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졌으면", "숨기는 자 범인" 남말? 인지부조화 정치[한기호의 정치박박]

한기호 2023. 5. 27.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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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퇴임 6달 전 헌정영화 제작行, 혈세 1억 지원
"색깔" 따른 영화제…더욱 커진 언행불일치 논란
김남국 비판에도 "코인 투자가 문제냐" 왜곡
도피 눈감고 "金 극단선택 생각" 퍼뜨린 의원도
책임도 과학도 딴세상? 明지도부 反日선전만
영화 '문재인입니다' 포스터. <엠프로젝트 제공>
이른바 '김남국 방지법'(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등을 심사하기 위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60억원 이상 미공개 코인 거래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남국 의원 자리가 비어 있다.<연합뉴스>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및 수산물 수입 반대 국민서명운동 발대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평산책방' 만으로도 시끌시끌한데 얹혀진 논란이 있다. "대통령 끝나고 나면 그냥 잊혀진 사람으로 그렇게 돌아가고 싶고요"(2020년 1월14일 신년 기자회견)라던 당사자가, 자신의 이름 석자를 내 건 다큐영화 '문재인입니다' 촬영에 응했다. 그것도 현직 대통령으로서 퇴임 반년 전인 2021년 11월 영화 제작이 확정됐다. 연출자는 현직이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감독 특장점'으로 내세웠고, 공모 경쟁률 10대 1(30편 중 3편)을 뚫었다. 매년 전주 시비(市費) 약 30억원 지원받는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공모작 30편 중 1억원을 이 영화 제작에 투하했다.

개봉(5월10일) 열흘 만에 관객 10만을 동원했지만, 이후 관객 일일증가율은 0%대로 수렴해온 게 흥행 성과(?)다. 집단지성에 위화감을 불러서였을지 모른다. 영문명부터 'This the president'에 내용은 권력과 팬덤 헌정(獻呈·바쳐 올림) 색채가 뚜렷했다. '사실 그대로 찍는다'는 다큐멘터리라는 장르 특성이든, 혈세(血稅) 지출의 전제여야 할 보편타당성이든 거리가 멀어 보인다. 애초 선정 사유부터, 조직위는 '정치색' 우려를 뻔히 알면서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전주국제영화제의 색깔"이란 잣대를 댔다.

2020년 신년 회견 때 이런 발언도 있었다.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무슨 현실정치하고 계속 연관을 가진다든지…일체 하고싶지 않습니다". 이는 올해 4월14일 좌편향 방송인 김어준씨의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첫 공개한 '문재인입니다'로 부정됐다. 영화 내 문 전 대통령은 "5년간 이룬 성취"를 전제하며 "순식간에 무너지고 과거로 되돌아가는 모습"에 허망하다고 했다. 셀프 기념에다, 현 정부를 겨냥한 정치 의도도 보였다. 내로남불 다툼도 모자라, 인지부조화 영역까지 넘보는 정치의 백태다.

인지부조화는 행태 등이 '서로 모순돼 양립할 수 없다고 느끼는 불균형'의 심리 상태를 가리킨다. 핵심은 '모순(矛盾·창과 방패)'이다. 옛 초나라의 한 상인이 '어떤 방패로도 못 막는 창'과 '어떤 창으로도 못 뚫는 방패'라며 나란히 팔다가, '둘을 경합시켜보라'니 말문이 막혔다는 데서 유래했다. '앞뒤가 안 맞는 말'로 돈을 챙기려던 '장삿속'을 들켰으면 응당 대가를 치러야할 것이다. 허나 실상이 이상보다 맵다. 믿음과 어긋났을 때 '현실 쪽을 왜곡하면 된다'고 여기는 인간행동을 설명한 '인지부조화 이론'마저 있다.

공직자 재산신고액 15억여원 이외에 미공개 코인 수십억원어치 '이상거래' 의혹 관련 핵심자료 제출 없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 문제도 무관치 않다. 지난해 3·9 대선 및 코인 실명제(트래블 룰) 시행 직전 처분한 시점 문제, 가상화폐 발행 게임사의 P2E(Play to Earn) 정치권 로비 의혹 등 소명 요구가 잇따랐어도 '친정' 당은 태연하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CBS라디오에서 '김남국 코인' 진상규명 요구 등을 "코인 투자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으로 치부했다. 현실왜곡 수준이다.

특히 김 의원을 향한 비판론을 "투기와 투자를 제대로 구분 못하면서 여러 주택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 무조건적 공격"하는 것이라고 빗댔다. 문재인 정부는 실체 불명의 '투기세력'을 상정해놓고, 2주택 이상 보유자 단죄성 세제·규제를 쏟아내며 여론전을 했었다. 2017년 8월 사회수석이 "내년 봄 이사철(4월)까지 팔 기회를 드리겠다"고, 국토부 장관은 8·2 부동산대책 발표 때 "다주택자의 투기수요를 억제하겠다"며 겁박조로 일관했다. 2019년 12월 대통령비서실장은 청와대 공직자들에 1채만 남기고 팔라고 했다.

정권발로 시시때때로 보유세 인상론까지 펴면서 다주택자들은 투기세력으로 몰렸다. 결과는 '실제로 팔지 않은' 이들의 승리. 특히 '부동산 품귀'를 부채질한 구(舊)여권 고위공직자들의 집값이 폭등하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 등 공직사회에서 신도시 개발 땅 투기로 이득을 챙긴 게 결과 아니었나. 정권 바뀐 뒤에야 곪아 터진 대규모 전세사기 등까지 폐해라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이든 코인이든, 악착같이 특정 계층 국민을 몰아붙이거나 제도 내 편법으로 특혜를 누린 행태는 민주당 외 유례가 없다.

타(他)당에 손가락질하고 싶다면 불분명한 "저희" "우리" 등 주어가 아니라 자(自)당을 특정해 집권기 부동산 잣대를 반성부터 해야 할 것이다. 정작 국민의힘에선 김 의원 때문에 코인거래를 범죄시한 주장은커녕 불특정 다수 국민을 피해자로 여긴 "바다이야기(사행성 게임) 시즌2"라거나, 수십억원어치 '잡코인' 교환은 자금세탁용이라 의심한 정도다. 여론 역시 소위 '거지 코스프레'하던 청년정치인의 거액 재산은닉 의혹에 따른 배신감, 범주를 넓힌다면 특정 업계와 정치권력 결탁 의심을 표출할 뿐이다.

김 의원이 탈당(5월14일) 이래 열흘 넘도록 도피해도 책임지긴커녕 물타기의 연속이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이른바 '최순실 청문회' 때 세월호 참사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필러 주사를 맞았다는 소문으로 간호장교를 여론재판에 올리고 "숨는 자, 숨기는 자가 범인"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그는 25~26일 라디오에서 연달아 '김남국 소식통' 역할을 하며 "(김 의원이) '극단적 선택' 하고싶다고 그래요"라고 했다. 사람 목숨으로 비판론자를 겁박하는 것처럼 들린다. "굉장히 위험한 발언" 책임은 여당더러 지라고 한다. "사람이 먼저다"는 누구의 말이었나.

이재명 지도부는 이 와중 반일(反日)이 전가의 보도다. 민주당 의원들로 꾸린 '후쿠시마오염수방출저지대응단'은 4월초 방일했다가 검증 능력이 없음만을 입증한 바 있다. 그런 민주당은 26일 광화문 광장에서 서명운동을 벌이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중심이 된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시찰단 파견에 "왜 시찰단을 보내 유람관광을 하게 하고 안전성 검증을 포기하느냐"고 거듭 타박했다. 2020년 10월 '해양수산부와 정부합동 TF' 명의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현황 보고'내 전문가 소견 기록을 해명해도 모자랄 판에.

원안위 7차례 전문가 간담회 등 검토 결과 ALPS 성능 확보 '어렵지 않음', 삼중수소는 '수산물 섭취 등으로 인한 유의미한 피폭 가능성은 매우 낮음', '해양방출 수년 후 국내 해역에 도달' 의견의 시시비비를 가릴 책무를 타자화했다. 사실상 전문가·과학과 담 쌓고 "우리 어민 다 죽는다" 등 자극적 구호는 빼놓지 않았다. 2008년에 미국산 소고기 수입으로 5년 내 전국민이 광우병에 걸려 죽을 것이라던 주장, 2017년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성주 참외가 해를 입고 뇌가 전자파에 튀겨진다던 주장을 늘어놓을 때와 비슷한 기백이다. 민주노총발(發) 노숙집회 논란 속 연이은 장외집회까지 예고했다.

정권 교대한 뒤 겨우 내로남불 영역에 발 들이고 있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으로선 여전히 따라가기가 힘든 수준이다. 야당이라해서 이(異)세계 정당이 아니다. 국민과 국가에 질 책임이 전혀 없다는 듯한 태도, 편 가르기 싸움 유발로 언제까지 '공당으로서 현실 인식'을 대체할 수 있을지 보는 사람도 궁금해진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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