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AI와의 공존, 대체 불가능한 ‘인간의 영역’ 찾아야
이소연 기자 2023. 5. 2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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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의 단편소설 '독 짓는 늙은이'에 등장하는 노인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독은 모조리 깨버린다.
AI를 잘만 활용하면 인간은 최고의 조력자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저자는 "인간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인 AI를 통해 인간이 무엇인지 다시 발견하게 됐다"고 했다.
주어진 알고리즘을 따르기만 하는 AI와 달리 인간은 스스로 반문하고 명령을 내리고 자기만의 해법을 찾아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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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무한한 생성능력 가졌지만, 가치 평가하고 표현하진 못해
미래 교육, 단순한 지식 전달 아닌 교과서 너머 미지의 영역 발굴해야
◇AI 빅뱅/김재인 지음/388쪽·2만 원·동아시아
미래 교육, 단순한 지식 전달 아닌 교과서 너머 미지의 영역 발굴해야
◇AI 빅뱅/김재인 지음/388쪽·2만 원·동아시아
황순원의 단편소설 ‘독 짓는 늙은이’에 등장하는 노인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독은 모조리 깨버린다. 최고의 독을 만들려는 장인의 고집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자신이 생성한 그림을 이 노인처럼 파괴할 수 있을까.
미국 럿거스대 예술과인공지능연구실에서 2019년 발표한 알고리즘 ‘AICAN’은 한꺼번에 수도 없이 많은 그림을 만들 수 있다. 15∼20세기 미술사에 등장했던 화가 1119명이 그린 8만1229점을 학습해 새로운 그림을 내놓는다. 이전 작품들과 유사하면서도 기존 스타일과는 가능한 한 다른 그림을 만들도록 설계됐다.
모방 속에서 자기만의 독창적인 작품을 만드는 과정마저 인간 예술가와 다르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AICAN이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자기 작품에 대한 송곳 같은 평가다. 이 알고리즘은 ‘독 짓는 늙은이’처럼 스스로 만든 작품을 파괴할 수도, “이게 내 최고작”이라고 선언할 수도 없다.
과학기술 철학자인 저자는 “하나의 그림이 완성됐다고 판단할 권리는 화가에게 있다”는 세계적 미술사학자 언스트 곰브리치(1909∼2001)의 말을 인용해 되묻는다.
예술의 완결성을 판단할 수 없는 AI가 과연 예술가인가, 그런 AI가 무작위로 만든 그림을 예술이라 부를 수 있는가. 저자는 “가치를 평가하고 표현하는 일이 예술과 문학의 원천에 있다면, AI는 아주 세련되고 훌륭한 도구 그 이상이 될 수 없다”고 분석한다. 비평이야말로 예술창작에 있어 인간의 마지막 보루로 남을지 모른다는 전망도 담았다.
저자는 교육, 학술 등 일상의 여러 면에서 코앞으로 다가온 AI 시대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AI와의 공생 방법을 찾는다. AI를 잘만 활용하면 인간은 최고의 조력자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독일 기업 ‘딥엘(DeepL)’이 내놓은 AI 번역 서비스에 두꺼운 과학책 문서 파일을 올리면 순식간에 책 한 권이 번역된다. AI가 번역에 걸리는 시간을 단숨에 줄여주는 것이다. 저자는 “AI 번역 서비스 덕분에 앞으로는 전 세계 동시 출간도 많이 시도될 것”이라며 “AI가 도움이 되는 측면은 ‘생성’ 자체보다 ‘생산성’에서 더 찾아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가 인간을 위협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위기는 AI에서 오는 게 아니다. 위기의 본질은 혁신하지 못하는 타성과 고착에 있다”는 입장이다. 이 지적은 국내 전문가 집단과 교육자들을 겨냥한다. 기존에 전수돼온 지식을 정리하는 것은 AI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어서 머지않아 AI로 대체될지 모른다. 미래의 대학과 교실은 교과서에 정립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발굴하고 창작하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인간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인 AI를 통해 인간이 무엇인지 다시 발견하게 됐다”고 했다. 인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고민할 자유’다.
주어진 알고리즘을 따르기만 하는 AI와 달리 인간은 스스로 반문하고 명령을 내리고 자기만의 해법을 찾아나간다. AI와 다른 인간의 본질을 고찰한 저자의 고민 속에서 AI 시대 인간이 길러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 답을 얻을 수 있다.
미국 럿거스대 예술과인공지능연구실에서 2019년 발표한 알고리즘 ‘AICAN’은 한꺼번에 수도 없이 많은 그림을 만들 수 있다. 15∼20세기 미술사에 등장했던 화가 1119명이 그린 8만1229점을 학습해 새로운 그림을 내놓는다. 이전 작품들과 유사하면서도 기존 스타일과는 가능한 한 다른 그림을 만들도록 설계됐다.
모방 속에서 자기만의 독창적인 작품을 만드는 과정마저 인간 예술가와 다르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AICAN이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자기 작품에 대한 송곳 같은 평가다. 이 알고리즘은 ‘독 짓는 늙은이’처럼 스스로 만든 작품을 파괴할 수도, “이게 내 최고작”이라고 선언할 수도 없다.
과학기술 철학자인 저자는 “하나의 그림이 완성됐다고 판단할 권리는 화가에게 있다”는 세계적 미술사학자 언스트 곰브리치(1909∼2001)의 말을 인용해 되묻는다.
예술의 완결성을 판단할 수 없는 AI가 과연 예술가인가, 그런 AI가 무작위로 만든 그림을 예술이라 부를 수 있는가. 저자는 “가치를 평가하고 표현하는 일이 예술과 문학의 원천에 있다면, AI는 아주 세련되고 훌륭한 도구 그 이상이 될 수 없다”고 분석한다. 비평이야말로 예술창작에 있어 인간의 마지막 보루로 남을지 모른다는 전망도 담았다.
저자는 교육, 학술 등 일상의 여러 면에서 코앞으로 다가온 AI 시대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AI와의 공생 방법을 찾는다. AI를 잘만 활용하면 인간은 최고의 조력자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독일 기업 ‘딥엘(DeepL)’이 내놓은 AI 번역 서비스에 두꺼운 과학책 문서 파일을 올리면 순식간에 책 한 권이 번역된다. AI가 번역에 걸리는 시간을 단숨에 줄여주는 것이다. 저자는 “AI 번역 서비스 덕분에 앞으로는 전 세계 동시 출간도 많이 시도될 것”이라며 “AI가 도움이 되는 측면은 ‘생성’ 자체보다 ‘생산성’에서 더 찾아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가 인간을 위협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위기는 AI에서 오는 게 아니다. 위기의 본질은 혁신하지 못하는 타성과 고착에 있다”는 입장이다. 이 지적은 국내 전문가 집단과 교육자들을 겨냥한다. 기존에 전수돼온 지식을 정리하는 것은 AI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어서 머지않아 AI로 대체될지 모른다. 미래의 대학과 교실은 교과서에 정립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발굴하고 창작하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인간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인 AI를 통해 인간이 무엇인지 다시 발견하게 됐다”고 했다. 인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고민할 자유’다.
주어진 알고리즘을 따르기만 하는 AI와 달리 인간은 스스로 반문하고 명령을 내리고 자기만의 해법을 찾아나간다. AI와 다른 인간의 본질을 고찰한 저자의 고민 속에서 AI 시대 인간이 길러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 답을 얻을 수 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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