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벨라루스에 러 전술핵 첫 배치, 커지는 핵 확산 우려
러시아가 전술 핵무기를 벨라루스에 재배치하기 시작했다. 양국 국방장관은 25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핵무기 이전 협약에 서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월 전술핵 재배치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그동안 구체적 행동을 보이진 않았다. 러시아는 1991년 구소련 해체 후 러시아 밖에 있던 핵무기를 모두 자국으로 가져갔다. 그 후 러시아 핵무기가 영토 밖으로 옮겨지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가 15개월째 끌어온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하는 가운데 내놓은 또 하나의 불필요한 도발적 행동이다. 러시아의 전술핵 재배치가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은 아니다. 핵무기를 해외로 이전하긴 하지만 통제권은 러시아가 갖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판 핵공유’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인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튀르키예에 전술핵을 유지해온 것과 같은 차원이다.
러시아의 행동은 유럽지역 핵 균형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미국을 포함한 나토 회원국들이 대응할 수밖에 없고, 핵 확산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러시아가 이미 국경에 배치해둔 전술핵이 많다는 점에서 핵 균형 변화 정도가 크다고 할 순 없다.
분명한 건 세계가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행동이 “무책임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심각한 후과”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러 간 핵 정보 공유가 사라진 것도 우려스럽다. 2026년 종료될 미·러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 연장 여부가 불투명하다. 양국이 2010년 체결하고 2021년 연장한 이 조약은 핵탄두 1550개, 발사 플랫폼을 700개로 제한하기로 한 약속이다. 지금 상태라면 중국까지 가세한 강대국 간 핵 경쟁이 본격화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의 해외 전술핵 재배치는 우크라이나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과 또 다른 차원에서 부정적인 사태 전개이다. 러시아는 미국과 더불어 핵비확산 체제 유지에서는 중국보다 더 책임감을 보여왔다. 러시아가 북한의 핵개발에 반대하며 했던 역할도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러한 시절이 끝나가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이 전쟁을 신속히 끝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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