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 고공 비행 중엔 기압차로 쉽게 안 열려…활주로 근접 213m 상공선 성인 힘으로 열 수도
”1차 치료비는 항공사가 부담, 추가 보상 여부는 조사 후 결정
여객기 착륙 전 출입문이 열리는 사고가 일어난 데 대해 아시아나항공 측은 승객이 순식간에 문을 열어 제지할 틈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찰과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에 따라 승무원들의 미온적 대응이 사고를 초래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6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이날 사고 발생 시점은 착륙 2~3분 전으로 승무원들 역시 안전벨트를 매고 있어 승객의 돌출 행동에 대응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게다가 비상구는 위급 상황 시 승객들의 신속한 탈출을 위해 덮개를 열고 레버만 당기면 바로 열리게 돼 있다. 고공비행 중에는 기압 차 때문에 비상구가 쉽게 열리지 않지만 활주로와 가까운 213m 상공에서는 성인 남성의 힘으로 마음만 먹으면 문을 열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승객은 물론, 승무원도 착륙 시에는 반드시 안전벨트를 매게 돼 있다”면서 “갑자기 비상구가 열려 혼돈에 빠진 승객들이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승무원들은 모두가 제자리를 지켜줄 것을 호소하는 등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승무원들이 범행을 저지른 승객을 상대로 즉각적인 제압에 나서진 못한 배경에 의문을 품는 의견도 있다. 또 착륙할 때까지 안내방송이 없었다는 증언도 있어 부실한 사후 대처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일단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항공사 매뉴얼상 승무원들의 과실은 없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 승인을 받아 운영되는 항공사의 비상구 좌석 탑승 규정으로는 이번과 유사한 사고를 막기에 역부족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만 15세 미만, 한국어나 영어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승객, 양팔이나 양다리의 민첩성이 충분치 않은 승객, 비상시 승객을 도와 탈출할 의사가 없는 승객 등의 탑승만 제한하고 있다.
항공기 사고가 나면 승객들이 곧바로 탈출해야 하기 때문에 비상구를 사람이 열지 못하게 막아둘 수는 없다. 다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상구 좌석에 승객들이 앉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동종 사건 방지를 위해서는 아예 근처에 접근할 수 없게 조치해야 한다는 논리다.
사고로 고통을 호소하는 승객들에 대한 보상 문제는 아직 절차가 남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병원으로 옮겨진 승객들의 1차 치료비를 부담할 방침이다. 착륙 후 호흡곤란 증상을 보인 승객 12명은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만 사고 원인 규명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추가 보상 여부와 규모는 경찰과 국토부 등 관련 기관의 발표를 지켜본 뒤 결정할 예정이다.
법률사무소 ‘원탑’의 권재성 변호사는 “항공사 직원 실수로 문이 열렸다면 항공사가 책임을 져야 하지만 주의 의무를 고지하는 등 할 일을 다했다면 항공사 책임이 없어 보인다”며 “승객들은 비상구를 연 승객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피해를 배상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유미·심윤지·이재덕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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