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고리가 사라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우주탐사선 카시니-하위헌스호가 세 가지 파장으로 토성 고리의 모습을 포착해 지구로 전송했다. /NASA

토성을 상징하는 화려한 얼음 고리가 머지않아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토성의 얼음 고리가 비교적 최근에 생겼으며 시간이 더 흐르면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유럽 과학자들이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와 이카루스에 미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의 탐사선인 카시니-하위헌스호가 2004년부터 2017년까지 토성을 지날 때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토성 고리에 관한 연구 결과 3건을 잇따라 공개했다.

토성을 상징하는 고리는 토성 적도 위로 7만~14만㎞까지 뻗어 있다. 일부 고리는 두께가 10m내외지만 1㎞가 넘는 고리도 있다. 토성 고리는 화려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작은 모래부터 작은 바위 크기까지의 얼음 덩어리와 소행성 파편, 미세 유성체가 뒤엉킨 상태로 화성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이들 물질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많은 우주먼지와 섞이며 어두운색을 띤다. 과학자들은 화성 고리 색깔을 보고 얼음 덩어리가 얼마나 오래됐는지 판별하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대와 독일 슈투트가르트대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이달 12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토성 주변에서 수집한 먼지 알갱이 163개를 분석한 결과 토성 고리가 4억 년을 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공개했다. 지구에서 공룡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을 즈음 토성의 고리가 형성됐다는 뜻이다. 토성 나이는 45억년으로 추정되는데 토성이 생긴지 한참 지난 뒤에서야 고리가 형성된 셈이다.

사흘 뒤인 이달 15일 국제학술지 이카루스에 공개된 인디애나대와 미 항공우주국(NASA), 세티(SETI)연구소 칼 세이건 센터 연구팀이 발표한 또 다른 연구는 현재 눈에 보이는 토성 고리가 영구적이지 않고 일시적으로 나타난 천체일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토성 고리를 형성하는 얼음과 암석 조각들은 우주에서 돌진하는 유성들에 밀려 토성 쪽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같은 날 이카루스에 발표한 또 다른 논문을 보면 토성 고리는 지금도 매초 몇t씩 계속해서 질량을 잃고 있다. 연구진은 토성의 얼음 고리 수명이 앞으로 길어봐야 1500만 년에서 4억 년 정도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토성 고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은 다른 연구에서도 제기됐다. 일부 과학자들은 토성 고리가 1억 년 이내에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샤샤 켐프 콜로라도대 교수는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우주 역사에서 토성 고리는 아주 오래된 존재는 아니고 앞으로 오래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며 “어쩌면 지금 토성 고리를 보고 있는 인류는 매우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태양계에는 토성 외에도 천왕성과 해왕성도 고리를 가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토성 고리가 천왕성과 해왕성을 둘러싼 더 어둡고 얇은 고리처럼 보일 날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토성 고리의 나이는 오랫동안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논쟁거리로 내려왔다. 이번 연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들이 토성 고리가 비교적 최근에 생겼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일부 학자들은 토성 고리가 토성만큼 오래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토성의 고리를 이해하는데 충분히 새로운 토대를 제시했다는 평가도 있다.

참고자료

Science Advances(2023), DOI: DOI: 10.1126/sciadv.adf8537

ICARUS(2023), DOI: https://doi.org/10.1016/j.icarus.2022.115221

ICARUS(2023), DOI: https://doi.org/10.1016/j.icarus.2022.115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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