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똥 태우던 제주섬... ‘에너지 자립 길’ 열리나

송은범 기자(song.eunbum@mk.co.kr) 2023. 5. 2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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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국회 통과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 비율 20% ‘육박’
초과 생산으로 버리는 에너지도 수두룩
법 통과로 ‘민간’에서도 전력 거래 가능
어차피 ‘버리는 전기’ 싸게 매입해 공급
제주도 “안정성 확보해 특화지역 노릴 것”
전력거래소에서 제주의 전력 상황을 확인하는 오영훈 제주도지사.[자료=제주도]
‘에너지 불안’에 시달리는 제주도가 에너지 자립을 꿈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26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제406회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12명 중 찬성 190명으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이 가결됐다.

해당 법률안은 정부로 이송돼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며,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기존 중앙집중형 전력체계를 지역으로 분산하는 것으로, 법 제정에 따라 지역에너지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갖춰지게 된다.

주요 내용은 대규모 전력수요를 지역으로 분산하도록 △신규택지·도시개발사업자·전력 다소비자의 분산 에너지 사용 유도를 위한 분산에너지 설치의무 부과 △전력계통영향평가 실시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등이다.

이번 가결로 제주는 전국 1호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을 통해 에너지 자립을 노린다.

그동안 제주는 섬이라는 특성상 늘 ‘에너지 불안’에 시달려왔다.

발전소를 돌릴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오직 바닷길로만 수급해야 하는 지리적 한계 때문이다.

해상 운송은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탓에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이 어렵지만 제주는 전국 인구의 1% 수준인 지역이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기도 쉽지 않았다.

오죽하면 1960년대까지도 전기는커녕 쇠똥이나 말똥을 태워 취사와 난방을 해결한 곳이 있을 정도였다.

이에 제주에서는 에너지 자립을 위해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생산에 힘을 기울였고, 지난해 기준 재생에너지 비율이 19%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하지만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로 한국전력이 임의로 차단하는 출력제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풍력발전에서만 104차례의 출력제한이 이뤄졌다.

제주가 특화지역에 지정되면 ‘전력거래 특례’가 적용돼 한국전력이 아닌 민간에서도 전력 거래(화석 연료 에너지는 제외)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어차피 버리는 재생에너지(출력제한)를 싼값에 매입해 도민들에게 한전보다 낮은 가격에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버리는 재생에너지가 줄어들수록 제주의 에너지 자립도는 올라간다.

문제는 안정성이다.

초과 생산 전력을 보관하는 기술이 현재 상용화되지 못한 데다 초과 공급된 전기를 전력망에 그대로 흘려보내면 전력망에 과부하가 발생하고 심하면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초과 생산된 전력을 저장할 ‘커다란 건전지’라 할 수 있는 ‘대규모·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ESS는 남는 전력을 따로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기에 공급하는 설비로, 그린수소 생산이나 전기차 충전, 유류에 의존하는 시설(하우스·양식장), 관광 리조트·호텔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제주에서 초과 생산된 전력을 육지로 보낼 수 있는 ‘제3해저케이블’도 올 연말 완공될 예정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법 시행까지 앞으로 1년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분산 에너지 특화지역 설계, 사회적 공감대 확산에 나설 것”이라며 “향후 도민들에게 실질적인 에너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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