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KT 경영진 인선 목청 높이더니…사외이사 추천 안 해
‘여권 거수기’ 후폭풍 우려한 듯
선임 절차 개선 ‘TF’ 인선 개입
직접 추천 필요 못 느꼈을 수도
KT 최대주주로서 차기 대표이사 인선에 목소리를 내온 국민연금공단이 KT에 신임 사외이사 예비 후보를 추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대주주 자격으로 KT에 추천한 사외이사 명단과 사유를 묻는 말에 “공단은 KT 사외이사 예비 후보를 추천한 바 없다”고 답변했다.
차기 대표 선출 불발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KT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사외이사 추천부터 선임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사내이사 참여를 배제했다. 그러면서 사외이사 예비 후보를 주주들로부터 직접 추천받았는데 그간 KT 대표 인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온 국민연금도 추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KT는 자사 주식을 6개월 이상 1주라도 보유한 모든 주주에게 문호를 개방해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받았고 여기에 19명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국민연금은 이번에 사외이사 선임 절차를 확 바꾼 ‘뉴 거버넌스 구축 태스크포스(TF)’ 인선에는 직접 관여했다. 국민연금은 TF 위원 중 추천한 인물이 누구인지 묻는 김 의원실 질의에 “특정 주주가 추천한 전문가 후보가 공개될 경우 TF 참여 전문가의 독립적 활동에 제약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국민연금이 현재 대표이사 선출 절차도 손보고 있는 TF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사외이사 후보 인선에까지 개입할 필요성을 못 느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TF는 대표이사 선임 절차와 이사회 역할 등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측에서는 국민연금이 전례 없이 KT 사외이사 추천에까지 관여했다가 특정인을 대표로 선임하기 위해 여권의 허수아비 노릇을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개입 수위를 자제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KT 이사회가 구현모 전 대표의 연임을 확정하자 “최고경영자(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하다”며 반대했다. 이어 KT 내부 출신인 윤경림 전 사장이 차기 대표 후보에 선임됐을 때는 공개적인 의사 표시는 없었지만 주총 표결에서 여권 의중에 따라 반대표 행사가 유력시됐다. 결국 윤 전 사장이 자진해서 사퇴하는 것으로 사태가 마무리됐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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