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갈등에 '새우등'… 독일, G7 중 나홀로 침체
유럽 열등생 英보다 뒤처져
對中 수출 두자릿수 감소
"中, 독일車보다 자국산 구매"
'유럽의 기관차' 독일 경제가 꺼져가고 있다.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2개 분기 연속 역성장하며 기술적 침체에 빠져들었다. 높은 인플레이션에 소비 둔화,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대(對)중국 수출 급감으로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독일 연방통계청은 독일의 지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3%로 잠정 집계됐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이다. 독일 경제는 지난해 4분기에도 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5%를 기록해 2개 분기 연속 뒷걸음질쳤다. 기술적 침체에 돌입했다는 얘기다.
독일의 부진은 다른 G7 회원국과 비교할 때 더욱 도드라진다. 당초 유럽 국가 중에서 가장 경제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 곳은 영국이었다. 하지만 영국 통계청은 최근 영국의 1분기 GDP가 전 분기 대비 0.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독일이 '나 홀로 침체'에 빠져든 것은 대중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독일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3.4% 줄었다. 최근 1년 중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특히 대중 수출 급감이 영향을 끼쳤다. 올해 1~4월 독일의 대중 수출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3% 감소했다. 또 3월까지 독일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에 불과했다. 이는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네덜란드 투자은행 ING의 카르스텐 브제스키 글로벌 거시 조사 책임자는 "독일 업체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 커진 안보 위기와 무역 전쟁의 희생자"라며 "독일이 미국 동맹국으로 여겨지면서 중국 소비자들이 독일 제품 구매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중국 소비자가 독일 자동차가 아닌 자국 자동차를 구매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 같은 상황을 막고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해 11월 중국을 서둘러 방문해 집권 3기를 연 시진핑 국가주석과 서방국 중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했다.
독일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 대란의 직격탄을 맞은 나라다. 제조업이 주력 산업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은 곧바로 산업에 대규모 비용으로 이어졌다. 독일은 에너지 가격이 유럽에서 비싼 편에 속한다. 블룸버그는 "독일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에너지 수급을 정상화 궤도에 올리는 일"이라며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끊기기 전에도 독일은 유럽에서 전기 비용이 가장 높았다"고 지적했다.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민간 소비 감소도 주요인 중 하나다.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4% 올랐다. 지난해 에너지 대란 때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3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8.6% 급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출금리도 높은 수준이 유지돼 민간의 소비 여력이 더욱 쪼그라들었다"고 분석했다.
올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FT는 "많은 경제학자가 유럽의 '경제 대국'(독일)이 침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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