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 깬 우리금융, 파벌 대신 원팀 택했다
상업·한일銀 갈등 봉합 첫발
은행 현직 부문장 대신에
계열사 대표 이례적 선출
우리은행을 이끌 차기 은행장 후보로 26일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가 선출됐다.
우리금융 안팎에선 '현직 우선'이라는 기존 인사 관행을 깬 예상외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파벌 등에 얽매인 과거 관행과 단절하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우리금융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는 신임 우리은행장으로 조병규 대표를 추천했다. 이번 자추위 결정은 오는 7월 3일 열릴 우리금융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정해질 예정이다.
당초 우리은행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현직 우리은행 부문장들은 모두 탈락했다. 자추위는 이같이 파격적인 결정을 하며 신임 은행장 후보 자격으로 '대외 영업 능력'과 '사내 통합 능력'을 명시했다.
현재 5대 은행 중 가장 후순위에 놓인 우리은행 실적을 업권 최상위권으로 도약시키고 상업·한일은행 갈등으로 대표되는 내부 갈등을 해소할 적임자를 찾겠다는 취지였다.
우리금융도 이날 은행장 결정 배경에 대해 "조병규 후보자가 경쟁력 있는 영업 능력과 경력을 갖추고 있고, 특히 기업영업에 탁월한 경험과 비전을 갖추고 있음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본점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 대기업심사부장, 강북영업본부장, 기업그룹 집행부행장까지 기업영업 부문에서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지점장 초임지였던 상일역지점을 1등 점포로 만들었고, 본점 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으로 근무할 당시에는 전 은행 성과평가기준(KPI) 1위를 기록했다.
자추위는 "조 후보자는 기업금융 강자로 우리금융을 도약시키겠다는 임 회장과 원팀을 이뤄 은행의 기업금융 영업력을 극대화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최대한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영업 성과를 인정받았기에 조 후보자는 은행을 떠난 임원이 다시 은행장으로 돌아오는 흔치 않은 그림의 주인공이 됐다. 조 후보자는 지난 3월 우리은행 부행장에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자리로 옮겼다. 최근 10여 년을 보면 우리투자증권 상임고문에서 은행으로 다시 온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2008년)과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에서 친정으로 복귀한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2020년) 등이 있다.
우리금융 안팎에선 이번 우리은행장 인선에 대해 상업·한일은행 합병 후 고질적 병폐로 이어져온 내부 파벌 갈등을 끊기 위한 첫 단추가 채워졌다는 데 더 의미를 둔다. 앞서 상업은행 출신 2명, 한일은행 출신 2명이 롱리스트(1차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지만 숏리스트(2차 후보군)에는 상업은행 출신들만 남게 돼 '한일 대 상업' 대결 구도가 일찌감치 깨졌다.
상업은행 출신끼리 맞붙은 최종 단계에선 화합형 인물인지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됐다. 자추위도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문화"를 지적하며 "조 후보자의 협업 마인드를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심층면접을 진행한 외부 전문가들도 조 후보자가 갖춘 중도 성향의 포용력 있는 리더십에 주목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조 후보자가 인품 측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수백억 원대 횡령 사건이 벌어진 상황이라 준법감시 분야에 강점이 있는 조 후보자가 좋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선 임 회장이 취임 후 처음 도입한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에 주목한다. 앞선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출 과정에서 일부 자천타천 후보들이 펼쳤던 각종 언론플레이, 특정인에게 줄서기 등이 이번에는 보이지 않았다. 롱리스트에 회사 대표들이 포함됐던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카드는 은행장 선정 기간에 보도자료도 거의 내지 않았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외부 변수에 기대지 않고 본인의 능력을 보여주면 은행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출발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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