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빠 찬스'로 드러난 '그들만의 왕국' 선관위, 감시·견제 필요하다

2023. 5. 2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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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제기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이 25일 사퇴했다. 김세환 전 사무총장이 작년 3월 대선 때 '소쿠리 투표'와 '아들 특채' 논란으로 물러난 지 14개월 만이다. 그동안 헌법상 독립기구임을 앞세워 감시 무풍지대로 있던 선관위가 '그들만의 왕국'을 만들어 '아빠 찬스'를 몰래 누려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박 사무총장과 송 사무차장의 자녀는 지방공무원으로 근무하다 2022년과 2018년 선관위 경력직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하지만 이들은 '4촌 이내 친족이 직무 관련자인 경우 신고한다'는 공무원 행동강령을 지키지 않았다. 게다가 자녀 채용을 위해 '셀프 결재'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제주 선관위 상임위원, 경남 선관위 과장 등 또 다른 간부 3~4명도 자녀 특채 논란에 휩싸여 있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어떤 특혜도 없었다"며 자체 특별감사와 전수조사를 고집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선관위는 작년 '소쿠리 투표' 논란 때도 감사원 감사를 거부했고, 최근 북한 해킹에 대비한 국가정보원의 보안점검 요청도 거부했다가 뒤늦게 수용했다. 이번 자녀 특채 의혹은 밤잠을 설쳐가며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 가슴에 대못을 박는 '고용 세습'과 같다. 지금처럼 선관위 자체 조사로 어물쩍 뭉갤 일이 아니다. 이제라도 수사당국이 진상을 철저히 가려 관련자를 일벌백계해야 한다.

60년 전 창설 당시 직원 348명이었던 선관위는 현재 직원만 3000명에 전국 17개 시도와 249곳 시·군·구 사무실을 가진 거대 조직이 됐다. 강력한 선거범죄 조사권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이처럼 막강한 권력기관 수장을 대법관들이 돌아가며 맡아 '명예직' 역할만 하고 있으니 조직 관리와 통제가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선관위가 외압에 휘둘려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선관위의 총체적 난맥상을 해소하려면 외부 감시와 견제를 강화하고, 선관위원장을 상근직으로 전환해 업무에 전념토록 해야 한다. 선관위의 비대한 권한과 업무에 대한 수술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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