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발명’에서 ‘미래 돌파구’ 찾다
유연 휘발유 납 독성 인체 위험
전기 제공 핵분열도 무기 변화
잘못된 희망 주고 결국은 퇴출
“기아 퇴치·경제 불평등 해소 등
현대사회 가장 필요한 발명품”
인벤션/바츨라프 스밀/조남욱 옮김/처음북스/1만9000원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던 1943년 여름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불과 두 달 만에 미군 1만7375명이 말라리아로 사망했다. 당시 ‘말라리아모기는 적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보건포스터가 나올 정도로 말라리아로 인한 피해가 심각했다. 그 때 이탈리아 정부가 시험적으로 다이클로로 다이페닐 트라이클로로 에테인(이하 DDP)을 사용했더니 말라리가 환자가 80%이상 줄었다. 이후 DDT는 농업 및 가정용 살충제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신간 ‘인벤션’(처음북스)은 DDT처럼 발명 초기 각광받으며 세계적으로 확산됐거나 큰 기대를 받았다가 실패한 발명들을 조명한다. 세계적인 에너지, 환경 분야 거장인 저자 바츨라프 스밀은 “과거의 실패와 교훈에서 배우려는 의지가 현대사회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면서 실패한 발명을 분석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DDT 사용 금지 요구 여론이 확산하고 1972년 미국환경보호청에서 7개월간 DDT 청문회가 열렸다. 결국 DDT는 2004년 스톡홀름 협약을 통해 일부 국가에서 제한적 사용만 허용됐다.
20세기 초반 등장한 유연 휘발유도 DDT의 전철을 밟았다.
자동차 산업이 폭발적으로 팽창하던 당시 내연기관의 노킹(knocking·조기 점화 현상)이 골칫거리였는데, 이를 해결할 첨가제로 비싼 에탄올 대신 테트라에틸납(이하 TEL)이 떠올랐다.
미국 공중보건 전문의들은 납의 독성이 신경조직에 심각한 손상을 남기며 태아와 유아에게 특히 유해하다며 휘발유에 첨가하는 것을 반대했다.
독일의 오토 한과 리세 마이트너가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핵분열 실험에 성공한지 7개월 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종전 직전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한 미국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인류 역사상 최초의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실패한 발명들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인간과 환경에게 위해한 영향을 미치거나, 비합리적인 집착으로 경제성이 간과됐다. 또 과장된 보고서와 지나치게 낙관적인 미디어의 보도는 잘못된 희망과 기대를 심었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발명품은 무엇일까. 저자는 기존의 불평등을 크게 줄이거나, 건강, 교육, 소득 격차를 좁히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주장한다. 수억 명의 어린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영양 결핍 문제 해결이 초음속 운송 수단 개발보다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발명과 혁신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다소 보수적이다. 기발한 발명품 없이도 신뢰할 수 있는 기존 기술을 확장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기적적인 돌파구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는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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