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극우 강경파에 질질 끌려가는 네타냐후

손우성 기자 2023. 5. 26.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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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 해산 위기에 소신에 반하는 ‘종교 편향’ 예산안 통과시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예루살렘 의회에서 열린 예산안 회기에 참석해 손을 얼굴에 댄 채 앉아 있다. AF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더 색채가 강한 우파 세력의 득세로 운신 폭이 좁아지는 모양새다. 극우 강경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역학 관계 속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오랜 소신을 깨면서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만 했다. 논란이 됐던 사법개편을 다시 시도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전날 9980억셰켈(약 354조2500억원) 규모의 2023~2024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120명 의원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합 64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는 56표였다.

야권과 시민단체에선 예산안이 지나치게 종교적이고 편향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강성 유대 정당과 반아랍 극우 정당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137억셰켈(약 4조8600억원)을 판공비 예산으로 배정했다. 토라유대주의연합(UTJ)의 요구로 배정된 37억셰켈(약 1조3100억원)은 초정통파 유대 학교(예시바) 학생들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이들은 병역 의무를 지지 않을 뿐 아니라 세금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리는 탓에 야권에선 개혁 대상 1순위로 꼽는다. 12억셰켈(약 4257억원)은 수학·과학·영어 등 진학과 취업에 필요한 수업을 하지 않는 사립 유대 학교 지원 용도로 배정됐다.

네타냐후 총리 내각의 ‘트러블메이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대표인 오츠마 예후디트(이스라엘의 힘)가 주장한 갈릴리·네게브 지역 개발 비용도 포함됐다. 외신에서는 이 예산이 국제법상 불법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정착촌 확대에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번 예산안은 평소 네타냐후 총리가 강조했던 가치와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십년간 네타냐후 총리는 자유시장 교리의 옹호자였다”며 “그러나 이번에 통과된 예산안은 그 모든 유산을 뒤집어놓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가 극우 세력 없이 독자 통치가 불가능한 한계에 직면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스라엘은 5월 말까지 크네세트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자동으로 내각이 해산되는 규정이 있다. 극우 연정의 예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 네타냐후 총리가 실각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더 나아가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개편 입법도 다시 시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예산안 처리 이후 “우리는 이미 (사법개편을) 재추진하고 있다”며 “야당과의 협상에서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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