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작업해 자랑스러워" '거미집' 송강호→정수정의 연기 앙상블(종합) [칸 현장]
(칸=뉴스1) 고승아 기자 = 김지운 감독의 세 번째 칸 초청작 '거미집'이 베일을 벗은 가운데, 감독과 배우들이 모여 영화에 대한 의미를 전했다.
26일 낮 12시45분(이하 현지시간, 한국시간 26일 오후 7시45분)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벌에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작 '거미집' 공식 기자회견이 열려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크리스탈), 박정수, 장영남, 김지운 감독이 참석했다.
'거미집'(감독 김지운)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 더 좋아질 거라는 강박에 빠진 김감독(송강호 분)이 검열 당국의 방해 및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처절하고 웃픈(웃기고 슬픈) 일들을 그리는 영화다.
신작으로 세 번째 칸을 찾은 김지운 감독은 이날 칸에서 선보이는 것에 대해 "전 지구 반대편 나라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래서 영화제에 수상 제도가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혼자 떨어져서 고독하게 작업을 하고 있는 어떠한 감독들에게는 우리가 너의 친구이고, 당신의 영화를 지지하고, 우리가 같은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게 보여주는 게 영화제이고, 그 중에서 칸 영화제가 가장 그러한 믿음과 권위를 주는 영화제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의미를 밝혔다.
영화의 주인공인 김 감독이 '김지운 감독' 본인을 의미하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감독이란 직업이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빨리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현장에서 판단하고 '오케이'(OK)를 내릴 때 시한 폭탄을 켜놓고 하는 느낌이 많다, 그런 압박을 받을 때가 많다"라며 "그래서 뭔가 빨리 결정을 해야 하는데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광야에 홀로 선 고독과 같은 느낌이 들고 자신의 비전을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고, 실패든 성공이든 떠나서 자신의 비전을 영화에 담았을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사실 모든 영화의 구성들은 최초의 형태, 흐릿한 형태에서 시작해서 배우들, 스태프들과 만나 공간이 만들어지고 도화지의 밑그림에서 채색이 되는 경험을 하는 건데 최초의 어떤 이미지의 원형들, 그걸 믿고 자기 안에서 발전시켜 나가는 게 감독이 가져야 할 중요한 지점 중 하나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라며 "그래서 영화의 인물을 통해 '우리가 뭔가 떠오르고 있다면 그건 널 믿고 가야 한다'는, '다른 사람이 아닌 너의 것이니까'라는 대사를 넣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지운 감독은 배우들의 앙상블이 돋보이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며 "배우의 순간적인 모티브와 매력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거미집'에서 활약한 주연 배우들도 다 함께 칸을 방문,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크리스탈), 박정수, 장영남이 소감을 밝혔다.
칸 영화제에 여덟 번 방문하고, 최근 4년간 연속으로 찾은 송강호는 "저도 운 좋게 훌륭한 분들과 덕분에 자주 오게 됐다"라며 "중요한 건 네 번 연속이든, 다섯 번 연속이든 그런 게 아니라 훌륭한 배우들하고 같이 새롭게 온다는 것이 너무너무 큰 의미가 있다, 또다른 작품 세계가 있는 감독님과 배우들과 온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배우들을 향해 박수를 쳤다.
또한 송강호는 "어제 시사회를 하고 뒤풀이에서 배우들한테 이런 말을 했는데, 같이 연기를 하고 그 장면들 속에서 같이 연기하는 모습을 봤을 때 너무 자랑스러웠다"라며 "우리 옆에 계신 모든 배우들이 2시간 내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봤던 기억들이다, 훌륭한 배우들 속에서 톱니바퀴처럼 돌다 보니 잘 돌아간 느낌이다"라며 소회를 덧붙였다.
'장화, 홍련'(2003) 이후 20년 만에 김지운 감독과 재회한 임수정은 "20년 만에 또다시 감독님의 영화에서 배우로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너무나도 큰 영광이었다"라며 "그래서 또 이렇게 칸 영화제에서 전 세계 관객분들과 저희 영화를 함께 나눌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감독님과의 작업을 통해서 기대하는 부분과, 또 이렇게 함께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배우로서 새로운 얼굴을 찾아주시기 때문이며, 그래서 저한테는 너무나도 큰 기회였다"라며 "'장화, 홍련' 속에서도 제게 새로운 얼굴을 찾아줬는데 지금, 20년이 지나서 또다른 얼굴로 감독님 영화를 통해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큰 영광"이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강렬한 역할을 소화한 정수정은 "모든 게 사실 다 도전이었는데 제일 처음 스크립트를 이렇게 역할을 저한테 주어졌을 때 본능적으로 곧바로 기대했던, 기다렸었던 제 커리어의 새로운 막이라는 걸 금방 터득했다"며 "그래서 이 기회를 포착을 했고 이렇게 굉장한 배우분들과 할 수 있어서 이건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을 지지하는 역으로 분한 전여빈은 "사람이 진실로 이해할 수 있느냐, 그것이 궁금해 지느냐가 용기가 되는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 주저하지 않는 선택을 함께 모험하고 싶었다"며 "이 모험에는 '거미집' 자체의 다양한 인물들이 서로 어떤 처음과 끝이, 단계별로 정해져 있지 않은 그런 거미집 처럼 얽힌 게 흥미로웠다, 그 중에서 한명의 플레이어로 작업하면 재밌지 않을까 해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거미집'에서 남다른 열연을 펼친 오정세는 "이 작업을 하면서 너무 기대를 많이 했다"며 운을 뗀 뒤, "제가 맡은 인물은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 군상 중 사랑이 많은 인물"이라며 웃었다. 이어 "그 사랑이 지나치게 많은 인물이라 극 안에서 많이 혼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신나게 뛰어 놀다 보니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좋은 영화를 만날 수 있게 되어서 영광이다"라고 했다.
박정수는 오랜만에 영화를 촬영한 것에 "저는 같은 배우이지만 영화보다는 TV쇼에 특화된 배우라고 할 수가 있다"며 "그래서 영화를 하고 싶어도 시간도 그렇고, 드라마 쪽에서 저를 놔주지 않았기 때문에 오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작년에 좋은 운이었는지 김지운 감독님이 저를 불러주셔서 훌륭한 배우들과 영화라는 장르르 작업할 수있는 그런 행운이 왔다"며 "그래서 영화에 걸음마를 한다는 심정으로 했는데 칸에 오는 행운까지 와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며 소회를 전했다.
장영남은 "정말 큰 산인 김지운 감독, 송강호 선배, 박정수 선배 등이 있으니 어떤 꽃으로 어떻게 자라도 되겠구나 생각했다"라며 "(감독과 배우들을) 믿고, 열심히 즐겁게 했던 현장이었던 것 같은데 칸까지 오게 되어서 영광이고 아직까지 이 순간도 꿈을 꾸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뤼미에르 극장에서 함께 많은 분들이 박수쳐 주시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서울에 가서도 오랫동안 큰 추억과 기억으로 남을 것 같더라"며 "더 좋은 배우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6일 오후 개막한 제76회 칸 영화제는 오는 27일까지 11박12일간 지속된다. '거미집'은 지난 25일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공식상영을 진행했다.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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