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 열린 여객기 194명 ‘공포의 착륙’
착륙 직전 213m 상공서 문 열려
30대 용의자 “내가 레버 당겼다”
국토부, 관리 부실 등 확인 계획
승객 194명이 타고 있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착륙 직전 출입문이 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착륙 중인 여객기 문을 연 혐의(항공보안법 위반)로 A씨(33)를 긴급체포했다.
26일 경찰과 대구공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49분쯤 제주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OZ8124편 여객기가 낮 12시45분쯤 대구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출입문이 열렸다. 여객기는 상공 213m에 있었고 승객 194명이 탑승한 상태였다.
사고 당시가 담긴 영상을 보면 열린 비상구로 강한 바람이 들어오면서 승객들의 머리카락과 좌석 시트 등이 심하게 휘날렸다. 일부 승객들은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12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추락한 승객도 없다. 승객 중에는 27일 울산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전에 참가하려던 제주 초·중·고등 육상 선수들과 지도자 등 65명도 타고 있었다.
경찰은 여객기에 탑승 중이던 A씨가 착륙 직전 출입구 문을 열려고 했다는 정황을 확보하고 A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자신이 비상구 레버를 당겼다”고 진술했으나 왜 비행기 문을 열려고 했는지 등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제주도에 거주하고 있으며 여객기에 혼자 탑승했다. 술에 취한 상태도 아니었다.
항공보안법 제23조에 따르면 승객은 항공기 내에서 출입문과 탈출구, 기기의 조작을 해서는 안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10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여객기 출입문은 고도 상공에서는 억지로도 열리지 않지만 고도가 1000피트(약 305m) 이하로 내려오면 감압되면서 문을 열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전과 등을 확인하는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사고 원인을 승객 과실로 판단하면서도 기체 결함 여부 등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쯤에는 김포공항에서 대구공항으로 대체 항공편도 보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승객 실수가 이번 사고의 직접 원인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해 항공안전감독관을 급파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도 항공안전감독관 4명을 대구공항에 급파했다. 또 아시아나항공의 정비 이상 유무와 대체기 운항 등을 점검하고 승무원들의 안전수칙 이행 여부 등도 조사할 예정이다.
김현수·정유미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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