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 책과 미래] 흔들리는 미국, 과연 부활할까?

2023. 5. 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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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세계의 모델이었다. 자유시장과 민주주의, 혁신과 포용성을 앞세워 미국은 더 많은 자유를 누리고 더 나은 삶을 이룩하려는 이들에게 꿈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위기는 심각하다.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교수의 '표류하는 세계'(리더스북 펴냄)에 따르면 미국의 번영을 의심하는 이들은 늘고 우호를 느끼는 인구는 감소하는 등 미국의 상표 가치는 떨어졌다. 이 책은 흔들리는 미국의 현실을 100가지 데이터로 보여준다.

미국의 꿈이 절정이었을 때, 이를 떠받친 건 중산층이었다. 꾸준한 임금 인상, 폭넓은 공교육, 넘쳐나는 상품 등이 합쳐져 이들은 높은 삶의 질을 누렸다. 두꺼운 중산층은 자본주의에 균형장치를 제공했다. 번영을 직접 체험했기에 이들은 안정을 중시하면서 미국이 분열과 갈등에 빠지지 않게 막았다.

미국의 쇠퇴는 중산층 몰락의 역사였다. 1980년대 레이건의 부자 감세가 출발이었다. 부자와 대기업은 줄여준 세금을 해외로 빼돌리려 애썼다. 2016년 미국 기업이 유령회사를 통해 유출한 이익은 50% 이상이었다. 그러자 정부 적자가 증가했다. 1980년 9300억달러였던 미국 국가부채는 현재 30조달러,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가 넘는다.

인프라 투자도 거의 안 했다. 미국은 2분마다 한 번꼴로 수도관이 파열하고, 인구 8%는 오염수를 마신다. 인터넷과 GPS 시스템을 낳은 공적 연구개발(R&D) 투자도 2019년 GDP 대비 0.7% 수준으로 줄었다. 인프라 투자가 줄면 삶의 질은 나빠지고 부의 격차는 커진다.

미국 생산성과 시간당 임금은 디커플링 상태다. 1973년부터 2013년까지 순생산성은 72% 늘었으나 임금 상승률은 9%였다. 게다가 상위 1%와 나머지 99%의 임금 상승 비율이 무려 8대1에 달했다. 최고경영자(CEO)와 노동자의 평균 임금 격차는 갈수록 커져 2020년엔 351대1이 되었다. 땀보다 돈이 고귀해지면 열심히 일해도 좋은 삶을 살 수 없다. 부모보다 잘살 확률이 1940년생은 92%였으나 1984년생은 50%에 불과했다. 갤러웨이는 말한다. "오늘날 미국은 민주적이라기보다 봉건적이다." 족벌에 사회가 오염되면 기회를 잃은 이들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증오와 폭동이 증가한다.

갤러웨이는 위기를 이기려면 미국이 더 많은 난민과 이민을 받아들이고 소외계층을 포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다양성을 불어넣고 혁신을 활성화하려면 공공서비스를 확충하고 사회안전망을 개선해 도전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흔들리는 미국은 과연 부활할까.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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