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 못하는 ‘아날로그적 혁신’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
데이비드 색스 지음·문희경 옮김
어크로스 | 400쪽 | 1만8800원
간혹 옆자리 동료와 무심코 나눈 이야기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다면? 점심시간에 마음맞는 동료들과 상사를 흉보며 기분 전환을 했다면? 코로나19로 전면 재택근무에 들어갔던 직장인들은 답답했을지도 모른다.
캐나다의 논픽션 저술가인 데이비드 색스는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되는 사회에서 놓치는 가치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디지털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지만 아날로그 세계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세계로 건재할 것”이라고 말한다. 디지털 바깥의 아날로그를 탐구한 전작 <아날로그의 반격>과도 이어지는 주제다. 전문가 200여명 인터뷰,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회사·학교·쇼핑·문화·생활·대화에서 나타나는 디지털의 한계를 들여다본다. 원격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은 불안, 우울, 스트레스가 늘었다. 교육 불평등도 증가했다. 작은 집에 사는 저소득층 아이들은 수업 들을 공간이 부족했다. 재택근무하며 쉼없이 전화통화하는 부모 옆에서 수업을 들어야 했다.
저자는 또 “도시의 진정한 혁신은 아날로그적이기 쉽고 대체로 그렇다”고 말한다. 서울 종로구 삼청공원의 숲속도서관을 도시의 아날로그적 혁신 사례로 든다. 목재로 지은 숲속도서관은 원래 방치돼 있던 삼청공원 내 매점이었다. 저자는 숲속도서관을 “디지털 도시에서 아날로그의 평온이 깃든 치유의 휴식처”로 표현한다.
저자의 고민은 ‘일의 미래’로 이어진다. 저자는 “일의 미래는 나를 더 인간으로 느끼게 해주어야지, 인간에게 더 멀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며 “일의 미래 구축은 디지털화나 자동화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중요한 건 인간이다. 인간의 손길이 필요한 지점을 찾아내 투자하는 게 오히려 일의 미래를 그리는 일이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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