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대학살 주범, 체포영장 22년 만에 남아공 농장서 체포
1994년 르완다 대학살 주범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체포됐다. 르완다 대학살은 투치족과 후투족의 권력 쟁탈 과정에서 불거진 참극으로, 20세기 가장 잔혹한 사건으로 꼽힌다.
영국 가디언은 25일(현지시간) 남아공 경찰 특별수사대와 르완다 전범재판소의 합동 작전으로 르완다 대학살 용의자이자 전 경찰서장인 풀젠스 카이셰마를 남아공 웨스턴케이프주의 한 포도농장에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체포 당시 그는 도나티엔 니바슘바라는 가명으로 만든 가짜 신분증을 가지고 있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카이셰마는 르완다 대학살 주범이다. 르완다는 1962년 벨기에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나기 전부터 투치족과 후투족 간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1973년 후투족 군인 출신 쥐베날 하비아리마나가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서 상황은 악화했다. 1990년대에 접어들자 투치족은 반군을 조직해 후투족 정부와 각을 세웠고, 유혈 분쟁으로 번졌다. 1994년 4월 하비아리마나 대통령이 탑승한 비행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며 갈등은 극으로 치닫는다. 대통령 경호실 등 후투족 강경파는 투치족을 배후로 지목하고 무차별 학살을 감행했다. 투치족 출신 총리 3명을 포함해 약 80만명이 살해됐다. 학자들은 르완다 대학살을 독일 나치의 홀로코스트 이후 최악의 인종학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카이셰마는 1994년 4월15일 르완다의 한 성당에서 투치족 약 2000명을 학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희생자 상당수는 여성과 어린이, 노인이었다. 르완다 전범재판소는 2001년 집단학살 등 혐의를 적용해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22년간 소재를 찾지 못했다.
그를 검거한 세르지 브램머츠 검사는 “마침내 그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정의의 심판을 내릴 수 있게 됐다”며 “집단학살은 인류의 가장 심각한 범죄다. 이번 체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의가 실현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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