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의 종말은 없었다 … 재택근무가 놓친 것들

박대의 기자(pashapark@mk.co.kr) 2023. 5. 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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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 데이비드 색스 지음, 문희경 옮김 어크로스 펴냄, 1만8800원

사회가 재택근무의 개념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다. 미국 특허청의 과학자 앨런 키런은 1969년 컴퓨터와 통신 장비가 일의 성격을 바꾸면서 모두가 일터 대신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언했다. 키런은 거주지(domicile)와 연결(connections), 전자공학(electronics)을 조합한 '도미네틱스(dominetics)'라는 신조어로 자신의 예언을 확산하려 했다. 하지만 당장 사무실을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도미네틱스는 그저 먼 미래에 일어날, 현재의 자신과 전혀 관련 없는 일일 뿐이었다.

키런의 발상은 재택근무의 이상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큰 영감을 줬다. 1973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미래연구센터 잭 닐스 연구원은 장거리 운전의 고단함을 해결하기 위해 '회사에서 떨어져(tele)' '일한다(work)'는 뜻의 '텔레워크(telework)' 개념을 제안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980년 개인용 컴퓨터(PC) 시대가 열리면서 집이 '전자 주택(electronic cottage)'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들의 목표는 기술 발전을 통한 사무실의 종말이었다.

1990년대 인터넷 보급부터 2000년대 모바일의 보편화, 2010년대 스마트폰의 일상화까지 이어지는 기술의 발달은 장소를 불문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정작 재택근무를 실현시킨 것은 기술이 아닌 감염병이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자연스레 각자 위치에서 일하는 환경의 변화로 이어졌다.

갑작스러운 물리적 단절에도 사람들은 기술의 발전이 만든 연결성을 통해 빠른 속도로 재택근무를 실현시켰다. 혼란 속에서 시작된 디지털 기반의 업무 방식은 상상했던 것보다 근사했다. 팬데믹이 끝나도 재택근무는 지속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원격의 시대는 예상치 못한 후유증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21년 미국정신의학회는 재택근무 근로자 대다수가 온라인 근무 전환으로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각종 알림음과 영상회의는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우울감을 줬다. 개인의 삶과 달리 업무에서는 효율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단숨에 끝날 일이 원격 상태에서는 쉽게 처리되지 못했다. 앞서 '아날로그의 반격'으로 디지털 시대에 일침을 놓은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색스는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에서 인류가 디지털 미래를 표방하며 놓쳐온 것이 무엇인지를 파헤친다. 책에서는 회사와 학교, 쇼핑, 도시생활, 문화생활, 대화, 휴식 등 7개 테마로 나누어 디지털이 야기한 변화 속에서 인간다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 제안한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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