을 이룬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총리(1923∼2015)는 ‘우월의 전략’이 그 열쇠였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1925∼2013)에게는 ‘신념의 전략’이라는 키워드를 부여한다. 당시 영국은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쇠퇴가 동반됐다. 대처 재임 기간 영국은 금융 중심지로 부상했고 공산주의 대응과 포클랜드 전쟁 승리로 새로운 지위를 찾을 수 있었다.
결론에서 저자는 여섯 지도자 모두 두 차례 세계대전 이후의 능력주의가 탄생시킨 중산층 출신 지도자였다고 말한다. 특별하지 않은 배경 때문에 이들은 인습에 도전할 수 있었고, 통념을 초월하는 관점을 가질 수 있었다. 투표에 유리하거나 자기편에게만 호소하는 수사학에 나라의 운명을 맡기지 않았고, 정파 간 불화를 초래하는 데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 책이 나온 뒤 세계가 공통된 찬사를 보이지는 않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책을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과 같은 고전으로 평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키신저 재임 중 미국의 영향력 아래 제3세계에서 일어난 만행들을 언급하며 “자신을 과소평가한 적이 없는 키신저가 드골의 뻔뻔함을 존경하는 것을 알 만하다”고 언급했다.
최근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은 헨리 키신저의 이런 발언으로 뒤덮였다. 반세기 전인 1969∼1975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1973∼1977년 국무장관으로 재임(일부 시기 겸임)했던 노정치인의 통찰이 지금도 거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였다.
키신저는 27일 만 100세를 맞이했다. 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유년기를 보내다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에 정착한 후 초강대국의 외교안보정책을 집행한 그의 삶은 그 자체로 현대사의 거대한 궤적을 보여준다.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한 이 책에서 키신저는 2차대전 이후 세계를 만들어낸 여섯 리더의 전략을 고찰하고 오늘날 던지는 시사점을 조명한다.
그가 보는 리더의 자질은 정치인형과 예언자형의 두 가지다. 정치인형 리더는 사회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신중하게 변화를 겪도록 이끈다. 예언자형 리더는 현상을 관리하기보다 뛰어넘으려 한다. 훌륭한 리더들은 두 속성을 종합했고, 필요한 순간에 반대되는 속성을 빌렸다. “여섯 리더 모두 물려받은 상황을 뛰어넘고 사회를 가능성의 한계까지 밀어붙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서독의 초대 총리를 지닌 콘라트 아데나워(1876∼1967)를 그는 ‘겸손의 전략’으로 설명한다. 정치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요원한 통일의 가능성보다 서독의 통합을 선호해 경제 기적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 프랑스의 샤를 드골(1890∼1970)은 ‘의지의 전략’으로 요약된다. 망명 중 자유 프랑스의 지도자가 된 그는 프랑스의 정치뿐 아니라 사회적 쇄신까지 주도했다.
자신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1913∼1994)에게 저자가 부여한 키워드는 ‘평형의 전략’이다. 키신저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수사일 것이다. 닉슨은 1972년 중국을 방문해 핑퐁외교를 시작했고, 소련을 견제하는 힘의 평형을 이뤘다.
이스라엘과 손을 잡았던 안와르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1918∼1981)은 ‘초월의 전략’으로 설명한다. 아시아 경제발전의 모델을 이룬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총리(1923∼2015)는 ‘우월의 전략’이 그 열쇠였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1925∼2013)에게는 ‘신념의 전략’이라는 키워드를 부여한다. 당시 영국은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쇠퇴가 동반됐다. 대처 재임 기간 영국은 금융 중심지로 부상했고 공산주의 대응과 포클랜드 전쟁 승리로 새로운 지위를 찾을 수 있었다.
결론에서 저자는 여섯 지도자 모두 두 차례 세계대전 이후의 능력주의가 탄생시킨 중산층 출신 지도자였다고 말한다. 특별하지 않은 배경 때문에 이들은 인습에 도전할 수 있었고, 통념을 초월하는 관점을 가질 수 있었다. 투표에 유리하거나 자기편에게만 호소하는 수사학에 나라의 운명을 맡기지 않았고, 정파 간 불화를 초래하는 데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 책이 나온 뒤 세계가 공통된 찬사를 보이지는 않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책을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과 같은 고전으로 평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키신저 재임 중 미국의 영향력 아래 제3세계에서 일어난 만행들을 언급하며 “자신을 과소평가한 적이 없는 키신저가 드골의 뻔뻔함을 존경하는 것을 알 만하다”고 언급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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