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서울’ 단골 작가들 구겐하임 덮친다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공동 주최
급속한 산업화와 유신시대 속에서
시대에 저항하는 퍼포먼스 기록 등
전위적 작가군 활동 재조명 작업
50여년 후 김구림(87)은 본인을 포함한 한국 실험미술 작가들을 재조명하는 전시가 미국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과 공동 기획으로 열린다는 소식에 종이에 연필로 ‘구겐하임을 위한 현상에서 흔적으로’(2021)를 구상했다. 미술관 앞에 땅을 파서 관을 묻고 장례 의식을 치러서 모든 관람객이 함께 호흡하고 즐기는 곳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로는 실현이 어려운 제안이지만 노 작가의 식지 않는 열정이 감탄스럽다.
국내 전위 예술 작가들을 재조명하는 전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가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구겐하임과 공동 주최를 도모해 무려 7년 만의 결실이다. 오는 9월부터 뉴욕 구겐하임, 내년 2월부터 LA해머미술관으로 이어가는 대장정이 시작됐다.
앵포르멜(비정형 미술) 회화가 주류를 이루던 시절 이에 반발해 반예술을 주창했던 청년작가연립전과 제4집단, 아방가르드협회, ST학회, 대구현대미술제 등 주요 단체 전시와 파리비엔날레, 상파울루 비엔날레 등 국제 미술계 활약을 연대순으로 추적해 오늘날 한국 현대예술의 원형을 탐구하고 초국가적 맥락도 살펴본다. 국내는 물론 구겐하임과 뉴욕현대미술관 등 해외 소장품까지 모아 주요 작가 29명의 작품 95점과 자료 30여점이 펼쳐졌다.
1968년 명동 세시봉 음악감상실에서 반라의 정강자(1942~2017)에게 관람객들이 투명 풍선을 붙이고 터뜨리는 여성 주도적 퍼포먼스는 ‘기이하고 미친 짓’으로 조롱받는 등 이들은 일간지 사회면이나 대중잡지에 단골로 등장했다.
안휘경 구겐하임 큐레이터도 “한국적 특수성에서 비롯됐지만, 세계적 맥락에서도 독창적인 작가들 작업을 널리 알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철조망으로 마포를 감싼 하종현(88)과 한국 무속에서 영감을 얻어 비조각을 펼친 이승택(91), 화생방 방독면과 배낭으로 군사통제 사회를 표현한 이태현(82) 등 일상 기물로 한국적 정체성을 추구한 작품들도 인상적이다.
전시는 7월 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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