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질서 전환기, 6人의 리더를 소환하다

고보현 기자(hyunkob@mk.co.kr) 2023. 5. 2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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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외교전설' 키신저
아데나워·드골·닉슨·대처 등
역사 바꾼 리더 장단점 살펴
불확실성 뚫는 결단의 힘 역설
살아 있는 외교 전설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블룸버그 머큐리
헨리 키신저 리더십 헨리 키신저 지음, 서종민 옮김, 민음사 펴냄, 3만3000원

"처음에는 19세기 외교를 대하는 학자로, 나중에는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으로, 그리고 지난 46년간 군주와 대통령, 총리들의 자문과 사절로, 현존하는 그 누구도 국제 현안에 대해 이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살아 있는 외교의 전설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27일 100세를 맞았다. 격동의 시기 닉슨과 포드 정부에서 두 명의 대통령을 거치며 숱한 일을 다 겪었다. 그런 그가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남긴 말은 "미·중 갈등으로 5~10년 안에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섬뜩한 경고였다. 1년이 넘도록 계속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날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미·중 관계, 그에 따라 불거지는 식량안보 에너지 위기는 키신저가 현장을 누비던 2차 세계대전 이후 '신냉전'을 떠올리게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더십은 가치와 제도가 의미를 잃고 무엇이 좋은 미래인지에 관해 논쟁이 벌어지는 전환기에 가장 중요해진다. 리더는 창의성과 진단 능력을 발휘해 생각해야만 한다. 사회의 행복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사회는 어디에서부터 붕괴하는가. (중략) 더 만족스러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지금 희생을 감내할 만한 생명력과 자신감이 사회에 있는가."

한 세기를 살아온 현인은 국제사회의 혼란이 극에 달한 지금 리더십을 꺼내들었다. 신간 '헨리 키신저 리더십'은 100세의 외교 대부가 꼽은 6인의 리더에 대한 이야기다. 콘라트 아데나워, 샤를 드골, 리처드 닉슨, 안와르 사다트, 리콴유, 마거릿 대처 등 과도기 속에서 국운을 새로이 설정한 지도자들이다.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각기 다른 상황이 주어졌지만 이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신을 둘러싼 사회를 평가하고 상황을 분석하는 능력, 현존하는 위험을 관리하는 동시에 불확실한 미래의 방향성을 짚는 직관, 원하는 목표를 향해 대중을 움직이고 참모에게 영감을 주는 설득력을 적극 펼쳤다는 점이다.

아데나워는 히틀러를 겪은 독일 역사상 최악의 시기에 안정과 재건이라는 과제를 떠맡았다. 전쟁에서 군을 이끌던 드골은 분열된 프랑스를 하나로 묶는 전환점을 만들었다. 닉슨은 키신저와 함께 중국을 방문하고 중동의 변화를 이끌었으며 베트남전쟁을 종식시켰다. 이집트의 세 번째 대통령이었던 사다트는 격변기에 있던 나라를 중동 평화의 길로 이끌었다. 키신저에게 '시대를 만든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리콴유는 경제성장을 이끌어 오늘날의 싱가포르를 있게 한 지도자로 꼽힌다.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였던 대처는 전후 신자유주의 처방을 통해 무기력한 '영국병'을 치유했다.

키신저는 "리더십이 없다면 제도는 표류하고 국가는 점차 무의미해지다 결국 비참하게 실패한다"며 "과학자는 검증할 수 있는 결과를 추구하지만 역사적 견문이 넓은 전략적 리더는 본질적인 모호성 속에서 실행할 수 있는 통찰을 뽑아내려고 애쓴다"고 말한다. 국가의 명운을 바꿀 결정은 대개 절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많은 데다 제한된 정보와 시간으로 정치·경제·심리적 통찰을 꿰뚫는 결론을 내려야 하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책에 따르면 리더의 타입은 '정치인'과 '예언자' 두 가지로 나뉜다. 정치인형 지도자는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주도하는 변화를 사회에 도입하는 쪽이다. 이 같은 리더는 최선과 최악의 상황을 함께 대비하는 철저함을 지녔지만 야심도 크다. 키신저는 "현명한 정치인형 리더는 새로운 상황에 발맞춰 기존 제도와 가치를 뛰어넘어야 할 때를 알아차린다"고 말했다.

후자에 속하는 예언자형 리더는 잔 다르크, 마하트마 간디처럼 현재를 뛰어넘어 궁극적인 해결책을 믿는다. 과거를 지우고 자신이 믿는 비전을 증명하려고 애쓰는 타입이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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