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한의 시사일본어] 슈카츠
대졸 신입사원 채용 시즌은 공식적으로 3월 1일 막을 올린다. 기업들은 이 때부터 취직 정보 사이트인 리쿠나비, 마이나비, 캐리타스 등에 졸업 예정자를 겨냥한 구인 광고를 내보낸다. 전국 각지 대학에서는 오프라인 기업 설명회가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6월부터 9월까지는 기업별로 필기와 면접 시험을 실시하고 10월에 최종 합격자를 선정한다. 취준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회사는 문과의 경우 니토리, 도쿄해상일동화재보험, JTB그룹, 패스트리테일링, 이토추상사 순이고 이과는 소니그룹, 아지노모토, 미쓰비시중공업, Sky, NTT데이터 순으로 조사됐다.
올해 일본 취업시장에는 따뜻한 봄 바람이 불고 있다. 신입사원 채용 규모가 지난해보다 늘어났고, 대졸 초임도 큰 폭으로 뛰었다. 코로나19가 사실상 종식된 데다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좋아진 덕분이다. 일본 증시는 1990년 버블 붕괴 이후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다.
기업들의 ‘구인 경쟁’은 공식 통계로 확인된다. 리쿠르트에 따르면 2024년 봄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민간기업의 구인 총수는 77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6만6000명(9.3%) 증가했다. 반면, 취업을 희망하는 대학생 수는 2000명(0.5%) 늘어난 45만1000명에 그쳤다. 대학생·대학원생의 구인배율(求人倍率) 은 1.71을 기록, 지난해 1.58보다 올라갔다. 이 수치는 코로나19가 확산됐던 2년 전 1.50까지 떨어졌다. 구인배율은 대학생 1인당 공급되는 민간 기업의 일자리 수를 뜻한다.
일본 대졸자들의 일자리 증가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일본 경제의 기초 체력이 여전히 튼튼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넉넉하게 공급된다는 점이다. 대졸자의 일자리가 부족한 우리나라 입장에선 일본의 취업시장에 더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 일본 대기업의 임금 수준이 우리보다 낮다는 일부 불만도 나오지만, 65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고 중소기업까지도 고용 안정성이 높다는 건 장점이다. 한·일 관계 개선으로 양국간 경제 협력이 활성화되면 우리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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