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안목으로 꼽은 역사적 전략가 6인
헨리 키신저 지음
서종민 옮김
민음사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인 1923년 5월 27일 독일 남부 퓌르트에서 태어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전 세계 지도자들과 교류하며 그들을 지근거리에서 관찰했다. 홀로코스트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해 하버드대 교수와 미 대통령 안보보좌관을 거친 키신저는 그 자신이 직접 세계전략을 꾸미고 실행하는 주도적 역할을 한 역사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최고의 외교전략가로서 기밀 고급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으며 때로는 스스로 특급정보를 생산하기도 했다. 키신저처럼 세계지도자들의 리더십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이 책은 그가 꼽은 최고 리더들의 리더십을 분석한 명저다.
이들 여섯 명은 누구도 상류층 출신이 아니었다. 권력에서 멀리 떨어진 출신 배경과 경험 덕분에 이들은 무엇이 국가의 이익인지 뚜렷이 알아보고 당대의 통념을 초월하는 관점을 가질 수 있었다.
이전 시대의 귀족주의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 자리 잡은 능력주의로 재능을 키울 수 있었던 여섯 명 지도자 모두에게는 상황을 꿰뚫어 보는 현실감각과 강력한 전망이 있었다. 사다트와 닉슨은 뿌리 깊은 국제적 경쟁 관계를 극복하고 창조적 외교 관계를 시작하려 했다. 대처와 아데나워는 미국과 형성한 강력한 동맹이 조국에 가장 유리하다는 걸 알았고, 리콴유와 드골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조정할 수 있도록 비교적 낮은 수준의 연계를 택했다.
그들은 모두 가장 중요한 국가적 의의가 걸린 일이라면 대내외적 상황이 명백하게 불리해 보일 때도 결단력 있게 행동했다. 닉슨은 베트남에서 철수가 끝나기도 전에, 통념을 딛고 중국과 수교했으며 소련과 군비 통제 협상에 돌입했다.
불화를 초래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들은 자신이 이끄는 대로 국민이 따라 주기를 바랐으나, 모두의 합의를 구하려고 애쓰거나 그런 합의를 기대하지 않았다. 이들이 추구하는 변혁은 논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때로는 기존 이해관계를 해치고 중요한 유권자들을 소외시킬 수도 있어야 했다. 그래서 대처는 근본적인 경제개혁을 단행할 수 있었고 사다트는 오랜 적국 이스라엘과 평화를 도모할 수 있었다. 아데나워는 전후 점령과 함께 독일에 가해진 여러 제약을 받아들이며 정치적 반대자들의 혹평을 받아야 했다. 이들이 정부를 이끌 때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모든 사람이 이들을 존경하거나 이들의 정책에 동의하지는 않았다. 그것이 역사를 만드는 대가였다.
지금의 세계는 이들이 활동했던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시민적 애국주의는 약해지고, 정체성에 기반을 둔 파벌주의와 경쟁적 세계시민주의가 보편화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시대에 독서를 통한 심층 문해력은 떨어지고 인본주의와 문학·역사·철학의 중요도는 날로 떨어지고 있다.
아무리 상황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이들이 보여 줬던 리더십의 요체는 여전히 지금의 세계에도 유효할 것이다. 지금의 한국에는 어떤 지도자가, 또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 이 책의 행간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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