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선 부부 보니 작곡 동기 샘솟아"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5. 26. 17: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상 33년 만에 예능 음악감독
이혼 고민 네 쌍 부부 다룬
티빙 '결혼과 이혼 사이' 맡아
"어린 시절 같은 경험 겪어봐
작업하며 열렬한 시청자 돼"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현실의 모순과 상처를 음악으로 어루만진다. 데뷔 33년 차 가수 겸 프로듀서 윤상(사진)이 이혼을 고민하는 위태로운 네 쌍의 부부를 관찰하는 리얼리티 예능 '결혼과 이혼 사이 2'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윤상은 "자신의 미래를 놓고 큰 결정을 해야 하는 절박함, 서로를 이해하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에서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음악적 동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결혼과 이혼 사이'는 갈림길에 선 일반인 부부의 고민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시즌2가 지난 19일부터 매주 1회씩 공개되고 있다. 참가자들은 일상이 아닌 '사이타운'이라는 특별한 공간에 열흘간 머물면서 결혼을 유지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거나 이혼을 향한 마음의 결단을 내린다. 시즌2에서는 특히 젊은 나이에 결혼해 육아와 경제적 어려움, 존중 없는 태도 등에 지친 20·30대 부부들이 출연한다. 다툼 도중 감정적으로 사무치고 무너지는 모습일 때 몰입을 극대화하는 배경음악도 흘러나온다.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이 드라마나 영화에만 있으란 법은 없죠. 이런 다큐·예능에 OST를 입힌다면 드라마 못지않은 이야기가 될 것 같았어요. 출연한 부부들이 정말 솔직하게 고민하기 때문에 상상으로 만들어낸 얘기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느껴졌고요. 응원하는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었어요. 앞으로는 예능도 그에 걸맞은 음악으로 잘 포장될 수 있다는 좋은 예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공동연출을 맡은 이진혁 PD도 "이 프로그램은 대본 없는 드라마"라며 "부부간 대화에 어떤 음악을 까느냐에 따라 내용이 다르게 들린다. 중요한 부분이라 윤상 감독에게 부탁드렸다"고 했다.

PD의 제안을 수락한 윤상은 한 회당 120분에 달하는 편집본을 받아보고 대화와 상황에 맞춰 작곡을 했다. 그냥 음악을 깐 게 아니라 분위기와 타이밍에 맞춰 일일이 악기를 선택하고 편집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조현아·박장현의 '상처', 적재의 '모순', 김은영의 '마음접기' 등의 곡 모두 이별을 앞둔 커플의 씁쓸하고 복잡한 심경을 절절하게 담았다.

윤상은 음악을 만들면서 열렬한 시청자가 됐다. 그는 "제가 아주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고 사회 분위기가 지금 같지 않아서 이혼에 대해선 여러 개인적인 기억들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오히려 이렇게 열어놓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여주면 순기능도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또 "만약 선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면 음악을 못 만들었을 것"이라며 "제작진이 어려운 소재로 기획을 한 만큼 애정과 책임감을 갖고 커플들을 지켜본다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저도 결혼한 지 20년이 넘었고 '사람 사는 게 다 똑같구나' 싶으면서도 '이런 게 달랐구나'라는 걸 느껴요. 아내는 지금 미국에 머물고 있는데, 제가 참여한 그 어떤 작품보다 함께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어쩌면 제가 생각지 못한, '나도 할 말이 참 많았다'는 반응을 보이진 않을지 궁금하네요."

[정주원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