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의 매파 발언에 숨은 포석 [마켓톡톡]

한정연 기자 2023. 5. 2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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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마지막주 마켓예보
한은 총재 “금리 더 올릴 수도”
시장은 금리인하에 더 민감해
주담대 증가 한은 목표에 역행

한국은행이 3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를 더 인상할 수 있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해 말 이후 국내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음주 한국은행이 발표할 4월 시중은행들의 평균 금리 수준은 이미 예견됐던 3회 연속 금리 동결을 향한 시장의 반응을 보여주고, 5월에 발표할 금리 수준엔 한은 총재의 경고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시장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사진=뉴시스]

■ 동결과 경고=한국은행이 25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2월과 4월에 이어 3회 연속 동결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인하를 바라보고 있는 시장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시장이 계속되는 금리 동결을 금리 인하의 예고편쯤으로 잘못 받아들여 대출 확대 등 완화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을 경계한다는 뜻이다.

이창용 총재는 "(이번 기준금리 동결을) '금리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호주도 정지(금리 동결)하고 지켜본다고 한 후에 (금리를) 올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국이 왜 못 할 것 같은가? 절대로 못 할 것이라고 판단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 모두 3.75%로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히며 "금통위원이 몇개월을 (열어두고) 봐야 한다는 건 심각하게 올릴 수 있는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주목해야 하는 금리 추세=이에 따라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4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나아가 5월 금리 수준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4월 가중평균금리는 이미 예상됐던 3연속 금리 동결에 따른 반응으로 볼 수 있지만, 5월 금리 수준엔 한은 총재의 이번 경고가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국은행에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4월 금리는 낮아지더라도, 5월 금리 수준은 오르는 것이다. 금리는 동결하면서도 긴축 기조는 당분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중평균금리란 여러 금융상품의 금리를 금액‧사용빈도에 따라 가중치를 둬 평균을 낸 것을 말한다.

지난 3월 시중은행들의 가중평균금리 추이를 보면, 예·적금 수신금리가 2월보다 0.02%포인트 상승하는 동안 대출금리는 0.15%포인트, 주택담보대출은 0.16%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대출금리는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특히 가계대출의 금리가 지난해 12월 5.64%에서 올해 3월 4.96%로 크게 낮아졌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내리고, 규모는 늘리고 있다. 사진은 강남권 아파트 단지들 모습. [사진=뉴시스]

■ 긴축 기조와 주담대의 역행=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12월 4.63%에서 올해 1월 4.58%, 2월 4.56%, 3월 4.40%로 눈에 띄게 낮아졌다. 실제로 이 기간 대형은행들의 주담대 규모는 증가세를 보였다.

주담대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시장은 정부의 긴축 및 부채 축소 의지에 의문을 갖는다. 올해 1분기 가계 빚이 줄고, 가계대출이 6분기 연속 감소하는 등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주담대의 확장은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담대는 금융회사의 건전성과도 직결돼 있다. 전체 대출 규모에서 주담대는 가계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중저신용자 대상의 대출에 특화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앞다퉈 주담대 상품을 내놓고 금리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들의 높은 대출 연체율을 생각해보면 부실채권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 미래라는 함정=이창용 총재가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지만, 시장은 여전히 금리 인하의 시기를 점치느라 바쁘다. 금리 동결 발표 전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금리 인하 시기를 내다봤고, 25일엔 국내 증권사들이 4분기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금리 인상 혹은 인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이벤트들은 대체적으로 시기를 특정할 수 있어서다.

[자료 | 한국은행]

먼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을 보자. 제롬 파월 의장은 이미 지난 19일 은행의 불안정성을 언급하며 "연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말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경기 회복세를 둘러싼 우리나라 정부의 입장도 금리 인하론과 맞닿아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올해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을 띨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눈에 보이는 뭔가 다른 미래는 시장 참여자들을 정부의 생각대로 압박하기 힘들게 만든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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