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견학’에 그친 오염수 시찰, 수산물 수입재개 명분 안 된다
정부의 일본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시찰단이 5박6일간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시찰을 마치고 26일 귀국했다. 시찰단은 일본에 추가 요청한 자료를 받아서 분석한 뒤 다음달 발표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까지 참고해 오염수 방류에 대한 종합 평가를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우려가 앞선다. 시찰단은 후쿠시마 현장점검에서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 처리 후의 오염수 및 삼중수소 희석 설비 등을 살폈다고 한다. 하지만 도쿄전력이 보여주는 설비의 정상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일본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고, 주는 자료만 받아서 내린 분석 결과로 국민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애초부터 역부족이었다.
도쿄전력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당시부터 주요 정보를 은폐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알프스의 성능도 초기부터 의문시돼 왔다. 도쿄전력은 삼중수소를 제외한 나머지 방사성물질은 걸러낼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알프스의 성능이 좋지 않아 정화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시인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겠다고 하지만 해양 생태계 조사나 시뮬레이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번 시찰단이 충분히 검증했어야 할 사안들이다.
국민의힘은 사찰단이 출발하기도 전에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합리적 우려를 ‘괴담’으로 비난한 바 있다. 정부·여당의 이런 태도가 시찰단의 조사결과 발표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은 “데이터 분석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IAEA가 방류를 승인하고 한국은 발표를 그 이후로 미뤄 책임을 피하려는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2013년부터 지속해온 후쿠시마현 주변 8개현의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결론이 나오기도 전인데 일본 정부 관계자는 대뜸 “수입제한 해제에 대해서도 부탁하고 싶다”고 했다. 시찰단의 방문을 오염수 방류에 대한 ‘면죄부’는 물론 수산물 수입재개를 위한 요식행위로 바라보는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시찰로 오염수 문제를 매듭지으려 해서는 안 되며, 국민 우려를 씻어내기 위한 추가 조치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 국민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데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 불필요한 공방은 삼가고, 과학적인 태도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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