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달러 살포 연준···'경제불안 씨앗'도 함께 뿌렸다

최수문기자 기자 2023. 5. 2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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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은 미국 중앙은행제도에서 획기적인 해였다.

최근 번역 출간된 '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미국 중앙은행은 어떻게 세계 경제를 망가뜨렸나(원제 The Lords of Easy Money)'는 21세기 들어 연준이 '달러를 찍어내는' 양적완화를 통해 불러 일으킨 혼란을 분석하고 책임을 묻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인식하기에 버냉키는 양적완화를 통해 금리정책에서 한발 더 나갔고 잇따라 연준 의장을 맡은 재닛 옐런과 제롬 파월도 이를 유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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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크리스토퍼 레너드 지음, 세종 펴냄)
제로금리·양적완화가 자산버블 불러
빈부격차 심화·금융불안 초래 진단
연준의 정책과 파급효과 비판적 조명
헬리콥터 벤에 반대 토머스 호니그 등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들도 담아
[서울경제]

지난 2010년은 미국 중앙은행제도에서 획기적인 해였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벤 버냉키 의장은 ‘양적완화(QE)라는 조치를 추진했다. 이를 통해 금융시장에 달러를 무제한으로 공급하겠다고 나섰다.

당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에서 회복되는 중이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최저치인 0%까지 낮추는 ‘제로금리’ 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이것도 부족하다 느낀 버냉키는 경기부양을 위해 ‘달러를 새로 찍어’ 시중에 통화를 공급했다.

막무가내 유동성 공급에 반대가 없을 수는 없었다. 토머스 호니그 당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장이 ‘총대’를 맸다. 호니그의 주장은 유동성이 늘어나면 자금이 위험자산으로 몰리게 되고 이는 자산버블(거품)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버냉키는 학계와 워싱턴의 관료를, 호니그는 지역 금융계의 현실을 각각 대변했다. 결국 버냉키의 의견이 관철되면서 미국은 10여년의 초저금리와 양적완화에 돌입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번역 출간된 ‘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미국 중앙은행은 어떻게 세계 경제를 망가뜨렸나(원제 The Lords of Easy Money)’는 21세기 들어 연준이 ‘달러를 찍어내는’ 양적완화를 통해 불러 일으킨 혼란을 분석하고 책임을 묻고 있다.

버냉키는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헬리콥터를 타고 돈을 공중에서 뿌리는’ 식으로라도 통화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온 사람이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금리인하가 필요했음은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가 인식하기에 버냉키는 양적완화를 통해 금리정책에서 한발 더 나갔고 잇따라 연준 의장을 맡은 재닛 옐런과 제롬 파월도 이를 유지중이다.

전통적인 금리정책은 금리를 조정하는 식으로, 통화량을 조절한다. 경기침체기에는 금리를 내려 대출을 늘린다. 그리고 연준이 직접 시중의 자금을 조절하는 것도 단기 국채를 매입·매각하는 방식에 그쳤다. 그런데 버냉키는 10년 만기 장기 국채를 대거 매입해 달러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통화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수천억달러가 시중에 풀렸다.

버냉키 등 양적완화 지지자들은 유동성의 증가가 투자와 고용을 늘려 경기부양의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했다. 반면 반대측은 넘치는 유동성이 한계기업으로 유입돼 ‘좀비’같이 생존하고 또 부동산·주식 등 자산거품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했다.

“10년 만기 장기국채를 연준이 대거 사들이자 장기국채의 금리가 하락했다. 4% 이자율이 하락해 2%가 될 경우 앞서 여기에 투자했던 금융기관들은 이자를 더 주는 다른 상품을 찾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이나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이유다. 자산거품을 일부에서는 ‘호황’으로 인식했다. ”

저자는 최근 10여년의 역사를 살펴보고 호니그 등 반대측의 의견에 맞다고 지적한다. 책에 따르면 자산가격 급등은 자산을 소유한 측과 소유하지 않은 측과의 빈부 격차도 악화시켰다. 현재 미국 사회의 분열이 더 깊어지는 중요한 이유다. 책에 따르면 1989년에서 2016년 사이 미국 소득 중위 20%의 순자산이 겨우 4% 증가한 반면 상위 20%는 두 배가 늘었다. 상위 1%는 무려 세 배가 증가했다.

덩달아 위험자산에 대한 투기가 확대되면서 금융기관들의 건전성까지 악화시켰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은 이것의 최근 사례일 뿐이다.

연준의 양적완화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연준은 장기국채를 매입하는 기존 방식에서 더 나아가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해 부실채권까지 사들이면서 대신 달러를 공급했다. 그 결과 연준의 달러공급 규모를 의미하는 총자산은 2010년 2조3000억 달러에서 올해 3월 현재 8조6000억 달러로 늘어났다. 저자는 “통화량의 증가는 경제에 불안정이라는 씨앗을 심었다”고 지적했다.

최수문기자 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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