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당하라, 허전함을 채워줄지니[책과 삶]
인챈트먼트
캐서린 메이 지음·이유진 옮김
디플롯 | 300쪽 | 1만7800원
오늘날은 지루할 틈이 없는 시대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루하다는 감정을 마주할 틈이 없다. 휴대폰만 잠깐 만져봐도 수많은 뉴스와 사건·사고, 유머, 영화, 만화 등이 쏟아진다. 수많은 볼거리에 노출돼 있음에도 우리는 왜 문득 허전함을 느끼는 것일까?
에세이스트 캐서린 메이가 쓴 책 제목인 ‘인챈트먼트’는 우리말로 ‘매혹’이란 뜻이다. 자신의 존재가 세상과 근본적으로 이어져 있다는 깨달음, 거기서 얻는 충만함이 매혹이다. 우리 선조들이 숭배했던 나무와 돌, 샘과 같은 자연의 사물들이 드러내는 성스러움의 시현, 절대적 진실인 ‘히에로파니’에 접하는 것이다.
저자는 매혹은 우리가 ‘무엇을’ 보느냐보다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엄청난 오로라를 보아야만 매혹당하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출근길에 피어 있는 보도블록 틈새 꽃 한 송이에도 매혹을 느낄 수 있다. 단, 시간과 정성을 들여 제대로 봐야 한다는 조건이 달린다. 때로 이를 위해선 ‘언러닝’(unlearning·자신이 가지고 있던 상식을 버리기) 하고 새로운 감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 “매혹은 동종요법과 비슷해서 소량의 경외감이 필요하며, 이 경외감은 우리가 찾아 나설 때만 비로소 발견할 수 있는 조용한 마법의 자취다.”
같은 풍경이라도 걸어가며 보는 것과 KTX를 타고 가며 스치듯 본 풍경에 대한 감상은 다를 수밖에 없다. 효율성과 속도 자체가 나쁜 것일 리는 없다. 다만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간다고 할 때, 우리가 그 풍경 앞에 무력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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