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훈풍에… 14개월만에 ‘7만 전자’ 올라섰다
“마약보다 얻기가 훨씬 더 힘들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엔비디아가 만드는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얼마나 구하지 힘든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AI 골드러시 시대에 ‘삽’을 파는 유일한 회사로 여겨지는 엔비디아의 현 위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엔비디아는 AI 연산에 핵심적으로 쓰이는 GPU(그래픽처리장치)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1위 기업이다. 이 회사가 만드는 AI 연산용 A100, H100 반도체는 전 세계적인 품귀 현상으로 개당 가격이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엔비디아의 반도체가 없으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가 뛰어든 ‘AI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만큼 마치 무기 챙기듯 쓸어 담고 있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 게임 마니아들이나 익숙했던 엔비디아가 삼성전자, TSMC, 인텔과 같은 쟁쟁한 반도체 기업을 제치고 업계 최초 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둔 이유다.
◇엔비디아 없이는 ‘AI 전쟁’ 불가
엔비디아발(發) 훈풍은 지난 24일 1분기(2~4월) 실적 발표에서 시작됐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3% 줄었지만, 2분기 매출이 110억달러(약 14조5800억원)가 될 것이란 깜짝 놀랄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월가 전망치(71억5000만달러)를 50% 이상 뛰어넘는 수치였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급증하는 데이터센터의 반도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공급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했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 파란이 일었다. 투자회사 번스타인의 스테이시 라스곤 애널리스트는 “15년 이상 이 일을 하면서 엔비디아가 내놓은 2분기 실적 전망처럼 모두의 예상을 전멸시킨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24.6% 폭등했고, 이튿날 정규장에서도 추세(24.4% 상승)가 그대로 이어졌다.
작년 말 출시된 챗GPT 이후 글로벌 테크 업계는 연일 숨 가쁜 AI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현상이 침체 상태인 세계 반도체 업계를 되살릴 것이란 전망이 꾸준히 나왔지만 언제 실현될 것인지는 미지수였다. 그런데 엔비디아가 그 답을 내놓은 것이다.
◇삼성·SK하이닉스도 훈풍, “하반기 살아난다”
엔비디아 효과는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주가에 파장을 미치고 있다. 미 시스템 반도체 기업 AMD(11.2% 상승)를 비롯해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4.2%), 일본 반도체 장비 기업 도쿄일렉트론(4.4%) 등이 수혜주가 됐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모임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6.8% 상승했다.
메모리 반도체 중심인 한국 반도체 업계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전자는 25·26일 연속으로 장중 ‘7만 전자’를 기록하며 이틀 내내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26일 종가도 전일 대비 2.2% 상승한 7만300원으로, 14개월 만에 처음으로 종가 기준 7만원을 넘어섰다. SK하이닉스 역시 연중 최고가를 이틀 연속 경신하며, 전일 대비 5.5% 상승한 10만9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다른 반도체 기업인 DB하이텍(4.1%), 제주반도체(4%) 등도 일제히 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용 반도체 제작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을 90% 이상 차지하고 있다. AI 서버에 엔비디아가 만든 GPU와 함께 고성능·고용량 D램이 탑재되기 때문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첨단 메모리 반도체를 뜻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분기까지는 반도체 적자가 예상되지만, 하반기에는 시장 반등과 함께 실적 역시 크게 개선될 것이란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리포트에서 올해 3분기부터는 D램 수요가 공급보다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간으로도 최근 2년 내내 이어져온 ‘D램 공급 초과’ 기조가 올해는 ‘수요 초과’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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